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팬들 사랑을 받은 남부럽지 않은 선수” '굿바이' 박정권 은퇴사.txt
2021.10.02 20:57:52

[OSEN=인천, 민경훈 기자]SSG 박정권이 은퇴식을 앞두고 딸들과 함께하는 시구 시타 이벤트와 함께 가족과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1.10.02/rumi@osen.co.kr


[OSEN=인천, 이후광 기자] ‘미스터 옥토버’ 박정권(40, SSG)이 조금 늦은 은퇴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그라운드와 작별인사를 했다.

박정권은 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14차전을 마치고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전주고-동국대 출신의 박정권은 2000 쌍방울 2차 9라운드 95순위 지명을 받고 2004년 SK에서 1군에 데뷔했다. 전성기 시절 SK 중심타선을 맡아 와이번스 왕조의 주역으로 활약했고, 유독 가을만 되면 맹타를 휘둘러 ‘미스터 옥토버’라는 별명이 붙었다. 2019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박정권의 1군 통산 성적은 1308경기 타율 2할7푼3리 1134안타 178홈런 679타점 611득점이며, 포스트시즌에도 통산 62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6리 11홈런 40타점을 남겼다.

은퇴 후 SSG 2군 타격코치를 맡게 된 박정권은 원래 2020시즌 도중 은퇴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팬들 앞에서 은퇴식을 하고 싶다”는 의견에 따라 식을 미뤘다. 그러나 올 시즌도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더 이상 팬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 이날 은퇴식을 거행하게 됐다.

박정권은 경기에 앞서 사전에 선발된 50대 차량을 대상으로 드라이브스루 사인회를 개최했다. 구단은 참석한 팬들에게 기념 티셔츠, 응원 타월, 기념티켓 등을 무료로 증정했다. 이후 은퇴 기자회견을 진행한 그는 경기에 앞서 큰 딸 예서 양과 작은 딸 예아 양과 특별 시구, 시타를 통해 가족과 그라운드에서 마지막 추억을 쌓았다. 이날 SPOTV 중계방송에 특별 출연해 이준혁 캐스터, 김경기 해설위원과 마이크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OSEN=인천, 민경훈 기자]KT 유한준이 은퇴식을 하는 박정권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21.10.02/rumi@osen.co.kr


경기 후 공식 은퇴행사가 열렸다. 기념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선물과 꽃다발이 전달됐고, 김강민, 한유섬, 제춘모 코치, 조동화 코치 등 정든 동료들의 영상편지가 이어졌다. 이후 은퇴사를 통해 구단에 감사를 표하고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행사의 마지막은 모처럼 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불꽃놀이였다. 화려한 불꽃들이 하늘 이곳저곳에 화려하게 터지며 랜더스를 떠나는 그의 앞날을 응원했다.

다음은 박정권 은퇴사 전문이다.

먼저 2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런 영광스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사장님, 이하 단장님 그리고 묵묵히 뒤에서 이 자리를 위해 힘써 주신 저희 프런트 모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프로 입단 후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전달해준 많은 선배님들, 지금 이 자리에 계신 동료 후배님들, 저 박정권이란 이름 석 자를 알릴 수 있게 어렸을 때부터 지도해주신 감독님 분들과 코치님들 한 분, 한 분 존함과 함께 말씀 드리지 못하는 부분 죄송스럽게 생각하면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짧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립니다.

그리고 지금 너무 마음 한켠이 무겁고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아마 저희 은퇴식을 참석하고 싶어도 참석하지 못하는 팬 여러분과 이 텅 빈 관중석 때문일 겁니다. 많은 팬분들 앞에서 작별인사를 하진 못하지만 저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부럽지 않은 선수 생활을 했고,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팬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많은 사랑을 받은 선수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한편으론 아쉬운 생각도 듭니다. 선수생활 때 받았던 많은 사랑이 그때는 희미했고, 막연했었습니다.


[OSEN=인천, 민경훈 기자]은퇴식을 갖는 SSG 박정권이 딸들과 함께 하는 시구시타 이벤트에서 박정권이 함께 시타를 하는 둘째딸 박예아 양을 부르고 있다.  21.10.02/rumi@osen.co.kr


사랑은 지나고 나서야 소중한 걸 깨닫는다는 것을 저 또한 지나고 나서 오롯이 깨달았습니다. 왜 더 살갑게 하지 못하고, 왜 더 남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는지 참 아쉽기만 합니다. 아마도 야구에 몰두했고, 야구만 알았기 때문에 시야가 너무 좁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론 그랬기 때문에 선수생활을 꽤 오래했고, 비록 최고의 자리는 올라서진 못했지만 이런 영광스러운 은퇴식의 자격이 주어진 것 같습니다.

2년간의 짧은 코치 생활을 경험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결코 내가 잘해서 사람들이 잘해주는 것이 아니구나, 선수 한 명을 위해서 정말 여러 사람이 움직여야 되는구나. 지금은 제가 받았던 것을 선수들에게 돌려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코치보단 좋은 사람이 되자. 그리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자. 되새기면서 살다 보면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잘한 기억, 잘못한 기억, 좋은 추억, 안 좋은 추억, 이제는 안 좋았던 기억까지도 행복한 지난 날로 저에게 남아있습니다. 이 행복한 기억을 남겨 주신 모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열과 성을 다해서 저를 키워 주신 부모님, 어렸을 때부터 동생에게 많은 것을 양보해줬던 우리 형, 그리고 묵묵히 아기들 잘 키워주고, 정말 예민했던 선수 때 저를 발 받아줬던 평생의 동반자 와이프, 그리고 아빠보다 더 어른스러운 첫째 딸 예서, 집안의 서열 1위 귀염둥이 둘째 예아, 저희 가족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은퇴사를 마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backlight@osen.co.kr

 

박정권이 은퇴식 중 그라운드 위에서 헹가래를 받고 있다.  21.10.02/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