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KBO 첫 시즌 마친 추신수, 내년에도? "항상 미련 남아. 11월 중 결정"
2021.11.06 13:16:17

SSG 랜더스 추신수. / OSEN DB


[OSEN=인천, 홍지수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16시즌을 보낸 후 한국 야구 팬들 곁으로 온 추신수(39). 그가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고 KBO 리그 첫 시즌을 보낸 소감을 밝혔다.

추신수는 6일 오전 인천SSG랜더스필드 내 인터뷰 공간에서 취재진을 만나 2021시즌을 되돌아봤다. SSG가 지난달 30일 KT 위즈와 시즌 최종전에서 3-8로 패하면서 추신수의 한국 무대 첫 시즌도 종료됐다.

정규시즌 137경기 뛰면서 타율 2할6푼5리 21홈런 25도루 69타점 장타율 .451 출루율 .409의 성적을 남긴 추신수. 그는 아쉽게 KBO 리그 포스트시즌 무대까지 밟지 못하고 조만간 가족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추신수는 KBO 리그 입성 첫 해 올스타로 뽑혔고 지난 10월 5일 잠실 LG전에서 홈런을 기록하며 39세 2개월 22일의 나이로 최고령 20홈런-20도루 기록을 완성했다. 양준혁의 역대 최고령 20홈런-20도루 기록(38세 4개월 9일)을 넘어선 기록이다.

또한 그는 지난달 2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시즌 100번째 볼넷을 얻어내며 역시 양준혁이 가지고 있던 최고령 단일시즌 100볼넷 기록(37세 3개월 26일)도 39세 3개월 13일로 늘리기도 했다. 다음은 추신수의 일문일답.

- 한 시즌 마친 소감은?

▲ 언제나 그랬든, 미국에서 운동할 때도 좋은 시즌, 아쉬운 시즌이 있었다. 이 가운데 좋았던 시즌에도 미련은 항상 남았다. 그래서 올 시즌 경우 내가 원하는 것보다 부족했다. 팀 성적도 아쉬웠다. 마지막 한 경기로 인해 1년간 고생했던 것들이 결정난 부분에 대해 아쉬웠다.

- 개인 성적을 돌아보면?

▲ 타율 부분이 아쉽다. 그 외에는 큰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아직 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시즌이었다. 팀을 보면 팬들이 아쉬울 것이다. 나도 그렀다. 하지만 내가 20년 동안 프로 야구를 하면서, 과연 선발 5명 중 1명도 제대로 한 시즌을 보내지 못한 부분을 고려하면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박수쳐주고 싶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 SSG 동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미국에서 마이너리그 7년, 각자 다른 나라에서 온 선수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 부분이 맞아도 '하라'고 하는 것보다 '옵션'을 줬다. (최) 지훈이나 (김) 찬형이 모두 성인이다. 자발적으로 하도록, 미국에서 느낀 방식으로 선수들을 존중하면서 대화를 많이 했다.

- 한국 무대에서 만나 좋았던 점.

▲ 보던 것보다 더 나은 선수가 많았다. 나성범이나 최정. 내가 여기에 와서 삼진을 하나도 안 당할 수는 없다. 당하면 자존심도 상하지만. 좋은 결과를 만들었을 때 자신감이 생기듯, 어린 투수들이 잘 하는 선수를 삼진 잡고, 범타 처리했을 때는 도움이 됐을 것이다. 더 나은 선수가 된다면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 내가 생각한 점과 다른 점은?

▲ 야구는 미국과 같다. 어느 정도 생각을 하고 왔다. 생각보다 열악한 환경. 그 부분 외에는 다른 점 없었던 것 같다.

- 리그도, 팀도 처음이었다. 적응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 야구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다. 적응했다는 것은 좋게 포장했을 뿐. 20년 동안 한 야구, 한 경기 준비한 방식이 달랐다. 그 점은 힘들었다. 시즌 중반에는 나름대로 맞춰가면서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 열악한 환경, 어떤 점이 빨리 개선되길 바라는가?

▲ 선수들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면 한다. 원정 팀이 그렇다. 내가 봤을 때 엄청난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원정 팀 경우 옷을 갈아입을 정도 공간은 나와야 한다. 선수들, 코치들이 한 공간에서 쉬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편하게 쉴 공간 마련 필요). 치료받을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치료를 잘 받아야 한다. 원정 팀이 몸을 풀 수 있는 공간도 없다. 앉아있다가 나가서 뛰어야 한다. 프로 선수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동등하게 대결해야 한다.

- 한 시즌을 마친 후 느낀 KBO 리그 수준은?

▲ 수준 높다. 가능성도 있다. 올해 국제대회에서 안 좋은 성적을 남겼지만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선수들이 좀 더 프로 의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프로 의식이란?

▲ 한 경기 한 경기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야 한다. 좋은 경기를 하고도 마지막 경기로 5강에 들지 못했다. 한 경기 모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런 결과를 얻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타율 2할9푼과 3할은 차이가 있다. 집중해서 못 치는 경우가 있다. 매번 그럴 수는 없지만 타석에서 집중해야 한다. 그런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 오승환 만난 기분?

▲ 승환이 만나 상대할 때 아드레날린이 생기는 듯하다. 기분 좋았다. 오승환 선수가 한 경기를 준비하고,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공감. 그 나이에도 야구를 할 수 있고, 어떻게 하는지 어린 선수들은 그 장점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보면서 '잘 하는구나'에서 끝나면 안된다.

- 잔상이 남는 투수?

▲ 고영표다. 언더 투수를 좋아한다. 미국에서는 언더 투수가 체인지업을 잘 안 던진다. 그런데 정말 고영표를 상대하면서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못 치겠더라. 나 자신이 웃기더라. 정말 좋은 투수다. 그런 투수들이 오래오래 했으면 한다. 고영표 체인지업, 없어지더라. 

- 포스트시즌 진행 중이다. 관중들도 들어왔다. 인천에서 팬들 앞에서 야구하고 싶지 않은가?

▲ 그런 걸 느껴보고 싶다.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래 이어질지 몰랐다. 관중 30%가 들어왔을 때는 야구하는 기분이 들었다. 

- 포스트시즌 경기 보고 있나?

▲ 마지막 결과만 본다. 미국에서도 그랬다. 우리 팀이 나가지 못하면 결과만 확인했다. 보는게 기분 좋지 않더라. 

- 올해 굵직한 기록들을 세웠다.

▲ 미국에서 1번 타자를 많이 했다. 안타를 치는 것보다 출루가 목표였다. 대부분 안타가 목표인데, 나는 항상 출루 3번이 목표다. 어떤 방식으로든 출루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출루가 낮다. 그 이상을 생각하고 있다. 1번 타자다보니 득점도 더 했으면 했다. 기록 중이 4할 출루율에 볼넷 100개 이상 했다. 도루도 20개를 넘다보니 아직 더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몇 년 더 할 것인가?

▲ 구단과 충분히 얘기를 했다. 결정을 혼자 할 수는 없다. 샌프란시스코 버스터 포지도 34살에 은퇴했다. 아직 답을 내지 못하겠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가족과) 상의를 해야 한다.

- 아내 하원미 씨가 최종전을 야구장에서 봤다. 어떻다고 했는지?

▲ 재밌다고 하더라. 춤추고 응원하는 게 재밌다고 하더라. 응원가도 벌써 배웠다고 하더라. 응원 문화가 좋았던 것 같다.

- SF 포지 은퇴에 대한 생각?

▲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야구가 전부는 아니다. 나도 생각이 바뀌어 가는 듯하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야구 더 할 수 있었는데'라는 는 생각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생각한다.

- 포지는 월드시리즈 우승, 신수 선수도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 그래서 미련이 남는다. 사실 한국에 온 이유, 금전적인 이익을 얻겠다고 했으면 한국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야구에 그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SSG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올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해낸 게 보여 미련이 남게 된다.

- 이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통하겠다? 

▲ 최정은 보통의 사람의 생각으로 하기 힘든, 몸에 맞는 볼을 그렇게 맞으면서도 몸쪽 공을 쳐내더라. 한번 씩 몸쪽 공에 대해 놀랄 때가 있다. 그런 점을 높게 본다. 성범이는 메이저리그에 가면 스플릿 계약이 되면 안된다. 개런티 계약을 받고 가야 한다. 그래야 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내려가게 되면 문화, 생활 달라서 야구에 집중할 수가 없다. 가게 되면 개런티 계약을 맺고 가라고 조언하고 싶다. 

- 김광현이 같이 뛰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 내가 그랬다. 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광현이가 오면 그런 점을 채워줄 수 있다. 워낙 승부사 기질도 있다.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줘야 한다. 좋은 결정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왔으면 한다.

- 집으로 돌아가면 자녀들을 만날텐데. 한국 야구에 대해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

▲ 좋은 선수가 많은 곳이다. 언제 기회가 되면 상대해보길. 어떻게 성장할지 모르겠지만, 야구를 할 만한 곳이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사람이다. 언젠가는 한국에서 경험하면 좋을 듯하다. 미국에서 태어났어도 부모는 한국 사람이다. 

- 결정을 내릴 시점은?

▲ 11월까지는 생각할 듯. 더 빠를 수도 있다. (30홈런-30도전) 항상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기록보다 팀을 위해 하다보면 기록은 쌓이는 것. 20-20 달성도 그렇다. 후배들이 알 것이다. 내가 원하는 성적이 안 나와서 짜증난 적이 많았다. 그런데 20-20이 됐다. 예전에 미국 코치님이 '전광판에 기록이 나오면, 숫자 1이라도 높이도록 하라'고 했다. 안 맞을 때는 볼넷, 도루도 할 수 있다. 쌓이다 보면 그 숫자가 된다. 

- 아들 야구는?

▲ 재능은 있다. 개발은 자신의 몫이다. 더블A, 트리플A도 못 가는 선수가 허다하다. 자신의 재능만 믿으면 안된다. 이런 얘기를 아이들한테도 말한다. 

- 한국에서 지낸 느낌은?

▲ 배달로 편하게 잘 생활했다. 일단 많은 사람이 알아봐주셨다.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내가 언제까지 그러겠는가. 미국에서는 자유로웠다. 그런 점이 신경쓰였지만 다 편했다. 

- 1년 동안 한국말로 많이 대화를 나눴다.

▲ 많이 배웠다. 줄임말도 많이 쓰더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아아'로. 반대로 영어는 좀 잊고 지냈다. 행복했다. 웃고 떠들고, 좋았다.

 - 향후 스케줄은?

▲ 다음 주 미국으로 갈 것이다. 일단 팔이 좋지 않으니 의사도 만나야 한다. 필요하면 수술도 해야 한다. 인대가 거의 끊어질 정도다. 공을 20~30m 밖에 못 던졌다. (한) 유섬이도 발이 좋지 않아 뛰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5강 경쟁을 했다. 수술, 하게 되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이다. 2007년에 받은 바 있다. 결정을 빨리 내려야할 듯하다. 텍사스 구단 주치의가 이 수술로 유명하다. 만나서 얘기했었다. 빨리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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