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안타 폭발→사구→신경전...' 왜 33세 베테랑은 분노했나?
2021.11.06 14:49:38

김민성이 5일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회 적시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5일 잠실구장. LG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LG가 8-3으로 앞선 9회초. 선두타자 채은성이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대주자 김용의로 교체됐다. 9회 5점 차 상황이었지만, 김용의는 후속 유강남 타석 때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어 유강남이 우중간 적시타를 치며 9-3까지 달아났다. 사실상의 쐐기타였다.

여기서 두산은 투수를 윤명준에서 박종기로 교체했다. 문보경이 2루 땅볼로 물러난 가운데, 타석에 이날 4안타 경기를 펼친 김민성이 들어섰다.

그런데 박종기의 초구 속구(137km/h)가 몸쪽으로 향하면서 김민성(33)의 팔꿈치 쪽을 강타했다. 사구 이후 김민성은 마운드 쪽을 응시한 뒤 분노의 감정을 잠시 드러내며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이내 박근영 주심이 말리면서 더 큰 사태로는 번지지 않았다. 1루에 간 김민성을 향해 박종기는 모자를 벗은 뒤 사과의 뜻을 표했다.

자칫 민감한 상황에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몸에 맞는 볼이었다. 무엇보다 김민성이 4안타로 이날 경기서 가장 잘 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정규 시즌이었다면 경기 흐름에 따라 9회 5점 차 상황서 나온 도루가 상대를 자극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준플레이오프였기 때문에 도루가 상대 벤치를 자극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김민성은 지난 1차전에서 5번 타순에 배치됐으나 4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2차전에서는 7번 타순으로 내려가고도 펄펄 날았다.

김민성은 대개 몸에 맞는 볼 이후 쿨하게 1루를 향해 걸어나가는 편이다. 하지만 이날 반응은 다소 예민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민성은 "경기를 하다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 뒤 "제가 5안타를 칠 수 있는 좋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안타를 욕심내고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렇게 돼 개인적으로 아쉬웠다"고 되돌아봤다. 결국 안타를 한껏 노리고 있던 상황서 뜻하지 않게 기회가 날아가자 분을 표출했던 것이다.

이날 김민성은 안타를 많이 쳐냈지만 특별한 감정 표현 없이 냉철함을 유지했다. 그는 "나름대로 과거에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면서 오버도 하고 여러가지를 해봤다. 근데 오버하면 더 잘 안 되더라. 혼자 들떠서 정신을 못 차린 적이 있었다. 그래서 1차전이 끝난 뒤 생각을 좀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팀을 위해 오버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잘하는 플레이가 무엇일까에 대해 더 집중했다. 그 결과 어떤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해보자고 마음 먹은 뒤 들어간 게 잘 된 것 같다. 공격적으로 한 게 잘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과연 김민성이 살아난 LG가 3차전에서도 활발한 타격을 보여줄 수 있을까. 또 김민성이 다시 몇 번 타순에 배치될 지도 관심이 쏠린다.


9회 사구 이후 1루 쪽으로 걸어나가는 김민성(왼쪽)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