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 본 적도 있어" 러프, '오심' 수용... 3달 전엔 '수혜자'였다
2021.10.15 22:39:30

15일 다저스-샌프란시스코전 9회말 샌프란시스코 윌머 플로레스(오른쪽)의 체크 스윙 모습. 1루심이 스윙으로 판정했고, 삼진이 되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AFPBBNews=뉴스1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LA 다저스에 패하며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9회말 '퇴근콜'의 희생양이 됐다. 분노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 그래도 샌프란시스코 다린 러프(35)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였다. 두 달 전에는 자신이 '수혜자'이기도 했다.

러프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고, 동점 솔로포를 때리는 등 1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팀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샌프란시스코는 0-1에서 러프의 홈런으로 1-1로 따라가기는 했으나 9회초 코디 벨린저에게 결승타를 내주면서 1-2로 졌다. 그리고 9회말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상황이 연출됐다.

2사 1루 상황에서 윌머 플로레스가 타석에 섰다. 마운드는 맥스 슈어저. 볼카운트 0-2에서 슈어저가 3구째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슬라이더를 뿌렸다. 플로레스가 배트를 내다가 멈췄다. 체크 스윙이었다.

포수와 주심이 1루심을 향해 스윙 여부를 물었고, 1루심이 단호하게 스윙을 선언했다. 삼진 아웃. 그대로 경기가 끝났고, 다저스가 챔피언십시리즈로 향했다. 슈어저의 커리어 첫 세이브였다.

그러나 '오심'이었다. 느린 화면상 플로레스의 배트가 돌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판의 '퇴근콜'이 나온 것. 샌프란시스코 입장에서는 허탈한 마무리였다. 현지에서도 난리가 났다. 많은 빅 리거들이 SNS를 통해 "오심이다"고 비난했다. 마지막 타자가 된 플로레스도 경기 후 "돌지 않은 것 같다"며 에둘러 오심이라는 뜻을 내놨다.


 

러프는 조금 결이 다른 반응을 내놨다. NBC 등에 따르면 러프는 경기 후 "배트가 돌지 않은 것으로 봤다"면서도 "이런 체크 스윙 판정에 우리가 도움을 받은 적도 있었다. 이런 경우가 두 번이나 발생했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고 말했다.

러프가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다. 러프가 이득을 봤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3일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의 경기에서 2-3으로 뒤진 9회초 2사 만루에서 러프가 타석에 섰다.

켄리 잰슨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고, 7구째 높은 커터에 러프가 배트를 냈다가 멈췄다. 멈추는 것이 늦었고, 이미 배트가 많이 나간 상태에서 멈췄다. 스윙이었다. 현지 중계진도 "스윙이다"고 말했을 정도.

그런데 1루심이 '노 스윙' 판정을 내렸고, 밀어내기 볼넷이 됐다. 러프의 타점으로 3-3 동점이 됐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격렬하게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이후 다저스가 2점 더 내주면서 3-5로 패했다.

당시는 샌프란시스코가 이득을 봤고, 다저스는 울었다. 3개월이 흘러 정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러프는 깔끔하게 "우리도 이득 본 적 있다"며 오심을 수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