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후배에게 MVP 후보 양보했던 오승환, 올해는 욕심내고 있다
2021.11.06 12:04:03

 

오승환 / OSEN DB


[OSEN=대구, 손찬익 기자]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삼성의 오승환과 최형우(현 KIA)는 정규 시즌 MVP 유력 후보로 꼽혔다. 

오승환은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200세이브 달성뿐만 아니라 구원 1위(47세이브)에 오르며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공헌했다. 특히 0.63의 평균 자책점과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을 만큼 완벽함을 과시하며 철벽 마무리의 위용을 뽐냈다.

방출과 재입단의 우여곡절 끝에 삼성 타선의 핵심 멤버로 우뚝 선 최형우는 홈런(30개), 타점(118개), 장타율(0.617)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획득했다. 두 선수 모두 MVP로서 손색이 없는 활약이었다. 

하지만 오승환은 스스로 MVP 후보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선발 투수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 MVP 도전에 강한 애착을 보였으나, 고심 끝에 MVP 후보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오승환의 바람과는 달리 다승(17승), 평균 자책점(2.45), 탈삼진(178개), 승률(0.773) 등 투수 4관왕을 차지한 윤석민(당시 KIA)이 MVP를 품에 안았다. 

올 시즌 44세이브를 거두며 개인 통산 5번째 구원왕에 오른 오승환은 평균 자책점(2.33) 및 탈삼진(225개) 1위 아리엘 미란다(두산), 타격 1위(.360) 이정후(키움)와 더불어 MVP 후보로 거론된다. 


오승환 / OSEN DB


오승환은 정규 시즌 MVP 등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예전 같으면 MVP 후보로 언급되는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제는 불펜 투수도 MVP에 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예전에는 마무리 투수로 롱런하는 투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다르다. 요즘에는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은 투수 가운데 마무리 투수가 목표인 선수들도 늘어났다. (내가 MVP를 차지한다면) 불펜 투수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KBO 리그 최초 개인 통산 300세이브, 역대 최고령 40세이브 등 다양한 기록을 세운 그는 "세이브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도 "광주 KIA전(10월 13일) 세이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5-3으로 앞선 8회 1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한 오승환은 1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지켰다. 시즌 40번째 세이브. 44개의 공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하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오승환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40세이브 달성보다 팀이 이겼다는 데 더 의미를 두고 싶었다"며 "그렇게 던지고 팀이 패했다면 충격이 더 컸을 거다. 아홉수에 대한 이야기도 분명 나왔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고우석(LG), 김원중(롯데), 정해영(KIA), 조상우(키움) 등 젊은 소방수들의 활약은 오승환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된다. 그는 "좋은 구위를 가진 후배들이 너무 많다. 내년부터 마무리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다. 저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한 시즌을 치르고 다음 시즌을 생각하면 안주할 수 없게 된다. 후배들의 성장을 채찍질 삼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hat@osen.co.kr


강민호와 오승환 /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