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영 감독은 "변명과 핑계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 어떻게 책임질건가?
2021.11.11 21:45:29

 

OSEN DB


[OSEN=잠실, 손찬익 기자] “저희에게 더 이상 변명과 핑계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4월 3일 키움과의 정규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허삼영 삼성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사령탑 첫해 64승 75패 1무 정규 시즌 8위로 마감했으나 겨우내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통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됐기 때문.

강타자 오재일과 4년 총액 50억 원에 계약했고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과 벤 라이블리와 재계약을 마쳤다. 또 외국인 타자 다니엘 팔카 대신 일본 무대에서 뛰었던 호세 피렐라와 손잡았다.

굳이 전력 이탈 요소를 찾는다면 FA 보상 선수 박계범이 전부였다. 활용 가치가 높은 내야 자원을 내준 게 아쉽지만 오재일을 영입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처럼 전력 향상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저희에게 더 이상 변명과 핑계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승엽 KBO 홍보대사 겸 SBS 해설위원은 시즌을 앞두고 “이 정도 전력이라면 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2위권에 도전할 만한 전력”이라고 삼성의 선전을 예상했다.

허삼영 감독의 바람과 이승엽 위원의 예상대로 삼성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가 부진과 부상으로 팀을 떠났고 대체 선수 마이크 몽고메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주전 유격수로 기대를 모았던 이학주가 경기 외적인 부분으로 논란을 일으킨 걸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제 몫을 다 했다.

주장 박해민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 선수들 모두 “팀 분위기가 이렇게 좋았던 적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원기찬 대표이사는 선수단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선수들이 더욱 신나게 뛰었다. 프런트와 선수단의 조화는 올 시즌 대권 도전을 향한 긍정 신호로 여겨졌다.

지난달 31일 KT와의 1위 결정전에서 0-1로 패하는 바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하지 못했지만 현재 팀 전력과 플레이오프가 5전3선승제에서 3전2선승제로 변경되면서 여러모로 삼성에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2차전 모두 패하며 이틀 만에 가을 잔치를 마감했다. 외국인 원투 펀치가 모두 빠졌고 와일드 카드 결정전부터 싸우면서 체력이 소진된 두산을 상대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단기전은 감독의 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풍부한 경험과 지략을 바탕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허삼영 감독은 엇박자의 연속이었다. 과감한 것도 아니었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야구도 아니었다. 외부에서 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만큼 납득 불가한 선수 기용과 작전도 꽤 있었다.

허삼영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아쉬운 경기가 계속 있었다. 큰 경기 부담감이 투수들에게 많이 작용했다. 하나의 경험이고 내년에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두 경기 동안 득점권 기회가 무산되면서 경기 흐름이 침체되는 느낌을 받았다. 베테랑들이 충분히 자기 스윙을 못 가져갔다. 책임감이 너무 가중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삼영 감독은 또 “준비 과정이 소홀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했던 것 같다. 삼성다운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감독이라면 '우리 선수들은 잘 싸웠는데 내가 부족한 탓'이라고 대답하는 게 모범 답안. 하지만 핑계와 변명으로 일관했다. 마치 사령탑이 아닌 제3자가 이야기하는듯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저희에게 더 이상 변명과 핑계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허삼영 감독. 6년 만의 가을 잔치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는데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