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환 세리머니’ 독 됐나, LG는 불타올랐고 본인은 냉정함을 잃었다
2021.11.06 14:57:36

[OSEN=잠실, 이대선 기자]6회말 무사 1루에서 두산 양석환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워하고 있다. 2021.11.05 /sunday@osen.co.kr

 

[OSEN=잠실, 이후광 기자] ‘양석환 세리머니’가 오히려 양석환(두산)에게 독이 된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2차전에서 자신이 아닌 상대의 전투력만 끌어올린 모양새가 됐다.

잠실 라이벌 두산과 LG의 2021 준플레이오프는 경기에 앞서 이른바 ‘양석환 시리즈’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월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LG에서 두산으로 둥지를 옮긴 양석환이 친정팀을 만나게 됐기 때문.

양석환은 신일고-동국대를 나와 2014 2차 3라운드 28순위 지명을 받은 LG의 우타 거포 유망주였다. 실제로 입단 4년차인 2017년 첫 두 자릿수 홈런(14개)에 이어 2018년 22홈런으로 잠재력을 터트렸고, 곧바로 상무에 입대하며 병역 의무까지 순조롭게 해결했다.

그러나 군 복무는 양석환 야구인생의 전환점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전역 후 설 자리를 잃으며 1군 성적이 40경기 타율 2할4푼6리 3홈런에 그쳤고,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엔트리에 포함되고도 벤치를 줄곧 지키며 씁쓸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오프시즌 열심히 몸을 만들던 도중 생애 첫 이적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준플레이오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다. 지난해 설움을 딛고 두산의 거포로 자리매김한 양석환은 “벤치에 있는 걸 좋아할 선수는 아무도 없다. 작년에 벤치에 있으면서 ‘내가 이 정도로 신임을 못 얻나’ 싶었다. 그런 부분이 올 시즌 준비로 이어졌다”며 “친정팀 상대로는 정규시즌에서도 늘 잘하고 싶다. 포스트시즌에서 만나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OSEN=잠실, 이대선 기자]2회초 무사에서 LG 채은성이 우전 2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2021.11.05 /sunday@osen.co.kr


양석환은 실제로 지난 4일 1차전에서 9회초 큼지막한 2루타를 친 뒤 유니폼에 새겨진 두산 엠블럼을 가리키며 흔드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친정 LG와 LG 팬들 앞에서 ‘나는 두산맨’이라는 걸 확실히 각인시키는 모습이었다. 이후 쐐기 득점까지 올리며 팀의 1차전 기선제압에 힘을 보탰다.

양석환 세리머니를 지켜본 LG는 씁쓸한 마음을 승리 의지로 승화시켰다. 2차전을 앞두고 만난 4번타자 채은성은 “오늘(5일)은 양석환의 세리머니를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상대가 지고 있다면 세리머니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욕을 다짐했다.

옛 동료의 과감한 세리머니는 LG가 2차전에서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다. 먼저 채은성이 2회 팀의 첫 안타로 2루타로 출루한 뒤 주먹을 날리는 세리머니로 팀의 공격 본능을 깨웠다. 문보경, 문성주 등 하위타선의 어린 선수들까지 안타를 날린 뒤 허공에 마구 어퍼컷을 날리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2차전은 LG의 9-3 설욕.

반면 양석환 세리머니는 2차전에서 나오지 않았다. 2회 3루수 직선타를 시작으로 4회 유격수 뜬공, 6회 헛스윙 삼진, 7회 좌익수 뜬공, 9회 헛스윙 삼진에 그치며 세리머니를 펼칠 기회가 없었다. 1차전 승리와 본인의 세리머니에 흥분했는지 평소보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모습이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