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40세 포수의 은퇴 시즌, "아이들 앞에서 뛰는게 꿈" 기회가 왔다...기대하는 ‘가족 은퇴식’
2021.10.07 10:46:14

 

LG 트윈스 포수 이성우./OSEN DB



[OSEN=한용섭 기자] LG 베테랑 포수 이성우는 만 40세 나이에 현역 선수로 뛰고 있다. 이성우는 KT 유한준(40)과 함께 2021시즌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최고령 선수다.

올해 플레잉코치로 계약한 롯데 송승준(41)이 있지만 지난 5월 금지약물 소지 혐의로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고, 올해 한 경기도 뛰지 않고 사실상 선수로는 은퇴 상황이다.

지난해, 이성우는 2020년이 마지막 시즌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그는 “내가 더 뛰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LG에 젊고 좋은 포수들이 많다. 올해까지라고 생각한다”고 은퇴를 준비했다. 그런데 더 뛸 기회가 왔다. 시즌 후 방출 선수 명단에서 빠졌던 이성우는 최종적으로 보류 선수 명단에 포함됐다.

LG에 포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주전 유강남 외에 박재욱에 김재성도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했다. 백업 자리를 두고 박재욱, 김재성, 김기연까지 경쟁이었다. 그럼에도 LG는 올해 이성우에게 기회를 줬다.

유강남은 지난해 리그 포수로는 유일하게 1000이닝 넘게 출장했다. 1009.2이닝. 웬만한 내야수 못지 않은 많은 출장 이닝이었다. 차명석 단장은 “2020시즌을 마치고 코칭스태프 워크숍에서 유강남의 1000이닝 출장도 논의됐다. 올해는 출장 이닝을 줄이고, 백업의 출장을 높일 계획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에 유강남이 부상을 당하기라도 하면 (경험 많은) 이성우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재욱, 김재성의 기량이 주전 공백을 메울 정도로 급성장하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에는 이성우를 보험으로 준비한다는 것이다. 이성우는 지난해 72경기 236이닝을 뛰며 유강남을 백업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성우의 성실함을 높이 평가한 측면도 있다. 류 감독은 지난 2월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치러진 스프링캠프에서 “이성우가 경기 중간에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불펜과 덕아웃 사이 공간에 서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응원의 목소리를 높인다”며 “고참이면 훈련 때 하나라도 덜 하려고 하지만, 이성우는 오히려 하나 더 하려고 적극적이다. 올해 해외 캠프를 갔더라도 이성우는 무조건 데려갔을 것이다.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된다”고 칭찬했다. 더불어 “이성우는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LG 트윈스 포수 이성우./OSEN DB



2000년 육성 선수로 LG에 입단했다가 SK-KIA-SK를 거쳐서 다시 LG로 돌아온 이성우는 지난해 많은 것을 이뤘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만루 홈런을 기록했고, 첫 결승 홈런도 때렸다. 그는 “지금까지 여러 팀을 많이 옮겨 다니며 야구를 했는데 LG에서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최고의 시간인 것 같다”고 웃었다.

어느덧 프로 22년차다. 이성우는 “많은 경기가 기억이 남지만 2018년 KIA전에서 데뷔 첫 끝내기 안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KBO리그 최고령 데뷔 첫 끝내기 안타였다. 야구를 하면서 항상 백업 포수로 조연이었지만, 그날만큼은 처음으로 주인공이 된 경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2017시즌부터 매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이성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다. 야구인생을 행복하게 정리할 수 있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단 하나 소망이 있다면, 우리 후배들이 좋은 포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선배로서 박수 쳐주면서 마무리를 하고 싶다. 그리고 팬들과 후배들에게 야구장에서 항상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은퇴로 고민할 때 손을 잡아 준 LG 구단에 정말 감사하고, 처음 입단했던 LG에서 은퇴 할 수 있어 정말 감회가 새롭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불혹의 나이, 이성우의 야구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생애 첫 만루 홈런을 때린 그는 올 시즌을 마치 보너스처럼 받아들인다. 이성우는 “올해 1군 출장 욕심은 없다. 내 바람은 후배들 중에서 유강남을 받쳐줄 2번 포수가 나오는 것이다. 나는 한 경기도 뛰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성우는 줄곧 2군에 있다가 8월말 1군 엔트리에 처음 등록됐다. 류지현 감독은 수비력이 좋고 경험이 많은 이성우를 확대 엔트리 때 활용할 계획이었는데, 조금 더 일찍 콜업했다. 경기 후반 대수비, 유강남이 쉬는 날 선발로도 출장한다. 6일 SSG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선발 출장해 경기 끝까지 뛰기도 했다. 

 

[OSEN=잠실, 이대선 기자] LG는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와 더블헤더 제1경기에서 4-1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 후 LG 포수 이성우와 고우석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1.10.06 /sunday@osen.co.kr



올 시즌이 끝나면 조촐한(?) 은퇴식도 있을 듯 하다. 그러나 구단이 야구장에서 해주는 것이 아닌 집에서 열릴 은퇴식이다. 이성우는 “내가 슈퍼스타도 아니고 은퇴식은 무슨…. 대신 아내가 집에서 은퇴식을 열어주기로 했다. 플래카드도 준비하고…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시즌이 끝나고 이뤄지리라)  

이성우의 아내와 두 아들(7살, 5살)은 광주광역시에서 살고 있다. 이성우는 1군 출장 욕심이 없다고 했지만,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그는 “만약 올해 1군에 콜업돼 뛴다면, (은퇴 전 마지막이라) 무조건 아이들을 야구장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올해가 정말 마지막 시즌이라는 각오로 뛰는 이성우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야구 선수로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아이들도 이제 야구를 아는 나이가 됐다. 그는 “아빠가 야구한 것을 기억하겠죠”라고 웃었다. 

시즌이 거의 끝나갈 시기,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무관중 경기다. LG 홈구장 잠실구장에선 이성우의 가족이 입장할 수가 없다. 정규 시즌이 끝날 때까지 무관중이 이어질 수도 있다. 

기회가 왔다. LG는 7~8일 광주 KIA 원정을 떠난다. 올 시즌 마지막 광주 원정이다. 광주는 관중 입장이 가능하다. 두 아들이 관중석에서 아빠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방망이를 든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이성우의 꿈이 이뤄질 수 있다. /orange@osen.co.kr

 

LG 포수 이성우와 두 아들./ LG 트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