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형? 수비형? 롯데와 사직을 둘러싼 외국인 타자 고민.txt
2021.09.29 16:19:33

롯데 자이언츠 딕슨 마차도 /OSEN DB


[OSEN=조형래 기자] 사직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선수 유형에 대한 논쟁의 시간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롯데의 외국인 타자 자리는 유격수 딕슨 마차도가 2년째 차지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탐내던 수비력을 갖춘 선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뚜껑을 여니까 평가는 사실이었다. 여기에 타격이 플러스가 됐다. 수비형이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공격에서도 상대가 쉽게 승부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마차도는 공수 완성형 선수였다. 전경기 출장에 타율 2할8푼(486타수 136안타) 12홈런 67타점 79득점 15도루 OPS .778의 기록을 남겼다. 수비에서는 더할나위 없었고 공격과 주루에서도 기대 이상이었다. 내야진은 몰라보게 안정됐고 투수진 역시 마차도를 믿고 더 편하게 던졌다. 투수진 전체의 기록도 상당수준 좋아졌다.

재계약은 당연했다. 1+1년 총액 145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1년 옵션 연장 여부는 구단이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정규시즌이 끝나고 한국에 좀 더 체류하며 여유를 시간 동안 재계약을 맺었다. 롯데는 당연히 마차도를 원했고 마차도도 한국과 롯데를 사랑해서 속전속결로 재계약이 체결됐다. 

마차도의 2년차 시즌. 수비는 이상 없다. 여전히 견고하다. 그런데 공격이 문제다. 올해 타율 2할7푼4리(369타수 101안타) 4홈런 44타점 70득점 OPS .715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정확도, 출루 능력은 지난해와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비시즌 벌크업의 효과를 기대했던 장타력은 기대 이하다. 지난해 홈런 수치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마지막 홈런은 지난 5월 29일 NC전이 마지막이었다. 4달 동안 홈런 소식이 없다. 장타력 외에 다른 타격 수치들도 최근 10경기 타율 3할5푼3리(34타수 12안타) 4타점 맹타로 끌어올린 수치다.


롯데 자이언츠 딕슨 마차도 /OSEN DB


마차도와 내년 계약 옵션을 실행해야 하는지 고심해야 하는 롯데다. 다른 선수들과 팀 전체적인 공격력과도 연관해서 선택을 내려야 한다. 마흔의 이대호는 내년 시즌이 끝나면 은퇴를 한다. 손아섭과 정훈은 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다. 혹시나 모를 이탈을 대비해야 한다. 3년 연속 20홈런을 넘어선 전준우는 올해 홈런이 7개로 뚝 떨어졌다. 안치홍에게도 이전과 같은 장타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모두 30대 중후반을 향해 가는 나이의 주전 타자들이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까지 공격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둔 선수이고 첫 시즌보다 기록이 떨어졌다. 예측하는 게 어렵지만 일단 현 시점에서는 내년 시즌 팀 공격력 저하를 걱정해야 한다. 거포 유형의 외국인 타자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마차도가 팀의 내야진에서 차지하는 수비력을 생각해보면 결별이 쉬운 선택이 아니다. 지난해 계약 연장 당시에도 마차도의 수비력이 젊은 투수 육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이고 그 효과는 입증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투수 성장의 이유와 함께 내년에는 또 다른 변수가 있을 수 있다. 바로 사직구장 확장이다. 좌우 95m, 중앙 118m로 리그에서 가장 작은 규격의 야구장인 사직이다. 4.8m로 담장이 높지만 그럼에도 사직구장은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다. 롯데 투수들도 불편해 하는 구장이다. 롯데는 홈에서 6.0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에 반해 원정에서는 평균자책점이 4.95로 뚝 떨어졌다. 강팀의 근간인 투수력을 육성하는 기본적인 환경이 불리한 셈이다.


부산 사직구장 /OSEN DB


이에 롯데는 다각도로 사직구장 확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단 올해 그물망을 당기는 방식으로 백스톱 거리를 줄여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구장 개편을 시작했다. 포수가 고민이었던 롯데의 결정이었다. 사직구장 규격 확장도 투수진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다만 기존 담장을 뒤로 밀어버리는 대대적인 공사는 힘든 상황이기에 1,3루 선상을 이동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역시도 가능성이다. 

만약 사직구장 규모 확장이 될 경우 거포 유형의 타자의 필요성은 줄어든다. 넓어진 외야와 함께 내야를 지키는 마차도의 존재로 투수들이 좀 더 힘을 얻고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구장 확장을 결정하더라도 마차도가 아닌 다른 선수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마차도처럼 수비력을 갖추면서 공격력에서도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는 선수가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다.

올해 댄 스트레일리, 앤더슨 프랑코의 외국인 투수 농사가 사실상 실패로 결론 내릴 수 있는 상황. 마차도까지 실패로 규정하긴 힘들다. 그래도 고심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과정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