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대접? 사이영 3회도 가차없이 교체, 독한 가을야구 묘미
2021.10.07 21:11:44

 

다저스 슈어저(오른쪽)가 7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세인트루이스와 경기 5회초 1사 1, 2루에 교체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포스트시즌에는 에이스도 예외는 없다. 한 판 지면 끝나는 시리즈에서 '에이스 예우'는 사치다.

사이영상 3회 수상에 빛나는 에이스이자 LA 다저스의 '우승 청부사' 맥스 슈어저(37)도 가을야구 승리 앞에서는 1번으로 나가는 투수일 뿐이었다.

슈어저는 7일(한국시간) 미국 LA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 선발 등판했다.

슈어저는 1-1로 맞선 5회 1사 1, 2루 위기에 교체됐다. 구원 등판한 조 켈리가 추가 실점을 막았다. 책임주자가 사라진 슈어저는 4⅓이닝 1실점으로 공식 기록됐다. 다저스는 이 퀵후크를 바탕으로 주도권을 잡아 3-1로 이겼다.

다저스의 데이비드 로버츠 감독은 마운드를 직접 방문했다. 이것이 슈어저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였을 것이다.

보통 선발투수에게 5이닝은 최소한의 임무다. 3점 이하로 실점한 투수를 5회 이전에 교체하는 것을 '퀵후크'라고 따로 지칭할 정도로 5이닝은 기본으로 여겨진다.

커리어가 짧은 선수일수록 기회는 더 없다.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이스라면 스스로 막도록 두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슈어저는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다. 다저스가 우승을 위해 올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모셔온 투수다. 이런 슈어저도 단판 와일드카드전 앞에서는 단칼에 교체를 당했다.

슈어저는 5회를 안타와 볼넷으로 시작했다. 무사 1, 2루에 몰렸다. 타일러 오닐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을 때 투구수는 벌써 94개였다.

로버츠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오른손을 내밀었다. 슈어저는 공을 넘기는 대신 악수를 했다. MLB.com은 이를 두고 "슈어저가 마운드에 더 머물기 위해 마지막 시도를 했다"고 표현했다.

더 던지고 싶다는 소극적인 거부 의사였지만 통하지 않았다. 로버츠는 오른손을 맞잡은 채 왼손으로 슈어저의 글러브에서 공을 직접 뺐다. 그리고는 슈어저의 엉덩이를 툭툭 두들겨 격려했다.

다저스는 5회 1사부터 켈리, 브루스다 그라테롤, 블레이크 트레이넨, 코리 크네이블, 켄리 잰슨이 완벽 계투를 펼쳤다. 로버츠의 투수교체는 결과적으로 옳았다.

경기 후 슈어저는 "다소 긴장됐던 경기였던 만큼 실수하지 않고 홈런을 내주지 않으려하도 보니 투구 수가 많아졌다"면서 "그래도 상황이 어떻든 중요한 건 팀이 이겼다는 것이다. 그거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