정대현 닮은꼴, 한화표 잠수함이 국대에 떴다 "해외에 통할지 궁금"
2021.09.17 19:44:43

 

[사진] 조은 /한화 이글스



[OSEN=이상학 기자] 국제대회 때마다 야구대표팀에 빠지지 않는 핵심 전력이 언더·사이드암 투수다. 미국, 중남미에는 잠수함 투수가 희귀하다. 지면 낮은 곳에서 떠오르는 공이 해외 타자들에겐 무척 낯설다.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채 현신 헛방망이질하기 일쑤였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주축 투수로 활약한 정대현이 대표적인 국제용 잠수함.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에서 활약한 박종훈(SSG),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고영표(KT)가 정대현의 명맥을 잇고 있다. 

오는 23일부터 내달 2일까지 멕시코에서 열리는 제3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 U-23 대표팀에도 잠수함 투수가 있다. 한화 신인 언더핸드 투수 조은(20)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은 파나마, 네덜란드, 니카라과, 콜롬비아, 베네수엘라와 함께 B조에 속해있다. 중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조은이 히든카드로 활용될 전망이다. 

대전고를 졸업하고 2021년 2차 3라운드 전체 33순위로 고향팀 한화에 지명된 조은은 정통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과 함께 KBO리그에서 가장 릴리스 포인트가 낮은 투수로 꼽힌다. 지면에서 불과 30cm 정도 떨어진 높이에서 던지는데 가끔 지면을 스치기도 한다. 

올해 1군 데뷔는 하지 못했지만 2군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았다. 7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만 안으며 평균자책점 5.28. 성적은 눈에 띄지 않지만 한화는 장기 육성 프로그램 아래 조은을 선발투수로 관리 중이다. 최원호 한화 퓨처스팀 감독은 "박종훈과 완전히 같은 투구 스타일로 정타 비율이 낮다. 스스로 무너지는 제구 문제를 보완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 중이다"고 밝혔다. 

 

[OSEN=대전, 조은정 기자] 한화 퓨처스 조은이 역투하고 있다. /cej@osen.co.kr



박정진 한화 퓨처스팀 투수코치는 "최근 한 단계 올라서 프로에 적응된 모습이다. 어떻게 던져야 쉽게 타자를 상대하고, 경기를 풀어나가는지 알기 시작했다"며 "공이 존에 들어가면 쉽게 던질 수 있는 투수다. 가운데로 넣으라는 미션을 갖고 던지고 있다. 자신에 대한 의구심 대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마인드 컨트롤을 주문한다. 맞아도 흔들리지 않고 다음 타자에게 적극적으로 승부하는 등 경기 운영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금씩 알을 깨고 있는 시점에서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해외 타자들을 상대로 자신의 공을 시험해보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조은은 "서산에서 훈련하다 매니저님께 소식을 들었다. 첫 국가대표이다 보니 떨리기도 하지만 정말 좋다. 부모님과 주위 친구들이 많이 축하해줬다"며 "대회를 통해 힘이 좋은 해외 선수들에게도 제 공이 통할지 궁금하다. 최근까지 퓨처스에서 선발로 나가 5이닝을 소화하며 조금씩 경기를 운영해가는 방법을 익혀가고 있었다. 대표팀에서의 보직은 아직 모르지만 잘 던져서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waw@osen.co.kr

[사진] 조은 /한화 이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