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첫 꼴찌 감독' 수베로, 그런데 왜 칭찬을 받을까?
2021.11.11 19:04:09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지금까지 한화에서 보지 못한 야구다."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은 카를로스 수베로(49) 한화 감독의 올 시즌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허구연 위원은 "FA만 데려오면 내년에 한화가 좋아질 것 같다. 수베로 감독이 자신만의 야구관으로 확실한 색깔을 보여줬고, 선수들도 이제는 적응이 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는 올해도 10위 꼴찌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46승보다 3승 더 많은 49승을 거두긴 했지만 승률 3할7푼1리로 10개팀 중 유일하게 4할 승률을 넘지 못했다. 꼴찌를 할 각오로 전면 리빌딩을 시작했지만 냉정한 현실을 확인하는 시즌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허 위원은 "성적을 떠나 욕을 먹더라도 수베로 감독은 자신만의 새로운 야구를 보여줬다. 지금껏 한화에서 보지 못한 컬러의 야구였다. 꼴찌 팀이라고 해서 맥없이 하지 않았다"며 "정민철 한화 단장이 수베로 감독을 잘 데려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비록 성적은 꼴찌 그대로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크게 바뀌었다. 수비 위치를 옮긴 파격적인 시프트는 KBO리그를 선도했다. 2019~2020년 9위, 8위였던 수비 효율(DER)을 2위로 끌어올렸다. 전체 아웃카운트의 4.1%를 시프트로 잡아냈다. 

도루 실패(56개), 주루사(59개) 모두 리그 최다 불명예를 썼지만 팀 도루 3위(109개)로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펼쳤다. 리그에서 3번째 많은 볼넷(633개)을 골라내며 출루 중심의 타석 접근법도 빛을 발했다. 팀 평균자책점도 2년 연속 9위에서 올해 7위로 소폭 상승했다.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OSEN DB


당장의 성적보다 선수 개개인의 성장에 중점을 두고 운용했다. 내야는 하주석, 정은원, 노시환이 확실한 코어로 자리잡았다. 외야 성장이 미미했지만 김태연이 내외야 유틸리티로 활약했다. 투수 김민우는 첫 규정이닝과 함께 14승을 올렸고, 강재민과 김범수, 윤호솔, 주현상이 불펜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인 김기중도 선발로 확실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수베로 감독은 "새로운 곳에서 야구 환경과 문화, 언어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1년을 보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잘 지나간 것 같다"며 "리빌딩에는 여러 단계가 있지만 우리가 당초 구상한 계획대로 어느 정도 이뤄냈다. 선수들이 감독의 야구관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도를 높여가는 과정은 만족스럽다. 적어도 1년차에 계획한 것은 다 이뤄냈다"고 스스로 자평했다. 

하지만 성적 앞에 변명은 하지 않았다. 그는 "10위로 마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수비 시프트를 보다 스마트하게 해야 하고, 평범한 타구 처리가 기본이 돼야 한다. 투수들이 한 경기 10개 이상 사사구를 줘선 이기기 어렵다. 이런 부분을 내년에 최소화해야 한다"며 "팀이 리빌딩에서 승리하는 팀으로 바뀌는 데에는 여러 요소가 필요하다. 신인 드래프트부터 FA 영입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금으로선 리빌딩이 얼마나 더 걸릴지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올 겨울 FA 영입에 따라 그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 /waw@osen.co.kr

 

한화 수베로 감독이 선수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