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LG는 3월 함덕주를 데려오고, 8월 정찬헌을 떠나보냈을까?
2021.10.02 14:52:19

키움 히어로즈 투수 정찬헌./OSEN DB


[OSEN=잠실, 한용섭 기자] ‘윈나우 트레이드’라면 보통 유망주를 내주고, 즉시 전력 선수를 데려온다.

LA 다저스는 지난 7월말 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시즌 후 FA가 되는 맥스 슈어저와 2022시즌 후에 FA가 되는 트레이 터너를 영입하기 위해 워싱턴 내셔널스에 마이너리그 투수와 포수 유망주 등 4명(키버트 루이스, 조슈아 그레이, 도노반 케이시, 헤라르도 카릴로)을 내줬다. 당장의 성적을 위해 ‘윈나우’를 택하면, 미래에 올스타로 성장하며 잠재력을 터뜨릴지 몰라도, 현재 유망주 선수를 내주게 된다.

LG는 후반기를 앞두고 키움과 트레이드를 했다. 팀에서 최대 고민 포지션인 2루수를 보강하기 위해 서건창을 데려왔다. 대신 선발 로테이션의 정찬헌을 키움에 내줬다. 타선을 강화하기 위해 투수력에서 손해를 봤다. 3월에는 선발이 부족해 두산과 트레이드로 함덕주를 데려왔으나, 후반기를 앞두고 2루수 올인을 위해 선발 정찬헌을 내줘야 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시즌 초에는 키움이 서건창을 트레이드 안 한다고 했다. 지난 겨울부터 2루수를 보강하려 했는데 서건창은 트레이드 불가라고 했다”며 “한현희, 안우진이 KBO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후에 내가 먼저 키움에 전화를 했다. 서건창을 줄 수 있느냐, 그쪽 선발이 비었는데 한 번 맞춰보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키움은 선발 투수 2명이 빠지면서 ‘서건창 트레이드 불가’라는 내부 방침이 바뀌었다. 한현희-안우진의 코로나 술자리 파문이 터지면서, 올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 서건창을 트레이드 시키기로 결정해 LG와 카드를 맞췄다.

차 단장은 “키움은 즉시 전력 선발 투수가 필요해서 서건창 트레이드에 응했다고 생각한다. 당장 던질 수 있는 선발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키움쪽에서 정찬헌이 괜찮다고 해서 정찬헌 카드로 맞춰지게 됐다”고 말했다.

LG가 20대 초반의 젊은 유망주 투수들를 보호하느라 정찬헌을 트레이드로 보낸 것은 아니다. 예전 키움의 트레이드를 보면, 키움은 1군 주전급 선수를 다른 팀으로 보내고 대신 유망주 투수를 받아들이는 트레이드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키움도 5강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당장 구멍난 선발진을 채우기 위해 주전 2루수를 내주기로 감수했다.

키움이 원하는, 어느 정도 성적이 보장되는 LG 선발 투수는 임찬규, 정찬헌으로 좁혀진다. LG도 나이 등을 고려해서 내줄 카드라면 정찬헌일 수 밖에 없었다. LG가 먼저 서건창을 원하는 트레이드를 제안했고, 목적을 달성하려면 어느 정도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LG 트윈스 시절 정찬헌./OSEN DB


30개 팀이 있는 메이저리그는 시즌 중반이면 포스트시즌 탈락팀이 대거 나온다. 또 다음 시즌이나 장기적인 리빌딩을 계획하는 팀들이 해마다 몇 팀은 나온다.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에이스급 투수나 간판 타자를 내주고 유망주들을 패키지로 받아들이는 트레이드가 자주 일어난다.

시즌 도중 우승 도전 가능성이 있는 팀은 당장 후반기 성적에 올인하기 위해서 유망주를 내주는 트레이드를 기꺼이 단행한다. 윈나우 팀과 리빌딩 팀의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KBO리그는 단 10개팀이다. 대놓고 리빌딩을 하거나 탱킹을 하기는 쉽지 않다. 1년 성적이 사장, 단장 등 구단 프런트 고위층의 임기에 영향을 끼치기에 탱킹은 무리다. 윈나우로 유망주를 내주고 리빌딩 팀의 스타급 선수를 영입하려 해도, 쉽게 성사되지 않는다. 지난해 한화 마무리 정우람이 트레이드설에 올랐으나, 결국 성사되진 못했듯이.

또 KBO리그는 10개 팀 중 절반인 5개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시즌 중반이라도 6~7위는 물론 산술적으로 기회가 있는 8~9위팀까지도 ‘가을야구’를 포기하진 않는다. 시즌 도중 깜짝 트레이드라도 준주전급에서 많이 이뤄진다.


정찬헌과 1대1로 키움에서 LG로 트레이드된 2루수 서건창./OSEN DB


정찬헌이 키움으로 가서 잘 던지는 것은 선수 개인에게 트레이드가 또다른 동기부여나 변곡점이 됐을 수도 있다. 하필 후반기 LG의 선발진에서 수아레즈의 부상, 젊은 4~5선발들이 부진하면서 정찬헌의 빈 자리가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찬헌은 LG에서 뛴 전반기 12경기 6승 2패 평균자책점 4.03을 기록했고, 키움 이적 후 7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 중이다. 이적 후 처음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5(29이닝 5자책)의 놀라운 피칭을 이어가다 최근 2경기에서는 8이닝 10실점(평균자책점 11.25)으로 난타 당했다. 발목 부상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가 복귀, 공교롭게 2일 고척 LG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한다.

LG는 이미 떠난 정찬헌이 잘하고 못하고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영입한 서건창이 기대만큼 공격에서 활발한 타격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서건창은 최근 9경기에서 매 경기 안타를 때리며 타율 3할7푼1리(35타수 13안타)로 상승세다. LG 이적 후 성적은 41경기 타율 2할7푼5리 출루율 .356, OPS .685로 조금 나아졌다. 서건창이 더 잘해야 한다. /orange@osen.co.kr


개막 전에 두산에서 LG로 트레이드된 투수 함덕주./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