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종 가치' 급락... 류현진, '구속'은 올랐는데 왜 부진한가?
2021.10.01 18:33:26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AFPBBNews=뉴스1

 

토론토 블루제이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의 2021년이 만만치 않다. '에이스' 지위도 내놓아야 할 위기다. 전반적인 지표가 모두 떨어졌다. 제구가 흔들리고, 이에 따라 구위가 떨어진 것이 문제다. 작년 대비 좋아진 것은 구속 하나 뿐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30경기에서 164이닝을 소화하며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39를 기록중이다. 13승은 괜찮은 부분이나 나머지는 빅 리그 데뷔 후 가장 나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무대를 밟은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패배를 당했다. 이닝도 많은 편이 아니다. 9이닝당 피홈런 1.26개는 2017년(1.56개) 이후 처음으로 1개 이상이 됐고, 9이닝당 탈삼진도 5년 만에 8개 밑으로 떨어졌다(7.46개).

구종 가치가 하락한 것이 문제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류현진의 구종가치는 포심 -0.2, 체인지업 -1.1, 커터 1.9, 커브 -0.7이다.

지난해의 경우 포심 -3.8, 체인지업 7.0, 커터 4.9, 커브 1.3이었다. 포심이 마이너스이기는 해도 다른 쪽이 좋았다. 12경기 67이닝,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라는 빼어난 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다.

올 시즌의 경우 포심은 좋아졌다. 여전히 마이너스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높다. 구속 증가가 보인다. 시즌 평균으로 보면 2020년 평균 89.8마일(약 144.5km), 2021년 89.9마일(약 144.7km)로 큰 변화는 없다.

대신 최근 들어 93마일(약 149.7km)의 속구를 심심찮게 뿌리는 등 구속이 상승한 것이 두드러진다. 29일 뉴욕 양키스전에서는 평균 91.35마일(약 147km)의 속구를 뿌렸다. 시즌 평균 대비 2km 이상 빨랐다.

문제는 류현진이 강속구로 윽박지르는 스타일의 투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류현진이 평균으로 92마일(약 148.1km)을 던진다고 하더라도 리그 평균을 밑돈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포심 평균 구속은 이미 2018년부터 93마일 이상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93.1마일(약 149.8km)이었다.

류현진은 포심이 아니라 체인지업과 커터 '양 날개'를 바탕으로 상대를 잡았다. 간간이 구사하는 커브 또한 위력적이었다. 올해는 이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특히 체인지업이 약해졌다. 실제로 구종 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진 것이 체인지업이다. 리그 최고를 다투던 때도 있었지만, 올해는 전혀 아니다.

무엇보다 류현진 특유의 정교한 제구가 안 된다. 실투가 비교적 잦아졌고, 상대 먹잇감이 되고 있다. 가장 최근 등판인 29일 양키스전에서도 가운데 들어간 실투가 홈런이 됐다.

류현진은 29일 양키스전 패배 후 "투수가 90마일 이상의 공을 강하게 던질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공의 제구력인 것 같다. 오늘도 실투가 홈런으로 연결됐다"고 자평했다. 자신도 안다. 결국 구위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제구가 필수다.

올 시즌도 몇 경기 남지 않았다. 순번상 볼티모어와 마지막 홈 3연전에 류현진의 차례가 돌아온다. 등판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마운드에 오른다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호투를 펼쳐야 한다. 결국 제구다. 그래야 구위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