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함께 하고 싶다" 커쇼의 약속, 물거품 위기...부상 강판이 LAD 고별전?
2021.10.02 23:02:20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OSEN DB


[OSEN=조형래 기자]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의 가을야구를 향한 의욕, 결국 부상이 가로막는 것일까. 그리고 부상 강판이 커쇼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마지막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커쇼는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워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하지만 팔꿈치 통증이 재발하면서 1⅔이닝 5피안타 1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고 조기 강판이 됐다. 올 시즌을 부상으로 아쉽게 마감했다.

커쇼는 지난 7월부터 왼쪽 팔꿈치에 염증이 발견되면서 재활에 돌입했다. 두달 여의 공백이 있었고 9월부터 다시 선발 로테이션에 돌아왔다. 이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채워가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부위에 통증이 재발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몇가지 테스트를 더 진행해야겠지만 커쇼를 마운드에서 내리기로 한 결정을 한 것은 분명 좋은 징조는 아니다”라면서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리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승부욕과 투혼의 화신인 커쇼 역시 “2회에 팔꿈치에 뭔가 느껴졌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제가 겪은 것과 같은 문제다. 계속 던지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 아직 어떤 상태일지 정확히 모르겠다”라며 현재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커쇼는 팀의 가을야구에 함께하고 싶다는 의욕은 확실하게 내비쳤다. 이날 다저스는 커쇼의 조기 강판으로 초반 1-5로 끌려갔지만 5회말 트레이 터너의 그랜드슬램으로 순식간에 5-5 동점을 만들었고 7회말 맷 비티의 솔로포, 상대 폭투, 맥스 먼시의 적시타를 묶어 3점을 추가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결국 8-6으로 승리하며 서부지구 1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격차를 2경기 차이로 유지했다.

커쇼는 이러한 팀의 저력을 다시 눈으로 지켜보며 올해 포스트시즌에 팀과 함께하고 싶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나에게 가장 큰 것은 10월에도 이 팀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점이다. 오늘밤 보지 않았나. 우리 팀은 특별하다. 올해 우리가 뭔가 특별한 과업을 해낼 것 같다. 나도 동참하고 싶다”라면서도 “나에게 가장 힘든 점은 10월에 당장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팀 동료들이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흥분된다. 전반적으로 재밌을 것이다”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커쇼는 지난 2014시즌을 앞두고 7년 2억1500만 달러, 그리고 2019시즌을 앞두고 3년 9300만 달러에 다저스와 연장 계약을 두 번이나 체결했다. 모두 프리에이전트 자격 획득을 앞둔 시점에서 연장 계약을 맺었다. 사실상 커쇼가 시장에서 자신을 평가 받을 수 있는 첫 기회가 올 시즌 이후다. 그러나 팔꿈치 부상으로 자신의 건재함을 확실하게 알리지 못한 채 정규시즌을 마무리 하게 됐다. 만약 포스트시즌 등판이 무산되면 건강 이슈를 안은 채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 받아야 한다.

커쇼가 다저스의 상징과도 같은 투수지만 워커 뷸러, 훌리오 유리아스를 필두로 한 영건들이 비교적 착실하게 성장한 팀 상황이다. 맥스 슈어저도 여전히 건재한 모습이고 내년에는 더스틴 메이가 팔꿈치 수술에서 돌아올 수 있다. 개인사로 이탈한 트레버 바우어의 복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커쇼가 건강을 증명하지 못하면 몸값 때문에 커쇼와 추가 연장 계약을 포기할 수 있다.

이날 커쇼는 부상으로 강판되면서 다저 스타디움 홈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에 ‘ESPN’은 “와일드카드 경기로 시즌을 끝낼 가능성이 있는 다저스다. 팀의 미계약 프리에이전트 선수인 커쇼는 덕아웃으로 들어오면서 관중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라고 묘사했다.

지난 9월 MLB트레이드루머스는 “커쇼가 건강하고 평소 수준을 보인다면 다저스의 퀄리파잉오퍼를 거절할 것이라면서 “퀄리파잉오퍼를 거절하면 시장에 나가서 자신을 평가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커쇼는 자신의 건강을 마지막까지 증명하지는 못한 상황. 다저스 입장에서는 커쇼의 부상으로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입장에 서서 계약을 풀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클래스’와 ‘자존심’이 있는 커쇼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과연 ‘다저 블루’로서 커쇼의 모습은 이날이 마지막이 될 것인가.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