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훈련소 조교 첫 승, 야구선수 '군대=무덤' 이제는 옛말
2021.10.04 21:03:32

삼성 라이온즈 문용익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KBO리그에 예비역 파워가 거세다. 논란훈련소 조교 출신 선수도 프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삼성 우완 투수 문용익(26)은 지난 3일 잠실 두산전에서 4회 2사 만루에 등판, 실점 없이 위기를 정리한 뒤 6회까지 노히터 투구를 펼쳤다. 최고 147km 직구를 앞세워 2⅓이닝 1볼넷 무실점 호투로 삼성의 13-9 승리에 기여했다. 선발 이승민이 1이닝 4실점으로 강판된 뒤 삼성은 8명의 구원투수를 투입했다. 기록원은 가장 효율적인 투구를 한 문용익에게 승리를 부여했다. 

지난 2017년 프로 입단 후 5년차이자 1군 첫 시즌인 문용익에겐 데뷔 첫 승이었다. 청원고-세계사이버대 출신으로 지난 2017년 2차 6라운드 전체 59순위로 삼성에 지명된 문용익은 2019년 시즌을 마친 뒤 현역으로 군입대했다. 논산훈련소 조교로 병역 의무를 수행한 뒤 올해 3월 제대했다. 

5월부터 2군 퓨처스리그 경기에 투입됐고, 8월11일 대구 두산전 1군 데뷔 무대에서 최고 151km 강속구를 뿌려 주목받았다. 고교 시절까지 유격수였다 대학 진학 후 투수로 포지션을 바꾼 문용익은 빠른 백스윙과 이중키킹에 가까운 투구 동작이 특징이다. 1군 첫 시즌 16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3.63를 기록 중이다. 

1군 추격조로 조금씩 적응 중인 문용익은 3일 두산전에서 개인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첫 승의 기쁨까지 누렸다. 불과 6개월 전까지 현역으로 군대에 있던 선수가 프로야구 승리투수가 된 것이다. 문용익은 "틈틈이 보강운동을 하면서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군복무 시절을 돌아봤다. 


삼성 라이온즈 문용익 /OSEN DB


문용익 뿐만이 아니다. 1사단 전차대대에서 탄약병으로 복무한 뒤 지난 5월 제대한 한화 내야수 김태연은 8월 1군 콜업 후 돌풍을 일으켰다. 35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 38안타 2홈런 22타점 26볼넷 23삼진 출루율 .463 장타율 .447 OPS .910으로 맹활약하면서 한화의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1군 데뷔 후 2019년까지 3년간 45경기 타율 1할3푼7리 1홈런 4타점에 그쳤던 김태연이지만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입대 전까지 살집이 있는 편이었지만 군살을 쏙 빼고 돌아왔다. 김태연은 "PX 냉동 음식도 끊고 몸을 관리했다. 체지방을 빼고 근육량을 늘렸다"며 "군복무 기간 야구가 많이 생각나고 그리웠다. 멘탈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김태연과 비슷한 시기에 입대하고 제대한 한화 외야수 이원석도 5사단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했다. 김태연과 달리 입대 전 비쩍 마른 몸에 힘이 부족했던 이원석은 군복무를 통해 몸집과 힘을 키웠다. 지난달 1군 콜업 후 빠른 발과 폭넓은 중견수 수비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NC 내야수 최보성도 해군 상륙함 갑판병 출신으로 지난해 말 제대 후 올해 1군 데뷔했다. 지난 8월15일 대전 한화전에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다. 지난해 7월 제대한 LG 좌완 투수 손주영도 1사단 경비병 출신으로 지난해 7월 제대한 뒤 올해 복귀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8월29일 잠실 키움전에서 선발 6이닝 2실점 호투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한때 야구 선수에게 군대는 무덤으로 여겨졌다. 상무야구단이나 지금은 사라진 경찰야구단에 입대하지 못하면 현역으로 야구와 단절된 채 2년을 보내야 하는 공백이 컸다. 하지만 군복무 기간이 1년6개월로 단축됐고, 영내 생활의 제약이 풀리면서 몸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야구장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정신적인 성숙함까지 기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제대하자마자 1군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예비역 선수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waw@osen.co.kr


한화 이글스 김태연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