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최정보다 더 자주 맞는 타자, "걱정되지만 어떻게 할 수가…"
2021.09.29 18:22:32

 

키움 히어로즈 김주형 /OSEN DB



[OSEN=대전, 이상학 기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인간 자석'은 최정(34·SSG)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수준이다. 지난 2005년 프로 데뷔 후 올해까지 17시즌 통산 1895경기 7746타석에서 291개의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 

이는 KBO리그 역대 통산 1위 기록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 포함 '세계 최다'에 해당한다. 메이저리그는 1891~1903년 휴이 제닝스의 287개, 일본은 1986~2008년 기요하라 가즈히로의 196개가 통산 최다 사구 기록. 

그런데 여기, 최정을 능가하는 '인간 자석'이 KBO리그에 있다. 키움 3년차 내야수 김주형(25)이 그 주인공. 김주형은 올 시즌 25경기 58타석에서 무려 13개의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 25경기 중 10경기에 맞았는데 지난 16일 고척 한화전에선 무려 3사구 경기를 했다. 26일 고척 롯데전도 2사구. 9일 광주 KIA전부터 12일 사직 롯데전까지 4경기 연속 사구로 출루하기도 했다. 

1군 등록일수가 37일에 불과한데 몸에 맞는 볼은 리그 전체 공동 3위. 타석당 사구 비율은 22.4%에 달한다. 4~5타석 중 한 번 꼴로 공에 맞아 1루에 걸어나간다. 올해도 몸에 맞는 볼 19개로 이 부문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최정도 타석당 사구 비율은 4.0%로 김주형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역대로 봐도 김주형처럼 자주 맞은 타자는 없다. 100타석 미만에 두 자릿수 사구를 기록한 타자로 2003년 롯데 이우민(72타석 10개), 2014년 넥센 안태영(80타석 10개)이 있지만 타석당 사구 비율은 각각 13.9%, 12.5%로 김주형에겐 비교도 안 된다. 

39타수 7안타로 시즌 타율이 1할7푼9리에 불과한 김주형이지만 볼넷 4개와 사구 13개로 출루율은 4할2푼9리에 달한다. 스몰 샘플이긴 하지만 기이한 기록이다. 

출루는 좋지만 그래도 몸에 맞는 볼은 언제나 부상 위험을 동반한다. 지난 23일 고척 NC전에서 이재학, 26일 고척 롯데전에서 앤더슨 프랑코의 공에 헬멧을 맞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키움 히어로즈 김주형 /OSEN DB



김주형을 바라보는 홍원기 키움 감독도 걱정이 크게 앞선다. 홍 감독은 "우려스런 부분이 있다. 취약 부위에 맞으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주형이 아마추어 때부터 많이 맞았다고 한다. 타석에서 몸쪽 대처에 있어 본인만의 준비 자세가 있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염려스런 부분이다"고 말했다. 

홍 감독 말대로 김주형은 홍익대 시절 4년간 총 74경기 259타석에서 26사구를 기록했다. 2군 퓨처스리그에서도 3년간 108경기 400타석에서 17사구.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게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타석 뒤로 빠져 공을 피하라는 지시를 할 수도 없다. 오랜 기간 몸에 밴 타격 자세나 습관을 단시간 바꾸기 어렵다. 

홍 감독은 "어떻게 할 수 없다. 타석에 들어가서 피하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며 안타까워했다. 타자는 늘 공에 맞는 두려움을 안고 투수와 싸워야 한다. 강속구에 맞으면 몸에 야구공 실밥 자국이 새겨질 만큼 충격이 크다. 김주형은 원초적인 두려움을 딛고 1군 생존을 위해 매 타석에 서고 있다. /waw@osen.co.kr

키움 히어로즈 김주형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