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선수 없지만 보상금 22.5억' 부활하는 박병호, FA 재평가 되나?
2021.10.02 10:52:25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OSEN DB


[OSEN=대전, 이상학 기자] '거포' 박병호(35·키움)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박병호의 가치가 재평가될지 주목된다. 

최근 11경기 연속 안타 행진 중인 박병호는 이 기간 40타수 15안타 타율 3할7푼5리 3홈런 7타점 OPS 1.025로 반등하고 있다. 최근 7경기에서 홈런 3개를 몰아치며 모처럼 4번타자 위용을 이어가고 있다. 5위 싸움 중인 키움은 박병호의 부활로 힘을 받고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작년부터 주변에서 박병호의 에이징 커브에 대해 우려 섞인 말씀을 많이 하신다. 본인이 안 좋은 성적을 이겨내고 돌파하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주장직을 내려놓고 면담을 통해 조금 더 밝아졌다. 기복이 있긴 하지만 지난주부터 홈런이 나오고, 중요할 때 타점을 올리고 있다. 시즌 끝날 때까지 박병호가 중심을 잡아줘야 우리가 더 좋은 승부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병호의 반등은 시즌 후 FA 취득과 맞물려 관심을 모은다. 지난 2015년 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병호는 2018년 친정팀 키움에 복귀했다. 포스팅으로 해외 진출시 복귀 후 4시즌을 뛰어야 FA가 되는 규정에 따라 박병호는 올 시즌을 마치고 FA가 된다. 

만 35세 늦은 나이에 첫 FA 자격을 얻지만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만 35세 신규 FA는 원소속구단에 보상선수가 발생하지 않는다. 전성기는 지났지만 FA 등급제 덕분에 박병호로선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FA 이적이 쉽지 않다. 보상선수는 없지만 보상금이 따라붙는다. C등급 선수는 연봉의 150%를 전 소속팀에 보상해야 한다. 올해 박병호의연봉은 15억원으로 보상금은 22억5000만원에 달한다. 전성기라면 이 정도 보상금도 감수할 팀이 줄을 섰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OSEN DB


올해 박병호의 시즌 전체 성적은 97경기 타율 2할2푼6리 17홈런 60타점 OPS .760이다. 규정타석 타자 52명 중 타율이 가장 낮다. 2011년 키움 이적 후 모든 기록이 개인 최저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수비 포지션도 1루로 제한돼 있어 타격 성적이 떨어지면 FA로서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어도 키움에선 박병호의 가치가 크다.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외국인 타자 농사 실패로 장타력이 눈에 띄게 줄어든 키움에서 박병호는 박동원(22개)과 함께 유이하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 중인 타자다. 키움은 서건창(LG)이 트레이드되고, 한현희가 코로나 술판 징계로 FA 자격 취득이 불발돼 올 겨울 내부 FA가 박병호뿐이다. 조금 더 박병호에게 집중할 환경이 마련됐다. 

남은 시즌 키움을 가을야구로 이끌지에 따라 가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팀의 자존심과 개인 가치 상승을 위해서라도 지금 기세를 잘 이어가야 한다. 홍원기 감독은 "삼진을 먹고, 타율이 낮지만 박병호가 타선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상대가 느끼는 위압감이 다르다. 한 번 치기 시작하면 몰아치기에도 능하다. 시즌 마지막까지 좋은 역할을 해줄 것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

 

박병호가 홈런을 날린 뒤 더그아웃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