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나우’ LG의 아이러니…포스트시즌에서 ‘강제 리빌딩’ 하다
2021.11.11 19:03:12

경기 종료 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LG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OSEN DB


[OSEN=한용섭 기자] LG 트윈스의 2021시즌은 끝났다. ‘가을야구’에 진출했으나 준플레이오프 탈락으로 시즌을 마쳤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즌이었다. 시즌 중반 ‘윈나우'를 위한 트레이드까지 단행했지만, 오히려 포스트시즌에서 ‘강제 리빌딩’을 하는 모양새가 됐다.

LG 프랜차이즈 출신으로는 처음 트윈스 사령탑에 오른 류지현 감독은 누구보다 LG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새 감독은 LG 팀 컬러에 무리한 변화를 주지 않았다.

전반기 외국인 타자 라모스가 허리 부상으로 6월초 전력에서 빠졌다. 그럼에도 마운드가 기대 이상으로 탄탄했고, 지난해 상위권팀들의 하향 평준화로 LG는 선두 다툼을 할 수 있었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LG는 후반기를 앞두고 선발 정찬헌을 내주고 2루수 서건창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로 ‘윈나우’ 방점을 찍었다. 라모스가 빠진 자리에 새로운 외국인 타자 보어를 영입했다. 타자 2명을 영입, 공격력 보강으로 후반기 1위 다툼을 기대했다.

후반기 정찬헌의 트레이드 공백과 차우찬의 수술 아웃 등으로 4~5선발 자리에서 고생을 했지만, 마운드는 버텼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켈리-수아레즈 원투 펀치가 건강한 몸상태를 회복했다. 불펜은 10개 구단 평균자책점 1위였다.

그러나 공격력은 끝까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팀 타율 8위(.250)의 타선은 팀 득점 8위로 빈약했다. ‘윈나우’로 영입한 서건창의 트레이드 효과도, 외국인 타자 보어의 반전도 없었다. 주전 타자들의 동반 부진이 시즌 끝까지 이어졌다.

톱타자 홍창기가 출루율 1위와 함께 타격 4위(.328)로 맹활약했으나, 나머지 주전들은 모두 지난해보다 하락세였다. 타선의 슬럼프가 1년 내내 이어졌다. ‘타격기계’ 김현수마저 타율 2할8푼1리, 2008년 이후로 가장 낮은 타율을 기록했다.

그 여파는 결국 1년 농사의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졌다. 준플레이오프 LG의 라인업에는 올해 1군에서 본격적으로 뛴 문보경, 문성주가 주전으로 출장했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쇄골 골절 수술을 받으면서 백업 구본혁이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선발 라인업의 3자리, 33.3%가 신예 또는 초짜였다. 또한 대타 1순위는 신인 이영빈이었다.


LG 문보경이 안타를 때린 후 환호하고 있다./OSEN DB


외국인 타자 보어가 ‘실패’로 끝나면서 문보경이 1루를 맡았다. 외야의 이천웅(타율 .199), 이형종(타율 .218)의 부진으로 9월에 콜업된 문성주가 4번째 외야수 또는 지명타자 롤을 차지했다. (이천웅은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되지도 못했다. 이형종은 3경기 중 1타석 대타로 들어섰다.)

문성주는 2018년 드래프트 10라운드 97순위로 입단한 신예다. 2018년 단 3타석만 뛰고 올해 9월에 다시 1군 무대를 밟았다. 문보경은 2019년 3라운드 25순위로 입단, 올해 군 입대를 준비하다가 기회를 받았다. 5월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올 시즌 문보경은 2할3푼(278타수 64안타), 문성주는 2할2푼8리(79타수 18안타)로 시즌을 마쳤다. 구본혁은 123경기에 출장했으나 주로 대수비 요원, 공격은 38타수 5안타(타율 .132)였다. 신인 이영빈은 타율 2할4푼3리(148타수 36안타), 대타로 22타수 10안타(.455)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뒤 류지현 감독은 타선 부진에 대해 “한 선수, 한 파트를 논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오늘 이후로 차근차근 정리하고 논의해야 할 것 같다. 훈련을 통해 내년에 준비해야 할 부분과 부족했던 부분을 잘 정리해서 발전된 모습으로 내년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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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신인 이영빈이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로 출루하고 있다.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