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투수가 두산에 있었다니” KBO 8승→ML 14승, 역수출이란 이런 것
2021.10.04 22: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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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후광 기자] 지난해 두산의 가을 에이스로 활약한 크리스 플렉센(27·시애틀 매리너스)이 메이저리그 복귀 시즌서 14승을 챙기며 역수출 성공 신화를 썼다.

플렉센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승리는 못 챙겼지만 팀이 6-4 역전승을 거뒀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 플렉센은 31경기 14승 6패 평균자책점 3.61로 메이저리그 성공 복귀를 알렸다. 아메리칸리그 다승 공동 2위, 이닝(179⅔이닝)과 평균자책점은 각각 7위에 해당하는 훌륭한 기록이다.

플렉센은 지난해 KBO리그 두산에서 21경기 8승 4패 평균자책점 3.01을 남겼다. 더딘 리그 적응과 발 골절상으로 기록이 썩 좋지 못했다. 그러나 날씨가 쌀쌀해지자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10월 5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5 완벽투에 이어 포스트시즌서 두산의 가을 에이스로 거듭난 것. 준플레이오프 1차전 6이닝 11탈삼진 무실점을 시작으로 플레이오프서 선발과 마무리를 맡아 시리즈 MVP 영예를 안았고, 한국시리즈에서도 듬직한 에이스로 활약했다.

플렉센은 강렬한 가을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시애틀과 2년 475만달러(약 54억원)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과거 빅리그 기록은 3시즌(2017~2019) 동안 27경기 3승 11패 평균자책점 8.07이 전부였지만 KBO리그를 디딤돌로 삼아 빅리그에 재입성했고 역수출 성공 신화를 썼다.

플렉센은 복귀 시즌 호투 덕분에 지난 2일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가 선정한 시애틀 ‘올해의 투수상’을 수상했다. 올 시즌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며 팀 내 다승, 이닝, 평균자책점 모두 1위를 차지한 결과였다. 시애틀은 플렉센이라는 새로운 에이스의 등장에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한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로 도약할 수 있었다.

아울러 플렉센은 메릴 켈리, 에릭 테임즈에 이어 미국에서 또 한 번 KBO리그의 위상을 드높인 선수가 됐다. 올 시즌 그의 투구를 지켜본 KBO리그의 한 관계자는 “저런 투수가 두산에 있었으니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 가능했다고 본다. 가을야구에서 보여준 구위는 메이저리그서의 성공을 예감케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