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타짜' 곰탈 여우 감독, 초보 감독들에게 한 수 가르치다
2021.11.07 20:58:28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OSEN DB



[OSEN=잠실, 한용섭 기자] 역시 승부사는 달랐다. 한국시리즈 6년 연속 진출의 이유가 있었다. 

두산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0-3 완승을 거뒀다. 1승1패에서 최종 3차전을 승리,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2경기나 치렀고,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부상으로 빠져 열세라는 예상에도 LG에 승리했다. 올 가을에도 '가을 타짜' 김태형 감독의 용병술이 빛나고 있다.  

2015년 두산 사령탑에 취임한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달성했다. 감독으로는 역대 최초 기록이다. 3차례 우승과 3차례 준우승에 빛나는 이력을 자랑한다.

두산은 외국인 투수 미란다와 로켓이 부상으로 이탈해 선발은 최원준, 곽빈, 김민규 3명 뿐이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2관왕에 오른 미란다의 부재는 엄청난 타격이었다. 경험이 적은 젊은 3명의 선발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5경기를 치르면서 불펜진을 공격적으로 활용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경기 흐름을 잘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결정이 빠르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두산과 키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결과를 두고 감독의 경험 차이를 언급했다. 이 위원은 “김태형 감독은 경험이 많아서 위기 상황이나 승부처에 임기 응변이 확실히 다르다”고 칭찬했다.

 

[OSEN=잠실, 박준형 기자]경기종료 후 두산 김태형 감독이 박세혁 포수를 독려하고 있다. 2021.11.07 / soul1014@osen.co.kr



김태형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2차전)2점차에 필승조를 붙일까도 했지만, 아예 쉬게 한 게 3차전에 그래도 조금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6회말 1점을 만회해 1-3으로 추격하는 분위기에서 추격조를 기용, 7회초 6실점하면서 완패했다. 결과적으로 2차전 필승조를 아낀 것이 3차전에 빛났다. 

김 감독은 3차전에서 "선발 김민규를 길게 보진 않는다. 1~2회가 중요할 것 같다. 그 정도만 넘어가면 3회부터는 필승조를 준비시킬 생각이다. 선취점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빨리 필승조를 가동했다. 1-1 동점인 2회 'LG 킬러' 이영하가 등판했다. 김 감독은 "1회 김민규 공은 좋았는데, 버거워 보였다. 승부하는게 작년처럼 강약 조절이 아니고, 힘이 많이 들어갔다"며 "1회 이영하가 몸을 풀게 하고, 2회 주자가 나가면 교체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자 나가면 이영하가 또 몸을 풀어야 해서, 바로 2회부터 들어가는 것이 낫다고 보고 바로 넣었다"고 설명했다. 과감한 승부였다. 어차피 지면 탈락, 내일이 없는 경기다. 최고의 카드를 후회없이 쏟아부어야 한다.

이영하는 5회까지 66구를 던지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 사이 3회 페르난데스의 투런 홈런, 4회 정수빈의 1타점 적시타로 달아났다. 5회 6득점 빅이닝으로 10-1로 달아나며 승리를 확신했다. 이영하는 "2~3이닝 정도 던질 줄 알았는데, 4이닝은 생각 못했다. 5회 점수차가 벌어지면서 편하게 던졌다"고 했다.

김 감독은 "키움은 우리가 유리하게 갔지만, 키움과 달리 LG는 버거웠다. 필승조들을 초반부터 쓰고, 이닝을 길게 가져가려고 했다. 이영하가 너무 잘 던졌다. 승부할 상황을 만들어줬다"고 칭찬했다. 

김태형 감독은 초보 감독들이 이끈 키움(홍원기 감독), LG(류지현 감독)를 연파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제 삼성에 이기면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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