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미스터 옥토버’ 박정권 “가을만 되면 제 생각나지 않을까요”
2021.10.02 18:42:08

SK 와이번스 시절 박정권 / OSEN DB

 

[OSEN=인천, 이후광 기자] "이제 가을만 되면 제 생각나지 않을까요."

‘미스터 옥토버’ 박정권이 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KT 위즈와의 시즌 14차전에 앞서 은퇴 인터뷰를 갖고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는 소감을 전했다.

전주고-동국대 출신의 박정권은 2000 쌍방울 2차 9라운드 95순위 지명을 받고 2004년 SK에서 1군에 데뷔했다. 전성기 시절 SK 중심타선을 맡아 와이번스 왕조의 주역으로 활약했고, 유독 가을만 되면 맹타를 휘둘러 ‘미스터 옥토버’라는 별명이 붙었다. 2019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박정권의 1군 통산 성적은 1308경기 타율 2할7푼3리 1134안타 178홈런 679타점 611득점이며, 포스트시즌에도 통산 62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6리 11홈런 40타점을 남겼다.

은퇴 후 SSG 2군 타격코치를 맡게 된 박정권은 원래 2020시즌 도중 은퇴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팬들 앞에서 은퇴식을 하고 싶다”는 의견에 따라 식을 미뤘다. 그러나 올 시즌도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더 이상 팬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 이날 은퇴식을 거행하게 됐다. 구단은 무관중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드라이브스루 사인회, 은퇴 특집 ‘프리뷰쇼’, 스페셜 불꽃축제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다음은 박정권과의 일문일답이다.

▲조금 늦었지만 은퇴식을 하는 소감.

조금 오래 미뤄왔던 은퇴식이고, 무관중이라 아쉽긴 한데 더 이상 끌 필요는 없었다. 조금 이따가 경기를 시작해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무덤덤하다.

▲은퇴선수 특별엔트리를 고사한 이유는.

팀이 지금 중요한 상황이다. 물론 거기 계신 분들은 그게 아닐지라도 내 입장에서는 웬만하면 조금이라도 어수선하게 만들지 않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

▲구단 최초 드라이브스루 사인회를 한 소감은.

재미있었다. 색다르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사인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라도 만남을 가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무관중 시대에 잠깐 팬들과 소통한 것 같아서 후련하긴 하다.


드라이브스루 사인회에 참석한 박정권 / SSG 랜더스 제공


▲2군 타격코치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는데.

2군에서 하다보니 선수들과 이야기하면서 배우는 부분이 많다. 항상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공부를 안 하면 안되겠구나 싶어서 공부를 많이 하고, 선수들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2군 선수들은 확실히 자기 것이 많이 없어 유튜브 쪽으로도 많이 습득하려고 한다. 코치는 한정돼 있고 선수들은 많아서 그런 쪽으로 해소하려는 것 같다. 나름 선수들이 연구를 많이 하면 코치 입장에서 맞는지 안 맞는지 해봐야하니 경험을 해보라고 조언을 한다.

▲2군에서 지도한 선수가 1군에서 잘하면 어떤 기분인가.

긴장된다. 선수 때도 코치님들이 항상 선수보다 더 긴장된다고 하셨다. 한국시리즈 때보다 훨씬 긴장되고 치라고 기도하면서 본다. 두 손이 저절로 모아진다. 편안한 자세로 못 보겠더라.

▲현역 생활을 되돌아본다면.

열심히 했었던 것 같다. 최고의 자리는 오르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했고, 팀에 보탬이 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던 선수였다.

▲박정권 하면 '미스터 옥토버'를 빼놓을 수 없다.

선수 때는 그런 이미지가 싫었다. 야구가 사계절 운동하는 스포츠인데 가을 이미지만 굳어진 것 같아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끝나고 보니 그 정도 타이틀은 하나 있어도 괜찮겠다 싶었다. 선수를 그만두고 나서 가을 이미지가 조금 좋아졌다. 앞으로 가을만 되면 내 생각이 나지 않을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데뷔전도 생각이 나고, 마지막 경기도 생각 난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가을의 순간도 기억이 난다. 마지막 타석이 기억이 남긴 하다. 그 때 안타를 쳤어야 했는데 삼진으로 끝났다. 

▲현역 시절 와이번스는 본인에게 어떤 팀이었나.

선수단끼리 다른 팀보다 잘 뭉치고 끈끈했다는 건 확실히 자부할 수 있다. 투수, 수비 등은 물 샐 틈이 없었다. 김성근 감독님이 계셔서 워낙 많은 훈련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도 SK 왕조는 숨쉴 공간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오는 투수, 타자들마다 답답해서 경기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평가를 해준다. 모든 게 완벽했다. 


박정권 드라이브스루 사인회 / SSG 랜더스 제공


▲현역 시절 기억에 남은 지도자가 있다면.

다 기억에 남고 배울 점이 많았다. 프로 처음 들어왔을 때 조범현 감독님부터 가장 오래 함께 한 김성근 감독님까지 모두 그렇다. 이후 이만수 감독님, 김용희 감독님 등 각자의 특색을 갖고 선수단을 이끌어주셨다. 그분들 밑에서 했던 게 운이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그분들이 왜 그렇게 하셨는지 이제 알 것 같다.

▲은퇴 후 현역으로 뛰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 것 같은데.

1년 지났을 때는 뛰고 싶었는데 2년 지났을 때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 타격코치는 서있는 시간이 많아 허리가 아프다. 올해는 허리가 많이 안 좋아졌다.

▲5강 싸움 중인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시즌 초부터 투수들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모든 선수들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젖먹던 힘까지 짜내고 있는 상황이다. 최선을 다한다고 이길 순 없는데 매 경기 지금처럼 열심히 하다보면 가을야구에 갈 수 있다. 너무 큰 부담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

▲끝으로 자신을 응원해준 와이번스, 랜더스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드라이브스루 때 깜짝 놀랐다. 2년이 지났으니 팬들 흥분이 가라앉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직도 은퇴식 기다려주신 분들도 많고, 무관중 은퇴식을 아쉬워하시는 팬들도 굉장히 많았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정말 많은 응원을 해주신 걸 그만두고 2년 지나다보니 오히려 선명해진다. 행복했고 한 팀에서 우승도 여러 번 해봤고 MVP도 받아봤다. 생각하면 할수록 괜찮은 선수 생활을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고의 자리는 올라가지 못했지만 후회없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남들이 못해본 것도 해봤다. 은퇴식까지 한다. 참 행복한 사람이었다. 팬들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 사랑이 과분하고 선수생활하는 데 큰 힘이 됐었다는 걸 많이 느낀다. 감사하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