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째 우승 갈증’ LG의 윈나우, 그러나 21세 유망주들을 기대하는 아이러니.txt
2021.09.18 11:49:06


[OSEN=한용섭 기자] LG 트윈스의 팬들은 언제쯤 구단 사무실 금고 안에 보관돼 있는 롤렉스 시계를 구경할 수 있을까.

롤렉스 시계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의미한다. 고인이 된 구본무 회장이 1998년 구입한 시계로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 MVP에게 선물로 주겠다고 했다. 20년 넘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LG는 1994년 우승을 마지막으로 올해까지 27년째 우승에 목말라 있다. 롯데 자이언츠(1992년 우승) 다음으로 최장 기록이다.

올 시즌 LG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흐름으로 흘러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NC는 지난 7월 선수 4명(박석민,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한 호텔 술자리 파문을 일으켰고, 이후 KBO와 구단의 중징계로 시즌 아웃이 됐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매년 이어지는 FA 이적으로 전력이 약해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오재일(삼성), 최주환(SSG)이 떠났고, 시즌 도중에는 팔꿈치 수술 재활을 마친 이용찬마저 NC와 계약했다.

키움은 거포 유격수 김하성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며 공백이 생겼고, KT는 지난해 MVP를 수상한 외국인 타자 로하스가 일본프로야구로 진출했다. 지난해 5강 팀 중에서 LG만 특별한 전력 이탈이 없었으나, 6월말 외국인 타자 라모스를 부상으로 퇴출하며 보어를 영입했다.

LG는 5월말~6월초 잠깐 4~6위까지 밀리기도 했지만, 줄곧 1~2위권을 유지하며 전반기를 마쳤다. 올림픽 휴식기 때 LG는 윈나우 승부수를 던졌다. 선발 투수 정찬헌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키움의 2루수 서건창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LG 라인업 중 가장 고민거리인 2루수 공격력을 강화했다.

윈나우 트레이드는 보통 잠재력 있는 유망주를 내주고 즉시 전력 선수를 데려온다. 현재 1군 전력에서 모자라는 부분을 채운다. 그런데 LG는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경험 많은 투수를 내줬다. 투수력에서 마이너스, 공격력에서 플러스 트레이드였다.



믿는 구석은 있었다. 6월 복귀한 베테랑 차우찬과 손주영, 이상영 등 젊은 투수들이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채워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상영은 시즌 초반 임시 선발로 뛰었고, 손주영은 올림픽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호투로 기대감을 심어줬다.

그러나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팀 평균자책점 1위인 마운드의 선발진에서 균열이 생겼다. 외국인 투수 수아레즈는 8월 31일 롯데전에서 등 근육 부상을 입었다. 검진 결과 2주 정도 휴식을 가져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차우찬은 올림픽이 끝나고 복귀했지만 어깨 상태가 안 좋았다. 재활을 하다가 다시 통증이 발생했고 결국 지난 12일 미국에서 어깨 수술을 받는 계획을 발표했다.

선발 로테이션에 정찬헌의 트레이드, 수아레즈 부상까지 이어지면서 1자리가 아닌 2자리가 비게 됐다. 차우찬마저 시즌 아웃이 되면서 20대 초반의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이자 부담이 주어졌다. 손주영(23), 김윤식(21), 이상영(21)의 책임이 막중해졌다.

하지만 손주영은 후반기 5경기에 선발로 나와 1승 3패 평균자책점 8.34로 기대보다 부진했다. 지난 12일 두산과 더블헤더 1차전에서 4이닝 10피안타 7실점으로 난타당했고, 13일 2군으로 내려갔다.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김윤식은 9월 2경기에 선발 등판했는데 1패 평균자책점 27.00(3⅓이닝 10자책)으로 불펜 때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상영은 지난 12일 두산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45구) 2실점을 기록했다. 20대 초반 영건들이 부진하면서 순위는 3위로 떨어졌다. 

부상 변수가 수아레즈, 차우찬 2명이 연거푸 발생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이 이제 최대 고민거리로 바뀌었다. 켈리, 임찬규, 이민호에 이은 두 자리가 불안하다. 21세 영건들에게 의지하기에는 순위 싸움이 힘겹다.

결국 류지현 감독은 다시 선발진 변경을 예고했다. 류 감독은 대구 원정에서 "젊은 투수들에게 부담이 된 것 같다”며 손주영, 김윤식을 선발 로테이션에서 빼고, 2군에서 선발을 꾸준히 준비해 온 배재준(27), 이우찬(29)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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