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투수 혹사' 관리법 전격 공개했다. "김범수보다 더 신경 써야 할 투수는…"
2021.10.01 16:19:12

 

 

한화 이글스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 /OSEN DB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화 이글스의 코칭스태프가 투수 관리 가이드라인을 전격 공개했다.

카를로스 수베로(49) 감독을 보좌하고 있는 호세 로사도(47) 투수코치가 자신의 투수 관리 철학을 서면으로 상세하게 설명했다. 로사도 코치는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 에이스로 1997·1999년 두 차례 올스타에 뽑힌 왼손 투수 출신. 어깨 부상으로 일찍 은퇴한 뒤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투수코치로 오랜 기간 유망주 육성을 담당했다. 

한화는 최근 70이닝을 돌파한 불펜투수 김범수를 휴식 차원에서 1군 엔트리에 제외했다. 또 다른 불펜 필승조 강재민도 56⅓이닝을 던져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팬들과 취재진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질문을 꾸준히 받아온 수베로 감독은 "투수 관리에는 숫자 외에 여러 가지 평가 기준이 있다. 김범수와 강재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숫자로 보면 닉 킹험을 가장 신경 써야 한다"며 "트레이닝 파트에서 팔, 어깨 가동 범위 등을 매일 체크해 관리하고 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여러 요소들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수베로 감독과 로사도 코치는 지난 2년간 개인 최고 이닝 대비 30%를 최대 이닝 증가치로 보고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2019년 미국에서 55⅓이닝을 던지고, 지난해 한국에서 10⅔이닝만 던지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시즌 아웃된 킹험은 72이닝이 최대치. 그런데 현재까지 114⅓이닝을 던졌으니 주요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다. 반면 2019년 103이닝을 던진 김범수는 134이닝이 최대치로 아직 여유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하나의 참고사항으로 절대적인 판단 근거는 되지 않는다는 게 수베로 감독의 설명이다. 

29일 대전 키움전이 우천 취소되기 전 수베로 감독은 투수 관리 가이드라인에 대한 자료를 취재진에 일부 공개했다. 로사도 코치 명의로 쓰여진 A4 용지 3장 분량의 문서였다. 이에 따르면 로사도 코치는 "한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야구에 걸쳐 투수에게 최적의 투구량 관리 방법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투구수, 투구 이닝, 스로잉 프로그램, 휴식 등 다양한 세부 주제들이 포함된다. 제가 공부한 여러 연구 결과들과 최근 유행하는 이론 및 방침들에 대한 핵심 포인트들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글을 시작했다. 

 

한화 닉 킹험이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와 이야기하고 있다. /OSEN DB



그는 "사안의 중요도에 비해 다양한 연구가 펼쳐지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존재하는 연구 결과 역시 한계점이 있다. 예방을 목적으로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런 가이드라인들의 실제 부상 방지 효과에 관한 연구는 진행되지 못했다"며 "몇 년 전 뉴욕 양키스 구단 피칭 코디네이터로 근무할 때 투구수와 급성 및 만성 부상 비율에 대한 구단 내부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다. 투구수와 미래 부상 확률은 낮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또 대부분의 투수 부상 집단군은 부상 전력으로 인해 선발 보직으로 강제된 사례(적절한 빌드업 부족), 또는 부상 공백 이후 적절한 경기 복귀 절차를 밟지 못한 사례였다. 어떤 투수들에겐 과거 부상 전력이 부상 재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한 때 '버두치 리스트'가 각광받기도 했다. 지난 2006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톰 버두치 기자가 제시한 이론인데 만 25세 이하 투수가 전년 대비 30이닝 이상 던졌을 때 그 다음 시즌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을 겪게 된다는 가설이다. 꽤 높은 적중률을 보여 주목받았다. 이에 대해 로사도 코치는 "어떤 과학적 근거 없이 경험적으로 설정한 전년 대비 30% 증가 이닝 제한이 많은 이들에게 정론처럼 굳어졌다"며 "현재까지 이닝 제한이 투수 미래 내구성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숫자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숫자상으로 정확한 근거 자료는 없지만 로사도 코치는 신체역학을 기준으로 한화 투수들을 관리하고 있다. 그는 "우리 팀 모든 투수들은 시즌 개막부터 시즌 중 최소 월 1회씩 관련 테스트를 받는다. 시즌 종료 시점에도 다시 테스트할 예정이다"며 "신체 능력 테스트는 어깨, 팔꿈치, 엉덩이, 발목, 사각근 및 햄스트링 등 조절가동역을 비롯해 여러 항목들이 포함된다. 어깨 회전근을 검사하기 위해 손의 악력을 테스트하기도 한다. 일관성을 위해 제한된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며 정기적인 미팅을 통해 기준과 프로토콜을 만들어간다"고 밝혔다. 

 

한화 로사도 투수코치(오른쪽)가 김범수의 불펜투구를 지켜보며 지도하고 있다. /OSEN DB



이어 "테스트 결과 특정 선수가 기존 측정값과 의미 있는 수준의 편차를 보이게 되면 주요 관심 대상으로 관리한다. 측정 에러를 배제하기 위해 재검사를 시행하며 다시 한 번 의미 있는 수준의 편차를 보인다면 선수와의 면담을 통해 몸 상태나 최근 루틴의 변화 등에 대해 체크하고, 기술 코치들은 해당 선수의 투구폼 등 메카닉에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체크한다"며 "트레이닝 파트에서 이런 다방면의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투수 파트에 특별 케어 프로그램이나 투구량 조절 등 관련 의견이 전달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관련된 여러 스탭들이 모여 최종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바탕으로 로사도 코치는 '플라이오 케어 루틴'이라는 팔 관리 훈련법도 도입했다. 로사도 코치는 "팔 관리 프로그램은 예년과 대비해 꽤 주목할 만한 수준의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자신한다"며 플라이오 케어 루틴에 대해 "관심이 있는 투수들에 한해 훈련 강도를 조절해가며 시행하고 있다. 투구시 중심이동과 타이밍 개선에 효과를 줄 수 있는 훈련법이다. 이외에도 선수들은 매일 영상 분석 자료를 활용한 데일리 피드백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로사도 코치는 "더욱 발전된 방식의 훈련 및 관리는 선수들에게 훈련 기반 자율성, 책임감, 유연성을 제공해 선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며 "이 주제에 관해 투수코치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즌 내내 담당하고 있는 투수들과 매일같이 소통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waw@osen.co.kr

한화 로사도 투수코치가 선수들에게 훈련법을 알려주고 있다.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