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을 정도로 연락왔다” 정수빈 잔류시킨 허경민, 올해는 박건우
2021.11.07 12:36:12

 

두산 허경민(좌)과 박건우



[OSEN=잠실, 이후광 기자] 허경민이 두산 90트리오의 영원한 동행을 위해 다가오는 스토브리그서 다시 한 번 적극적인 구애 작전(?)을 펼칠 계획이다.

지난 격동의 스토브리그서 허경민, 정수빈, 김재호, 유희관 등 4명의 FA 선수를 잔류시킨 두산 베어스. 그 중 90년생 동갑내기 절친인 허경민과 정수빈의 계약 뒷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허경민이 지난해 12월 10일 최대 7년 85억원에 두산 1호 FA 계약을 맺은 뒤 곧바로 친구 정수빈 설득에 나섰다. 당시 정수빈은 원소속팀 두산 이외에 한화로부터 4년 총액 40억원을 제안 받은 상황.

그러나 허경민은 정수빈에게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 “두산에서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고 또 전달했다. 그리고 이는 엿새 뒤 정수빈의 6년 총액 56억원 잔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당시 정수빈은 “(허)경민이가 정말 귀찮을 정도로 연락을 했다. 계속 함께하자고 했다”며 “한 번 경민이와 끝까지 함께하는 걸 상상해봤다. 물론 한화에 가서도 더 성장하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경민이와 긴 시간 안정적으로 가는 방향을 택했다”고 밝혔다.

 

좌측부터 두산 정수빈-허경민-박건우 / OSEN DB



1년이 지나 이번에는 90트리오에서 가장 늦게 핀 꽃인 박건우가 FA 자격 획득을 앞두고 있다. 7년 연속 3할 타율을 비롯해 수비와 주루가 모두 수준급인 그는 이번 외야 FA 시장의 최대어가 될 전망.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90트리오가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절친이 다시 한 번 휴대폰을 들기로 결심했다. 허경민은 지난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취재진에 “항상 이맘때가 되면 FA 이야기가 나오는데 친구가 아닌 동료 입장에서 봤을 때 두산을 승리로 이끄는 선수가 바로 (박)건우와 (김)재환이 형이다. 앞으로 두 선수와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가을야구라는 잔치에 주제와 관계없는 인터뷰를 할 정도로 친구의 잔류가 간절해 보였다.

허경민에 따르면 박건우도 두산 잔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스토브리그가 시작됐을 때 지금의 마음이 유지될지는 미지수. 프로는 돈이고, 돈은 곧 프로이기 때문에 치열한 영입전이 펼쳐질 경우 자신에게 진정성을 보이는 팀에 갈 수밖에 없다. 허경민이 2차전에 앞서 이러한 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허경민은 “사실 이 이야기를 후반기에 하고 싶었는데 처음 하게 됐다”며 “(박)건우도 정말 남고 싶어하고, 나 역시 이런 동료들이 있어야 아구를 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나 정수빈과 비교해 박건우는 설득이 다소 힘들 전망. 허경민은 “아무래도 (박)건우가 (정)수빈이보다는 힘들다. 그래도 내 마음이 곧 선수들의 마음이고, 내 전화를 잘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