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오주원 "10년간 병명도 몰랐던 통증... 억울할 정도로 아팠다"
2021.11.02 20:43:18

 

키움 오주원./사진=OSEN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병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도 일상 생활에 불편함은 있다. 이런 핸디캡을 안고 선수 생활을 해왔다는 점에서 스스로 대견하고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

지난달 26일 구단을 통해 은퇴를 발표한 히어로즈 원클럽맨 오주원(36)은 18년간의 선수 생활을 이렇게 돌아봤다.

청원고를 졸업한 오주원(당시 개명 전 오재영)은 2004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서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을 받았다. 데뷔 시즌부터 선발로 나와 30경기 10승 9패 평균자책점 3.99로 신인상을 수상했고, 그 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는 행운도 누렸다.

그러나 이후 오주원은 한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2년차에 22경기 1승 11패 평균자책점 6.01로 부진했고 곧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해야 했다. 원인은 2005년부터 시작된 알 수 없는 허리 통증 때문이었다. 10년이 지난 2015년에야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정확한 병명이 밝혀졌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를 비롯한 여러 관절 부위에 염증이 발생하고 굳어가는 병이다. 발병 원인도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탓에 병명을 알기가 쉽지 않다. 완치도 불가능하다. 약물과 운동을 통해 통증을 완화할 수밖에 없다.

오주원은 스타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2년차 징크스라는 말도 있었지만, 열심히 안 해서 부상을 당하고 부진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은 그때부터 발병한 것이었다. 매년 억울할 정도로 아팠다. 발병 당시에도 검사를 적게 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10년을 모르고 살다가 2015년에 겨우 병명을 찾았다. '이 병을 좀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은 있다"라고 설명했다.

2015년의 일은 선수 생활의 전환점이 됐다. 오주원은 "모든 사람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있는데 난 그때였다. 당시 아예 일어나지도 움직이지도 못했었고, 사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점에서 선수 생활을 그만뒀어야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움직이고 재활하면서 야구를 다시 할 수 있게 되면서 남은 야구 인생은 보너스라고 생각했다. 그때 야구를 밖에서 바라보면서 야구도 많이 늘었다. 원래 성격이 덤덤한 편인데 더 덤덤하게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키움 오주원이 2019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상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사진=키움 히어로즈

 

보너스로 생각하고 다시 시작한 야구는 또 한 번 좋은 추억을 남겼다. 2019시즌 불펜으로 활약하던 오주원은 조상우의 부상으로 급작스럽게 마무리를 맡았음에도 57경기 18세이브 평균자책점 2.32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2019 프리미어 12 대회 1차 엔트리에 들 정도로 활약을 인정받았으나, 끝내 태극마크는 달지 못했다.

오주원은 "국가대표는 내 자리가 아니었다. 더 좋은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아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확실하게 구분지어 놓고 야구를 해왔다. 그 시즌도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시즌이었을 뿐 내 스스로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하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은 넥벤저스(넥센+어벤저스)와 함께했던 2014년이었다. 넥벤저스는 히어로즈 강타선을 미국 유명 영화 속 히어로 집단에 빗댄 애칭이다. 오주원은 "기억나는 시즌이 3차례 있다. 신인이던 2004년, 2014년, 2019년.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해였다. 한국시리즈는 나를 포함해 모두가 잘해야 이뤄낼 수 있는 성과다. 그래서 좀 더 기억에 남는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히어로즈 소속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한 두 해(2014, 2019년) 모두 그렇지만, 2014년이 좀 더 아쉽다"면서 "난 항상 조연으로서 야구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2014년이 가장 잘하고 좋은 동료들과 야구를 했던 시즌이었다. 당시 3인 로테이션(다른 두 명은 앤디 벤 헤켄과 헨리 소사)을 돌아 힘들긴 했지만,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고 아쉬워했다.

2014년 정규시즌을 2위로 마무리한 히어로즈는 플레이오프에서 LG를 꺾고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맞붙었다. 이때 오주원은 선발 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3선발로 투입돼 제 몫을 했다. LG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고, 한국시리즈에서도 3차전 선발로 나와 5이닝 무실점을 했다. 하지만 시리즈 전적 2승 4패로 우승에는 실패했다.

오주원은 "2014년은 내 스스로 야구 인생 돌아봤을 때 영광된 1년이었다. 이 선수들과 같이 야구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면서 "지금 돌아보면 2014년 히어로즈는 내게 있어 완전체와 다름 없었다. 서건창, 박병호, 이택근, 유한준, 강정호, 손승락 등 주축 선수들뿐 아니라 외국인과 백업 선수들까지 너무나 좋았던 팀이었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고 그 선수들과 같이 야구를 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7년 전을 떠올렸다.

 

오주원(가운데)이 2014년 LG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호수비를 보여준 박병호(오른쪽)를 향해 미소짓고 있다./사진=OSEN

 

그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히어로즈 원클럽맨'이다. 현대 시절을 포함하면 팀명이 4번이나 바뀌었음에도 오주원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오주원은 한 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로 겸손한 태도를 꼽았다. 그는 "내 스스로 조연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팀에 부족한 부분 이곳저곳을 메우려 노력했다"고 담담히 자신의 역할을 돌아봤다.

히어로즈 역사의 일부분이 된 것에 자부심도 있었다. 오주원은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돌아보니 구단의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 모든 과정을 내가 다 지켜봤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함께한 선수들과의 이별은 익숙하지 않았다. 오주원은 "면역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형들과 동료들이 떠날 때마다 아쉬움이 컸다"면서 "그래서 내 후배들은 원팀(One-Team)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다. 한 팀에서 다 같이 오래 선수 생활을 하면 좋겠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함께 오랜 기간 히어로즈 투수조 맏형 라인을 책임진 신재영(32), 김상수(33·이상 현 SSG)와 이별이 특히 그랬다. 공교롭게도 신재영과 김상수는 지난해 팀을 떠났다. 오주원은 "이 자리를 빌려 (신)재영이와 (김)상수한테는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사실 맏형이라는 자리가 어려운 자리다. 주위에는 전부 후배이고 난 형이 없어 외로웠다. 그런 나를 (김)상수와 (신)재영이가 많이 챙겨줘서 그래도 즐겁게 야구를 하고 가지 않았나 싶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키움 구단은 원클럽맨으로 많은 활약을 펼친 오주원에게 은퇴식을 포함해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대우를 해줄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 오주원./사진=키움 히어로즈

 

오주원은 인터뷰 내내 자신을 '조연'이라 불렀다. 그는 "월등히 잘하는 선수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은퇴 시점에서 내 누적 기록을 보니 내가 프로 무대에서 '못하진 않았구나, 괜찮게 하고 그만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만족해했다. 프로 통산 성적은 584경기 41승 57패 84홀드 25세이브 평균자책점 4.67, 790이닝 525탈삼진이다.

그는 이어 "내가 어떤 선수였는지는 나도 아직 생각을 정리하고 있어서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그냥 아무 표정 없이 매년 있던 선수일 것 같다"라고 웃어 보이면서 "그래도 매순간 열심히 해왔다. 선수 생활이 끝날 때까지 열심히 해왔던 것 같다"고 자신의 야구 인생을 정의했다.

그러나 오주원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었고 인간 승리 드라마의 주연이었다. 강직성 척추염으로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했던 상태에서 다시 일어나 프로 무대에서 공을 던졌다. 그 때문에 한 유명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그의 이야기를 담으려고도 했었다. 역경을 딛고 277경기를 더 뛴 오주원은 KBO리그 40년간 47명의 투수밖에 달성하지 못한 500경기 출장 기록도 이뤄냈다.

오주원은 팬들에게 "지금도 나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기억난다. 끝까지 많은 응원을 보내주셔서 항상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때론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다음에는 잘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웃으면서 답했던 것 같다. 선수로서 모든 팬분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분들 덕분에 기분 좋게 퇴장한다고 생각한다"고 깊은 감사의 말을 남겼다.

키움 선수단에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주원은 "다들 잘해서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 내가 이루지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도 언젠간 했으면 좋겠다. 만약 올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내년에 아쉬운 점을 보완해 더 잘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올해가 끝이 아니다. 내년, 내후년도 있기 때문에 끝까지 정상을 향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