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1경기 아니다, LG엔 '역사적' 의미가 걸려 있다
2021.11.07 10:39:47

 

LG 문보경(왼쪽)이 5일 잠실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전에서 7회초 적시타를 터뜨린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스1

 

LG 트윈스에 7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단순히 1경기가 아니다.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상 첫 '패-승-승' 역스윕과 지긋지긋한 '두산 포비아' 극복이 걸려 있다.

LG는 지난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준플레이오프 두산 베어스와 2차전에서 선발 케이시 켈리의 호투와 폭발한 타선의 힘을 통해 9-3 승리를 거뒀다.

LG가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을 잡은 것이 무려 2941일 만이었다. 2013년 10월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0의 승리를 거둔 뒤 8년이 흘러 두산을 눌렀다.

1차전은 완패였다.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졌다. 수비가 흔들렸고, 타선은 답답했다.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두산에 지고 들어간 모양새. LG에 대한 두산의 자신감이 표출된 경기이기도 했다.

LG에 두산은 '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같은 홈구장을 쓰는 팀이기에 '잠실 라이벌'이라 했으나 뭔가 두산이 우위에 있는 느낌이었다. 최근 6년 연속으로 정규시즌에서 두산에 상대 전적이 밀렸다. 포스트시즌에서도 1990년대에는 두 차례 우위였지만, 2000년 이후에는 두산에 3번 모두 시리즈를 따낸 적이 없다.

 

LG 김민성(가운데)이 5일 잠실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과 경기에서 7회초 득점에 성공한 후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여차하면 2차전에서 시리즈가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LG 선수들이 달라졌다. '각성'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 기 싸움에서 두산을 압도했다.

LG를 두고 '샌님'이라 했고, '도련님'이라 했다. 그만큼 얌전했다는 의미다.

이날은 아니었다. 안타 하나에도 크게 환호했고, 호수비가 나오면 구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벤치에서도 더 크게 고함을 지르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LG 1루수 문보경은 1회 1루수-유격수-투수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완성되자 주먹을 내지르며 환호했다. 2회 채은성 또한 2루타 후 오른손을 힘차게 휘두르며 벤치를 독려했다. 문성주도 안타 후 적극적으로 세리머니를 했다.

마운드도 마찬가지. 선발 켈리가 삼진 후 포효하며 뛰어서 더그아웃으로 돌아갔고, 김대유는 6회 대타 김인태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친 후 마음껏 기쁨을 표출했다.

이런 LG의 모습에 오히려 두산이 위축된 느낌도 있었다. 큰 점수차로 패해 그런 것일 수도 있으나 1차전과 달리 안타나 득점이 나왔을 때 리액션이 크지 않았다. LG가 확실히 우위에 섰다는 뜻이다.

 

LG 김대유가 5일 잠실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과 경기에서 6회말 삼진으로 이닝을 마친 후 포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달라진 모습이 3차전까지 갈 수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어차피 뒤가 없는 것은 두산이나 LG나 마찬가지. 반드시 이겨야 한다면 기세 싸움에서 앞서는 것은 필수다. 안 그랬던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상대가 더욱 놀라기 마련이다. LG가 딱 그랬다.

이제 LG는 '역대 최초' 기록에 도전한다. 앞서 17번의 2선승제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이 모두 플레이오프로 갔다. 그 중요한 1차전에서 두산이 이겼다. 이후 LG가 2차전을 잡으면서 균형을 맞췄다.

3차전까지 가져오면 LG는 1차전 패배 후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는 사상 최초의 팀이 된다. KBO 리그의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는 셈이다. 한껏 분위기를 탔다. 어떻게 해야 두산이 뒤지지 않는지 알게 됐다. LG가 꼭 필요한 부분을 '학습'했다고 볼 수 있다.

류지현 LG 감독은 1차전 패배 후 "두산과 같은 상황이라 본다. 1차전을 이겨도 2차전에서 패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우리가 2차전을 잡고 3차전에 가면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딱 그대로 됐다. 지면 탈락인 것은 같지만, 두산이 더 벼랑 끝에 선 모양새다. LG가 3차전을 잡고 플레이오프에 간다면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LG에 '두산 포비아' 극복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