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코치)너, 이리와봐"→"(두산감독)퇴장 안시키나", 사령탑들은 왜 또 격돌했나?
2021.11.05 11:00:10

 

4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심판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류지현(위) LG 감독과 김태형 두산 감독. /사진=OSEN

 

서울 라이벌답게 두 팀이 맞붙으면 불이 난다. 준플레이오프 첫 경기부터 양 팀 벤치 간 기싸움이 펼쳐졌다. 지난 9월 맞대결에서 발생했던 벤치 간 신경전에 이은 또 다른 전쟁이었다.

두산 베어스는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1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두산은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반면 LG는 벼랑 끝에 몰리며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하다.

1차전부터 양 팀 벤치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두산이 1-0으로 앞선 5회초. 무사 1루서 정수빈이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포수 유강남의 1루 송구가 정수빈의 왼쪽 등을 때린 뒤 외야 쪽으로 흘렀고 이 사이 1루주자 박세혁은 3루까지 갔다. 그러나 LG 측의 비디오 판독 신청 끝에 정수빈은 3피트 수비 방해 아웃 판정을 받았다.

판정이 뒤집히자 김태형(54) 두산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나와 심판을 향해 걸어갔다. 비디오 판독 결과에 대해 항의할 경우 자동으로 퇴장당한다는 걸 김 감독이 모를 리 없었다. '설명만 듣길 원한다'는 뜻을 밝힌 김 감독은 심판진의 이야기를 들은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이번엔 류지현(50) LG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김 감독이 비디오 판독 결과에 어필한 것으로 보고 왜 퇴장을 시키지 않느냐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심판진은 류 감독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영재 주심은 마이크를 잡은 뒤 "정수빈은 라인 안쪽으로 뛰어 3피트 수비 방해 아웃이다. 1루 주자 박세혁은 다시 복귀한다. 김태형 감독은 3피트 판독이 가능하냐고만 물었지, 다른 건 아무 것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주심의 설명이 끝나자 더그아웃에 있던 김 감독이 박수를 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양 팀 사령탑들이 이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먼저 류 감독은 "정규 시즌 때 비디오 판독에 있어 감독이 어필하는 과정에서 그라운드로 나오면 자동 퇴장 당한다고 했다. 이에 우리 역시 억울한 부분이 있어도 (그라운드로) 나가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러자 주심이 '어필이라기보다는 3피트가 비디오 판독 대상이 되는 지 물어본 것'이라고 하더라. 저는 (김 감독이) 어떤 말을 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라운드로 나왔기 때문에 자동 퇴장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김 감독은 "착각한 건지 모르겠으나 심판 재량에 따른 비디오 판독 여부를 물어본 것이었다. 어필하면 퇴장이라고 하길래 어떤 상황인가에 대해서만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사실 한 팀의 사령탑이 상대 팀 사령탑의 퇴장 여부에 대해 항의하는 건 이례적인 상황이라 할 만하다. LG 벤치와 두산 벤치가 충돌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바로 지난 9월 11일 잠실 LG-두산전. 당시 3회 몸에 맞는 공이 2차례 나온 끝에 이닝 종료 후 양 팀 벤치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때 김 감독이 홈플레이트 근처까지 나와 한 LG 코치를 향해 "너 이리 와 봐"라고 말했고, 분위기가 격앙되며 논란이 일었다. 이후 류 감독도 그라운드로 나온 뒤 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제자리로 돌아갔다. 다음날 김 감독은 "저쪽에서 코치 목소리가 크게 들리길래 상황을 정리하려고 나갔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일이 있고 난 이후 LG는 류 감독보다 선배이자 나이가 많은 황병일(61) 코치를 수석코치로 임명했다. 그리고 이번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류 감독이 격하게 항의를 하는 순간, 황 수석코치가 곁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5회 정수빈의 3피트 수비 방해 비디오 판독에 대해 김태형(오른쪽) 두산 감독이 심판진에 설명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뉴스1

 

류지현(가운데) LG 감독이 비디오 판독 후 상대 팀 감독 퇴장에 대해 심판진에 어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