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허용→눈물 펑펑' 10승 좌완, “그게 울 일이냐고…아직까지 놀린다”
2021.10.01 17:07:21

 

삼성 라이온즈 투수 최채흥 / OSEN DB



[OSEN=대구, 손찬익 기자] 삼성 라이온즈 좌완 투수 최채흥이 제 모습을 되찾았다. 지난해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는 등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으나,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옆구리 부상을 당하면서 꼬였다. 복귀 후 부진으로 기대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전반기 10경기 2승 5패(평균 자책점 5.53)로 마감한 최채흥은 후반기 8경기 2승 2패(평균 자책점 4.02)로 한층 더 나아졌다. 9월 들어 5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평균 자책점 2.61로 10승 좌완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줬다. 

9월 26일 대구 NC전에서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뽐냈다. 아쉽게도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무실점(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완벽투를 선보였다. 다음은 최채흥과의 일문일답. 

-9월 들어 제 모습을 되찾은 것 같다. 

▲제구가 좋아졌다.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질 수 있으니 경기가 되는 것 같다. 제구력 향상을 위해 기본적인 부분을 열심히 했다. 캐치볼할 때부터 포인트를 정해놓고 던진 게 도움이 됐다. 

-9월 26일 대구 NC전 투구는 단연 최고였다.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경기다. 

▲경기 초반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점수를 안 주고 있으니 뭔가 싶었다. 후반 들어 공이 제대로 가기 시작했다. 운이 좋았다. 저는 항상 수비의 도움을 많이 받는 투수다. 삼진 잡는 능력이 부족해 수비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형들이 항상 잘해주신다. 

-9월 15일 대구 LG전에서 5회 투런 홈런을 맞고 덕아웃에 돌아와 눈물을 펑펑 쏟아내 화제가 됐다.  

▲제 생각에는 순위 싸움에 있어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했다. 팬들도 많이 오셨고 저 나름대로 기대가 컸다. LG 선발 케이시 켈리와 맞붙어 이긴다면 평가가 더 좋아질 거라 기대했는데 실투 하나로 지는 경기가 되어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 저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쳤다. 

-동료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다들 놀리기 바쁘더라. (박)해민이 형이 경산에서 재활군 훈련을 마치고 라팍에 와서 ‘왜 우냐. 그게 울 일이냐’고 놀렸다. 등판 다음 날부터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아직까지 놀린다. 저는 ‘눈물이 나오는 거 어떡하냐’고 그랬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최채흥 / OSEN DB



-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좋다. 데뷔 첫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클 것 같은데. 

▲선발로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가을 야구를 하는 거라 기대가 크다. 설렘도 크다.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가을 무대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로부터 조언받은 게 있다면. 

▲춥다고만 들었다. 해민이 형이 ‘시즌 중 가장 재미있을 때’라고 하셨다. 기대된다. 

-지난해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고 올 시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부담보다 저 자신에게 기대를 많이 했다. 작년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컸는데 생각만큼 몸이 안 올라와서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시즌 중반 무렵 (강)민호 형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강민호 선수가 어떤 이야기를 해줬는가. 

▲민호 형이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 작년에 잘한 거 알지만 지금 당장 안 되는데 어떻게 하냐. 마음 편하게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시기가 있어야 다음에 더 잘할 수 있고 비슷한 상황이 발생해도 더 잘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때부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평균 자책점(4.83)을 더 낮추고 싶다. 올 시즌 출발이 늦어 100이닝 채우는 걸 목표로 세웠는데 이미 달성했다. 정현욱 투수 코치님께서 계속 가슴이 뜨거워지는 말씀을 하신다. ‘5점대 투수가 투수냐’고. 평균 자책점을 4.50까지 낮추는 게 목표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