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동원이 보였다' 쿠에바스 '108구→이틀 쉬고 99구' 혹사 이겨낸 역대급 대투혼
2021.10.31 17:04:19

 

KT 쿠에바스가 7회를 무실점으로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포효하고 있다.

 

고(故) 최동원, 그리고 '삼성 킬러' 니퍼트의 재림이었다. KT 외국인 투수 쿠에바스가 단 이틀만 쉬고 나와 대역투를 펼쳤다. 마치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기적 같은 연투를 펼쳤던 고(故) 최동원, 그리고 삼성 킬러로 활약했던 니퍼트를 동시에 보는 듯했다.

KT는 31일 오후 2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삼성 라이온즈와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타이브레이커(1위 결정전) 원정 경기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KT는 지난 2013년 창단 이후 8년, 2015년 1군 진입 후 6년 만에 첫 정규 시즌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쿠에바스는 올 시즌 9승 5패 평균자책점 4.12를 기록한 KT의 에이스. 하지만 쿠에바스는 지난 28일 수원 NC전에서 7이닝 동안 108개의 공을 던졌다. 그리고 29일과 30일. 단 이틀을 쉰 쿠에바스가 타이브레이커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의 한계 투구 수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은 하고 있다"면서도 "과정만 보려고 한다. 볼이 좀 떨어지거나 힘들다고 느껴지면 교체할 것이다. 투구 수가 많다고 해서 빼는 건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본인도 알고 있다. 선수를 물론 생각해야 하지만 한 시즌을 치르면 이런 경기도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보통의 정규 시즌이라면 이런 기용은 없다. 사실상 이 감독 역시 무리라는 걸 인정했다. 그는 '혹사'라는 단어까지 직접 꺼내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이 감독은 "제가 일부러 혹사를 시킨다기보다는 팀 전체를 위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상 위험이 충분히 있다는 걸 알지만 마운드서 내려오라고 해도 안 내려올 것이다. 그런 의지가 있다"고 피력했다. 그리고 쿠에바스는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대역투를 펼쳤다.

쿠에바스는 1회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구자욱을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시킨 뒤 오재일을 루킹 삼진 처리했다. 이때 2루로 뛰던 박해민을 잡아내며 1회 위기를 넘겼다.

2회에는 피렐라를 3루 땅볼로 유도한 뒤 강민호와 이원석을 연속 삼진 처리했다. 3회에도 김헌곤을 삼진, 김지찬을 투수 땅볼로 솎아낸 뒤 오선진을 헛스윙 삼진으로 각각 돌려세웠다.

4회 쿠에바스는 2사 후 오재일과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1루수 앞 내야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피렐라를 2구 만에 1루 땅볼로 유도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나갔다. 5회 역시 강민호, 이원석, 김헌곤으로 이어지는 타순을 삼자 범퇴 처리했다. 6회에도 삼자 범퇴.

쿠에바스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선두타자 구자욱을 상대로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이강철 KT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왔다. 교체는 없었다. 후속 오재일을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했으나 호잉이 포구 실책을 범했다. 이때 오재일은 2루까지 뛰다가 아웃됐고 구자욱은 3루까지 갔다. 피렐라는 볼넷. 삼성의 기회는 여기까지였다.

강민호를 2루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이원석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포효했다. 97번째 공의 속도는 149km/h(네이버 문자중계 기준)까지 나왔다. 이날 쿠에바스의 성적, 7이닝 1피안타 8탈삼진 3볼넷 무실점. 팀을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끈 대역투였다.

 

7회를 마친 뒤 포효하는 KT 쿠에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