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등번호, 저기 걸자" 레전드 단장의 속삭임, 당당히 외친 문동주 패기
2021.11.06 21:05:35

[OSEN=대전, 최규한 기자]한화 2022 신인 문동주가 인터뷰를 앞두고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1.05 / dreamer@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저기에 제 등번호 달겠습니다!"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시즌 최종전을 맞아 한화의 2022년 신인 선수들이 입단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1차 지명을 받은 '초고교급 투수' 문동주(18·광주진흥고)는 팬들을 향한 각오로 3루 측 관중석 위쪽을 가리키며 "저기에 제 등번호 달겠습니다"라고 힘차게 외쳤다. 문동주의 패기 넘치는 외침에 팬들도 크게 환호했다. 

문동주가 가리킨 그곳에는 한화의 역대 영구 결번 번호들이 걸려있다. 장종훈의 35번, 송진우의 21번, 정민철의 23번 그리고 가장 최근 김태균의 52번이 나란히 구장 한켠을 지키고 있다. 문동주도 KBO리그를 호령한 전설적인 선배들의 길을 따라가겠다는 의지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문동주가 이런 말을 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입단식 들어가기 전 신인들끼리 (각오가) 겹치지 말자고 해서 그런 말을 하게 됐다"면서 "정민철 단장님을 처음 만난 날 '네 등번호 저기 걸자'라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1차 지명이 확정된 후 지난 9월5일 대전 홈경기 때 초청돼 이글스파크를 첫 방문한 날이었다. 

어린 선수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대외적으로 문동주 띄워주기를 경계한 정민철 단장이었지만 선수 본인에겐 가슴이 불타오르는 강력한 동기 부여를 속삭였다. 영구 결번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정민철 단장의 말이기에 문동주에게 와닿는 울림이 훨씬 더 컸을 것이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3루 관중석에 한화 역대 영구결번들이 걸려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지난 5일 시작된 마무리캠프에서 대전 1군 선수단에 합류한 문동주는 세 자릿수 임시 번호를 달고 있다. 내년 시즌 선수 등록 전 정식 번호를 받을 예정. 세 자릿수 번호처럼 아직 모든 게 처음이라 어색하지만 가슴 설레는 나날이 시작됐다. 문동주는 "그동안 그라운드 밖에서 보다 이렇게 안에 들어오니 느낌이 다르다. 이제 한화 선수가 된 것이 실감난다. 김민우 선배님 등 모든 분들이 반겨주고 챙겨주셨다"며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님과도 1대1 면담을 하면서 앞으로 해야 될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마무리캠프에선 당장 투구 연습보다 몸 만들기에 집중한다. 문동주 역시 "몸이 약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캠프 시작 전부터 트레이닝 센터에서 운동량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몸이 먼저 만들어져야 기술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기술적으로 문동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월 멕시코에서 열린 U-23 야구월드컵에서도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최고 155km 강속구에 스플리터를 구사하며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문동주는 "우리나라와 플레이 스타일이나 힘이 다른 타자들을 처음 상대하면서 놀랐다. 많이 발전하고 배울 수 있는 계기였다"며 "직구를 많이 던지는데 떨어지는 공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스플리터 연습을 많이 했다. 투수는 타자를 상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승부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변화구가 좋지 않더라도 타자 상대 방법을 알면 이길 수 있는 게 투수다. 잘 배워서 그런 투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OSEN=대전, 최규한 기자]한화 2022 신인 문동주가 첫 마무리캠프 미팅에서 인사를 전하고 있다. 2021.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