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헤더 풀타임’ 마차도 뺄 수 없는 롯데 현주소, 과연 미래는?
2021.10.02 18:52:48

롯데 자이언츠 유격수 딕슨 마차도 /OSEN DB



[OSEN=부산, 조형래 기자] 왜 현재 롯데가 외국인 선수로 거포형 선수가 아닌 수비형에 가까운 딕슨 마차도를 활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더블헤더 18이닝이었다. 현재는 물론 미래를 위해서도 마차도, 나아가 수비형 외국인 선수에 대한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를 증명했다. 

롯데는 지난 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더블헤더 1,2차전을 모두 승리했다. 1차전 4-3, 2차전 3-2, 2경기 모두 1점 차 살얼음판 승부를 승리로 낚아채며 갈 길 바쁜 선두 KT의 발목을 잡았다.

투수력의 힘, 수비의 힘으로 거둔 신승이었다. 그 중심에 롯데는 유격수 딕슨 마차도가 있었다. 이날 마차도는 더블헤더 1,2차전 모두 선발 출장했고 경기 끝까지 빠지지 않고 유격수 자리를 지켰다. 통상 래리 서튼 감독은 더블헤더를 치를 경우 1경기는 배성근 등 백업 유격수에게 기회를 주고는 했지만 아직 5강을 포기하지 않은 시점에서 마차도를 쉽게 뺄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1,2차전 공수에서 모두 마차도가 하이라이트 순간 핵심적인 역할을 해내면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1,2차전에서 모두 실책을 범하기도 했지만 마차도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수비로 팀을 구해내기도 했다.

1차전에서는 2회말 1-0으로 선취점을 냈지만 앞서 주루사로 분위기가 가라앉을 시점에서 2타점 2루타를 뽑아내 팀에 리드를 안겼다. 이후 곧장 동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마차도의 적시타가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는데 일조를 했다.

2차전에서는 1회초 시작과 함께 강백호의 타구를 더듬으며 실책을 범했다. 그러나 이후 황재균의 3-유간 깊숙한 코스의 타구를 잡은 뒤 빠른 송구 동작으로 병살로 연결시켰다. 그리고 2회초 2사 3루에서 신본기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다이뱅 캐치로 걷어내 점수를 막았다. 땅볼 유도형 투수 이인복은 마차도의 존재로 힘을 얻고 5이닝 2실점 역투로 2차전 승리를 견인했다.

마차도의 가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수비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수비로 로스터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의 어깨와 수비 범위를 갖췄다. 지난해 한국 무대 첫 시즌에서는 공격력에서도 한몫했다., 타율 2할8푼(486타수 136안타) 12홈런 67타점 79득점 OPS.778의 생산력을 남겼다. 공수에서 마차도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올해는 공격에서 아쉬움이 짙다. 타율 2할7푼2리(382타수 104안타) 4홈런 47타점 OPS .710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장타력이 지난해에 비해 뚝 떨어졌다. 비시즌 벌크업으로 체구를 키웠지만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진 않고 있다.

하지만 마차도를 데려온 목적이 공격이 아닌 수비였다. 젊은 투수의 육성을 위해 수비를 안정시키는 것이 1차적인 목표. 지난해 마차도와 재계약을 맺었던 이유도 투수들의 성장세를 눈으로 확인하자 그 여세를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물론 마차도의 존재는 다른 내야수들의 성장과도 직결된다. 언젠가는 국내 선수가 유격수를 맡아야한다. 롯데도 이를 알기 때문에 유격수 육성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과를 눈에 띄게 확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롯데는 내야수들의 성장보다는 당장 투수들의 육성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고 이를 위해 마차도를 기용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선수 유형을 따지기 보다는 현재 육성 우선 순위가 투수일 뿐이다. 이미 롯데 투수들에게 마차도의 존재는 성장의 자양분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후 계획하고 있는 사직구장 외야 확장 등과도 연계되어 있는 마차도의 미래다. 구장을 늘리게 되면 장타보다는 컨택형, 중거리형 타자가 더 필요하다. 무리하게 거포를 영입해서 모험에 나설 이유가 없다. 국내 선수들의 장타력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를 수비와 주력, 출루율로 상쇄하려는 복안이다. 롯데의 현재 프런트와 래리 서튼 감독 야구의 방향성이 ‘스몰볼’에 가깝기 때문에 장타력은 떨어지지만 출루 능력이 좋고 수비력이 좋은 선수에게 눈길을 주고 있다. 올해 마차도의 출루율은 3할5푼9리이고 볼넷 52개, 삼진 55개로 볼넷/삼진 비율도 1에 가깝다.


롯데 자이언츠 유격수 딕슨 마차도 /OSEN DB

 

또한, ‘주포’이자 사실상 고정 지명타자에 가까운 이대호가 내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다. 수비를 나가더라도 1루에 한정된다. 만약 내야 수비형 선수가 아닌 거포형 1루수 자원을 당장 영입한다고 하더라도 이대호와 중복이 될 수밖에 없다. 정훈, 손아섭 등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의 거취와도 관련이 되어 있지만 교통정리는 피할 수 없다.

마차도의 존재는 딜레마라고 볼 수 있다. 딜레마의 이유는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존재의 가치와 이유를 부정하기 힘들고 당장 전력에서 배제하기 힘들다. 마차도보다 더 좋은 선수가 있으면 교체를 하는 게 맞겠지만 마차도는 이미 팀 전력에 녹아들었다.

또한 코로나19 시국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 역시 선수 확보에 혈안이 되면서 외국인 선수 시장이 위축됐다. 10개 구단 모두가 입을 모아서 하는 말이다. 마차도보다 더 좋은 선수를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거포형 선수지만 저스틴 보어(LG)는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갔고 , 중도 하차했던 제러드 호잉(KT)의 재합류, 거포형 보다는 전천후 야수인 에르난 페레즈(한화)는 현재 외국인 선수 시장의 현주소다. 그렇기에 마차도의 가치를 평가절하 할 필요가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