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3할 타자의 '충격' 방출, “내 탓이다. 정신 차리고 다시 준비하겠다”
2021.11.05 19:45:06

 

SSG 랜더스에서 활약한 고종욱. / OSEN DB



[OSEN=홍지수 기자] “정신무장 단단히 하고 준비해두겠다.”

2011년 넥센(현 키움)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뛰어든 고종욱(32). 2018년 말 삼각트레이드를 통해 SK(현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으며 새출발을 알린 그는 올해까지 프로 9시즌을 뛰면서 개인 통산 타율 3할4리를기록하고 있다.

이적 후 2019년 팀 내 유일한 3할(.323) 타자였다. 팀이 9위로 고꾸라지면서 빛을 보지 못했지만 상위 타순에서 가장 정확한 컨택 능력을 보여준 타자이기도 했다. 주력도 있어 공격적인 면에서는 신뢰를 듬뿍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 찬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SSG는 지난달 30일 KT 위즈와 시즌 최종전에서 3-8로 패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이튿날 재계약 불가 선수 명단을 알렸다.

그 명단에는 고종욱이 있었다. 투수 8명, 포수 1명(정상호 은퇴 의사), 내야수 2명, 외야수 4명이었다. 외야수 4명 중 1군 주축으로 뛰었던 고종욱과 정의윤이 포함돼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고종욱은 4일 OSEN과 통화를 하면서 “올해는 괜찮은게 거의 없었다. 신인 시절 제외하고 이렇게 경기를 못 뛴 적이 없다. 백업 노릇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다. 잘한 게 생각이 안난다”며 올해 한 시즌을 되돌아봤다. 아쉬운 점이 가득할 뿐이었다.

올해 고종욱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다. 지난 2019년 팀이 9위로 추락하는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했던 그는 2020시즌 타율 2할8푼3리 3홈런 26타점 출루율 .319를 기록했다. 떨어진 타율을 만회하기 위해, 또 팀 성적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시즌을 준비했지만 기회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제주 캠프 때부터 외야 코너 한 자리를 두고 주전 경쟁을 했다. 중견수로는 김강민과 최지훈이 있었고 우익수로는 추신수가 있었다. 빅리그 16시즌 뛴 ‘스타 우익수’가 KBO 리그에 입성한 것이다.

기존 우익수 한유섬도 좌익수 변신을 준비했다. 고종욱 처지에서는 정의윤, 오태곤 그리고 한유섬까지 경쟁을 해야 했다. 게다가 김강민이 투입될 때는 최지훈이 좌익수로 이동하기도 했다. 좌익수 자리는 ‘바늘 구멍’이었다.

고종욱은 백업 신세가 됐고, 들쭉날쭉한 기회만 노려야 했다. 수비력을 논하기 전에 타겨감을 잡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지명타자 경쟁도 심했다. 추신수가 어깨 문제로 지명타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한유섬이 다시 우익수로 이동했지만 꾸준한 출장 기회를 보장 받을 수는 없었다.

고종욱은 “올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핑계삼기는 싫다. 백업이라도 기회가 왔을 때 살리지 못했을 뿐이다. 정신을 단단히 차리고 다시 준비해야한다”며 “야구장에서 보여주겠다. 준비 잘 해두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특히 고종욱 방출은 의외의 결정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컨택 능력이 뛰어난 선수로 확실한 강점을 갖추고 있는 선수로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한 달에 13타석으로는 타격감을 살리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누구보다 연습도 열심히 하던 선수다. 하지만 그는 “연습 때 다 열심히 한다. 결국 결과로 보여줘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고종욱은 어떻게 보면 발동이 늦게 걸리는 편이다. 주간보다는 야간, 월요일보다는 금요일,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타율이 올라간다. 기복이 있을 때도 있지만 3~4월보다 8월이 좋다. 초반 부진으로 줄어든 기회가 아쉽게 남는 시즌이 됐다.

하지만 고종욱은 이런 상황을 탓하지 않고 핑계대지 않는다고 했다. “신수 형이 온게 문제가 아니다. 내가 부족했던 것이다. 감독님, 코치님 탓을 하는게 아니다. 내가 못해서 그런거다. 그래서 준비 다시 해보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고종욱의 진가는 야구장에서 발휘될 것이다. 올해 치열한 경쟁을 통해 마음가짐, 야구를 준비하는 자세 등 경험치는 많이 쌓였다. 그는 뛸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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