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 보소' LG 고우석 "100구까지 던지겠다" 깜짝 선언, 사연은?
2021.11.02 16:35:39

 

LG 고우석. /사진=뉴스1

 

"100구까지 던지겠다. 맞더라도 내가 맞겠다."

패기 만점이다.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23)이 가을야구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LG 트윈스는 오는 4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승자를 상대로 준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1차전을 치른다.

정규 시즌을 3위로 마친 LG 선수단은 전날(1일) 저녁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LG챔피언스파크에 다시 모여 합숙에 돌입했다. LG 선수단은 2일과 3일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4일 결전에 임할 예정이다.

이날 이천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고우석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봤냐는 질문에 "닭살 돋는 장면이 몇 차례 나왔다. 다른 팀 경기라 재미있겠다 생각하고 봤다. 팬들의 응원을 보면서 '이게 야구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절친' 이정후가 9회 2타점 결승타를 친 장면을 보면서 "닭살이 돋았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동점으로 흘러가면서 경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홈런으로 동점이 되자 '와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이정후가 안타를 쳤다"고 되돌아봤다. 조상우와 김강률을 보면서 같은 클로저인 고우석은 "나였으면 어떻게 던졌을까. 모든 승부가 어려운 게 아닐까"라고 전했다.

고우석은 "가을야구는 항상 가고 싶은 무대다. 최근 2년 간 좋은 성적을 유지하다가 후반기에 팀 성적이 떨어지는 걸 겪어보니 너무 싫더라. 다른 팀은 축제 중인데 저는 마무리 캠프를 하고 있다는 게 화도 나고 속상했다"고 되돌아봤다.

KT와 삼성의 타이브레이커를 고우석 역시 지켜봤다. 다만 마음은 달랐다. 그는 "멋있는데 씁쓸하기도 했다. 정말 다들 잘 던지고 재미있었는데 왜 씁쓸할까. 아무래도 저 두 팀은 1위를 놓고 싸우는 경기였다. 반면 전 TV로 지켜보고 있었다"며 "제가 올 시즌 블론세이브를 범한 경기가 생각나더라. '이랬다면, 저랬다면 어땠을까. 제가 많이 부족하구나.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쉬웠다"고 이야기했다.

가을야구는 총력전이다. 마무리 투수의 조기 등판은 물론 투구 수도 정규시즌과는 달리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대해 고우석은 "저는 한 100개까지 던질 수 있다"고 패기를 보여준 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좋은 상황은 아니겠죠"라며 웃었다. 이어 "하지만 마음만큼은 계속 던질 수 있다. 도망가지 않겠다. 맞더라도 내가 맞을 테니 끝까지 던지겠다"며 굳은 결의를 다졌다. 그 정도로 고우석의 마음자세가 어느 해보다 탄탄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발언이었다.

두산과 키움. 어느 쪽이 올라오길 바랄까. 고우석은 "솔직히 둘 다 안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웃은 뒤 "그래도 한 팀이 올라온다면 업셋이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업셋을 도전하는 팀을 상대한다면 기세 등 부담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냥 둘 다 안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유쾌하게 답했다.


LG 고우석.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