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에게 끝내기 병살 쳤던 그 타자, ML 타격왕 등극 '본즈 다음 최고령'
2021.10.05 21:08:52

 

[사진] 율리에스키 구리엘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기자]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정대현에게 끝내기 병살타를 쳤던 쿠바 출신 강타자 율리에스키 구리엘(37·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메이저리그 타격왕에 올랐다. 

구리엘은 올 시즌 143경기에서 530타수 169안타 타율 3할1푼9리로 이 부문 아메리칸리그(AL) 1위를 차지했다. 시즌 마지막 6경기에 19타수 8안타 타율 4할2푼1리 맹타를 휘두르며 이 부문 1위를 달리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311)를 제치고 '타격왕'에 등극했다. 

구리엘은 지난해 타율 2할3푼2리 OPS .658로 2016년 빅리그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동생 루르데스 구리엘 주니어(토론토)에게 지고 싶지 않다며 올 시즌 남다른 각오로 준비했고, 타율 1위로 보란듯이반등했다. 타율 외에도 15홈런 81타점 OPS .846의 성적을 냈다. 조정 OPS는 131로 데뷔 후 최고 수치. 

쿠바 출신 선수가 메이저리그 타격왕에 오른 건 토니 올리바에 이어 구리엘이 처음이다.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15년을 뛴 왼손 강타자 올리바는 1964년(.323), 1965년(.321), 1971년(.337) 3차례 AL 타율 1위에 올랐다. 만 37세에 타격왕이 된 구리엘은 역대 최고령 타격왕 2위 기록도 썼다. 200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만 39세에 내셔널리그(NL) 타율 1위(.362)가 된 배리 본즈 다음이다. 또 다른 2위 기록도 본즈가 갖고 있다. 2002년 만 37세에 3할7푼의 타율로 NL 1위. 

구리엘은 "타격왕을 차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며 기뻐했다. 팀 동료 카를로스 코레아는 "우리 모두 구리엘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매일 그에게 '너는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미친듯이 친다'고 말한다. 내가 정말 존경하는 선수"라며 "쿠바에 있을 때부터 믿을 수 없는 타자였고, 일본을 거쳐 빅리그에서도 계속 특별한 활약을 하고 있다. 경의를 표한다"고 치켜세웠다. 

 

쿠바 대표팀 시절 율리에스키 구리엘 /OSEN DB



'아마 최강' 쿠바를 대표하는 강타자였던 구리엘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이끌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에 이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서 1년을 뛰며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부상을 이유로 2015년 일본에 입국하지 않고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2016년 동생과 함께 쿠바 탈출 후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구리엘은 휴스턴과 5년 4750만 달러에 계약했다. 2016년 빅리그 데뷔 후 2017년 AL 신인상 투표 4위에 올랐다. 그해 휴스턴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함께했다. 2019년 타율 2할9푼8리 31홈런 104타점 OPS .884로 활약하는 등 6시즌 통산 655경기 타율 2할9푼3리 734안타 86홈런 832타점 OPS .804. 

구리엘은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한국과의 결승전에서 9회말 끝내기 병살타를 쳤던 바로 그 타자다. 당시 한국은 9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언더핸드 투수 정대현이 구리엘을 상대로 떨어지는 공을 던져 유격수 땅볼을 유도, 6-4-3 병살타로 경기를 끝냈다. 한국 야구 최초 올림픽 금메달이 확정되는 역사적 순간의 조연으로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 WBSC 프리미어12 대회를 앞두고 전초전 격이었던 한국과의 슈퍼시리즈를 위해 서울을 찾았던 구리엘은 "정대현을 잘 알다. 올림픽 때 기억이 생생하다. 병살타를 치고 난 뒤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그해 프리미어12 8강 한국전에서 정대현과 재대결한 구리엘은 다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waw@osen.co.kr

[사진] 율리에스키 구리엘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