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61구 4연투' 통해 뭘 얻었나, 명분은 구단 최초 홀드왕뿐
2021.10.11 20:39:46

장현식이 지난 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사진=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의 필승조 장현식(26)이 보기 드문 3일 4연투를 했다. 더블 헤더 경기가 끼어있어 가능했던 이 퍼포먼스는 홀드 부문 단독 1위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올 시즌 KIA는 포스트시즌과 거리가 먼 9위라는 팀 성적과 신인왕 유력 후보였던 이의리(19)의 시즌 막판 부상 탓에 자칫하면 아무런 타이틀도 얻지 못하고 시즌을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장현식이 지난 8일 LG와 홈 경기부터 10일 대전 한화전까지 3일 동안 4경기 연속 투구로 3홀드를 추가하면서 '타이틀 홀더' 배출이란 희망이 생겼다.

다만 홀드 단독 1위로 올라서는 과정이 괜찮은지는 의문이 남는다. 지난 9일 26홀드째를 챙겼을 때만 해도 크게 놀라울 것은 없었다. 8일 LG전 18구, 9일 한화전 15구까지 이틀간 총 투구 수는 33구였다. 문제는 투수가 필연적으로 많이 동원될 더블헤더 경기에서도 장현식이 등판할지가 관건이었다. 그리고 10일 더블헤더 경기를 앞두고 만난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장현식과 정해영 두 사람 모두 몸 상태가 괜찮아서 정상적으로 준비한다. 더블 헤더라 투구 수를 조절해야 할 부분은 있다"고 여지를 남겨놓았다.

더블헤더 1차전에서 장현식은 1이닝 2피안타 1볼넷으로 무실점으로 27홀드를 달성해 홀드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섰다. 투구 수는 15개였고, 3일간 총 투구 수가 48개에 달해 그의 등판이 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장현식이 올해는 물론이고 데뷔 후 4연투를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던 것도 이유가 됐다.

하지만 장현식은 약 3시간 뒤 더블헤더 2차전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우천으로 한 차례 경기가 중단되는 등 어려운 조건에서도 그는 공 13개를 던져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해냈다. 그렇게 28홀드로 2위 주권(26·KT)의 26홀드에 2개 앞선 1위에 올라섰다.

사실 장현식이 대전에서 이틀간 펼쳐진 3경기 강행군에서 모두 등판할 당위성은 떨어졌다. 팀이 포스트시즌을 두고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선수가 구단 최초 홀드왕을 원한다는 명분 외에는 4연투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 KBO가 2000년부터 홀드를 집계한 이후 KIA는 아직 홀드왕을 배출한 적이 없다.

그렇다고 이번 3일 4연투로 홀드왕이 확실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KIA가 18경기, KT가 17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2홀드 차이는 크지 않다. KT는 보다 더한 순위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고, 홀드 상황도 곧잘 만들어지고 있어 주권도 끝까지 경쟁을 이어갈 수 있다. 주권 역시 올해 3연투 1번(5월 26일~5월 28일), 4연투 1번(9월 9일~9월 12일)이 있어 연투 능력은 충분하다.


장현식이 지난 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사진=KIA 타이거즈


물론 윌리엄스 감독도 무리하게 선수를 기용할 뜻은 없다. 선수의 의지와 타이틀에 대한 열망을 존중해줄 뿐이다. 올해 이의리와 장현식의 잦은 등판에 대한 숱한 물음에 윌리엄스 감독은 매번 그렇게 답했었다.

하지만 이미 장현식은 많은 공을 던졌다. 올해 마무리 정해영과 함께 KIA의 필승조를 맡아 팀이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등판했고, 자연스레 63경기에 등판해 71⅓이닝을 던졌다. 소화 이닝으로는 KIA 불펜 중 1위, KBO 전체로 넓혀도 1위 장지훈(23·SSG)과 ⅔이닝밖에 차이 나지 않는 2위다.

선수들의 열망 그리고 윌리엄스 감독의 노력을 팬들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팬들은 한 시즌 반짝하고 사라질 '원히트원더'보다 꾸준히 KIA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는 '스테디셀러'를 원한다. 이번 3연전에서 팬들은 완승을 거두고도 장현식에 대한 걱정에 마냥 웃지만은 못했다. 구단 공식 SNS에 달린 약 1600개의 댓글이 그러한 여론의 일부를 반영한다.

팀 운영 측면에서도 매년 핵심 선수의 건강 문제로 대체 선수를 고민하는 것보다 계산이 서는 선수들로 오래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KIA는 올해 이미 전상현, 하준영, 박준표 등의 이탈로 마음고생을 꽤 했다. 현시점에서 KIA는 5위권과 9경기 차이가 나는 9위 머물러있어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려워졌다. 이미 윌리엄스 감독도 9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내년을 생각해 남은 경기에서 다양한 선수들을 보려 한다"면서 다음 시즌을 바라봤다. 내년을 생각한다면 좀 더 순리대로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있었던 61구 4연투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는 약 20일 뒤 결론이 난다. 다만 타이틀은 억지로 무리해서 따내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활약을 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장현식은 무리하지 않아도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는 활약과 성과를 충분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