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위해 아내 출산 휴가 포기했던 에이스, PS 전승 이어갔다…PO 기회가 올까
2021.11.06 16:32:46

지난 4월, 시즌 초반 LG 켈리의 아내가 딸과 함께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OSEN DB


[OSEN=잠실, 한용섭 기자] 정규 시즌 후반 치열한 순위 다툼 중에 소중한 출산 휴가를 포기했다. 오로지 우승을 위해서였다. 포스트시즌 첫 판에서 선발 등판해 승리 투수가 됐다. 우승으로 가기 위한 다음 선발 등판 기회가 올까.

LG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해 5⅔이닝 5피안타 4볼넷 5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LG는 3-1로 앞선 7회 5점을 뽑아 승기를  잡고서 9-3으로 승리했다. 

벼랑 끝에서 팀을 구해냈다. 1차전을 패한 LG는 2차전마저 패했더라면 시리즈 탈락이다. 켈리는 1회 정수빈의 직선 타구에 복부를 맞는 돌발 상황이 있었지만, 통증을 참고 계속해서 마운드를 지켰다.

경기 후 켈리는 “뼈에 맞지 않아 다행이었다. 큰 부상이 아니었다. 시즌 초반이 아닌 막바지라서 복부에 뱃살이 붙어 있다. 쿠션 역할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1회 1사 1,2루 위기에서 병살타로 모면했고, 5회 2사 1,2루에서 페르난데스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켈리는 앞서 2루타 2방을 허용한 페르난데스를 148km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자 마운드에서 포효했다.


[OSEN=잠실, 민경훈 기자]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포스트시즌 두산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이 진행됐다. 5회말 2사 주자 1,2루 두산 페르난데스를 삼진 처리한 LG 선발 켈리가 포효하고 있다. 2021.11.05/ rumi@osen.co.kr



# 켈리의 포스트시즌 성적
2019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NC) 6⅔이닝 1실점 노디시전
2019년 준플레이오프 3차전(키움) 6이닝 2실점 승리
2020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키움) 7이닝 2실점 노디시전
2021년 준플레이오프 2차전(두산) 5⅔이닝 1실점(비자책) 승리


켈리는 포스트시즌 ‘승리 보증 수표’를 이어갔다. 2019년 LG 유니폼을 입은 켈리가 자신이 등판한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모두 팀이 승리했다. 선발로서 승리 디딤돌을 놓았다. 4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78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까지 3경기 모두 2실점 이하의 퀄리티 스타트(QS)였다. 이날은 아웃카운트 하나 모자라 QS는 무산됐다.


[OSEN=잠실, 민경훈 기자]경기를 마치고 준PO 2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된 LG 켈리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21.11.05/ rumi@osen.co.kr


지난 9월 21일, 켈리의 아내는 미국에서 둘째 아이를 출산했다. 그 시각, 켈리는 한국에서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었다. 공교롭게 켈리가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을 앞둔 21일 새벽, 켈리의 아내가 출산했다. 켈리는 첫째 딸에 이어 둘째 아들을 얻었다.

켈리의 아내가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있을 때, 켈리는 팀의 우승을 위해서 구단에 경조사 휴가를 신청하지 않았다. 미국을 잠깐 다녀오지 않고, 계속 팀에 남아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순위 경쟁에 기여하기로 했다. 가족을 최우선시하는 외국인 정서상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만큼 LG와 우승을 향한 마음이 진심이다.

당시 켈리는 "출산을 함께 하지 못해 안타깝다. 아내를 위한 선물(목걸이)은 따로 마련했다. 팀의 우승을 위해 남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을 갔다오면 최소 열흘 정도 공백이 불가피했고, 자가격리 후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었다.


켈리가 팬들에 인사를 하고 있다./OSEN DB


켈리는 정규 시즌 막판에는 4일 휴식 후 등판을 반복했다. 10월 20일 키움전 이후 25일 롯데전, 30일 롯데전까지 나흘 휴식으로 2차례 연속 등판했다. 6이닝 3실점, 5⅓이닝 4실점으로 최선을 다했다. 

류지현 감독은 5일 2차전에 앞서 "켈리는 꾸준한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시즌 막판 나흘 휴식 등판을 하느라 체력적으로 지친 면이 있었다. 5일 휴식으로 좋은 구위를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에이스는 그 믿음에 부응했다. 

켈리의 목표는 LG의 우승이다. 준플레이오프에선 자신의 몫을 다 했다. 이제 동료들이 3차전 승리를 이끌기를 응원하는 일만 남았다. LG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켈리가 다시 승리 요정이 될 수 있다. LG가 3차전을 승리하고, 켈리가 플레이오프에서 던질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