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처럼 이것 활용해라” 가을야구 초짜들에게 전하는 이순철 조언.txt
2021.11.14 10:51:32

 

사상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낸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승리한 후 그라운드로 나서고 있다. /OSEN DB



[OSEN=한용섭 기자] 2021년 KBO리그는 이제 한국시리즈만 남겨두고 있다. 지금까지 포스트시즌(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은 벤치 싸움에서 극명하게 엇갈렸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김태형 두산 감독 앞에서 홍원기 키움 감독, 류지현 LG 감독, 허삼영 삼성 감독은 단기전 지략 대결에서 밀렸다. ‘가을 야구’가 처음이었던 이들은 ‘곰 탈 여우’ 김태형 감독의 과감하고 뚝심있는 용병술을 빛나게 해줬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벤치 싸움에 차이가 많이 난다. 우리도 메이저리그처럼 벤치코치를 두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전에는 매 순간이 중요하다. 경험이 적은 감독은 순간 판단이나 임기응변에 약하다”고 덧붙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홍원기 감독은 1차전 선발 안우진의 교체 타이밍, 2차전 선발 정찬헌에 이어 한현희로 빨리 교체했는데, 이후 대량 실점에도 다음 투수 교체는 늦어지며 패착이 됐다. 2차전이 두 팀 모두 대량득점을 주고받았기에, 초반 투수 교체 타이밍이 치명타가 됐다. 이순철 위원은 “키움은 투수 교체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 류지현 LG 감독은 선발 임찬규에 이어 수아레즈를 투입했다. 실점을 한 것은 어쩔 수 없다. 1-4로 뒤진 5회 롱릴리프 역할인 김윤식을 올렸다. 김윤식이 주자 2명을 내보내자, 위기 상황에서 이정용으로 교체했다.

지면 탈락인 경기에서 어떻게든 더 이상 실점하지 않고 추격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필승조를 한 박자 늦게 투입했다. LG는 이후 대량실점을 하면서 정우영, 김대유, 고우석은 써보지도 못한 채 완패했다.

류지현 감독은 “시즌 때 김윤식이 4~5회를 맡는 임무를 했다. 준비한 카드는 모두 다 썼다”는 애매한 설명을 남겼다. 정규시즌과는 부담감이 전혀 다른 단기전에서도 똑같은 투수 운영 패턴을 고수 했다.

반면 김태형 감독은 1회 선발 김민규가 1실점을 하고 1-1 동점인 2회 곧바로 이영하를 내세웠다. 그는 “김민규의 공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강약 조절이 아닌 힘이 많이 들어갔다. 2회 주자가 나가면 교체할까도 생각했는데, 1회에 몸을 푼 이영하가 다시 팔을 풀어야 하는 부담이 있어 바로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과감하면서도 특유의 경기를 읽는 감각과 디테일까지 있다. 이후 이영하를 5회까지 4이닝을 밀어부쳤다. 특유의 뚝심이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를 마치고 LG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한 뒤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OSEN DB



플레이오프. 허삼영 감독은 1차전 한 점 차 승부에서 선발 뷰캐넌에 이어 몽고메리와 최채흥 중에서 8회 몽고메리를 투입했다가 일을 그르쳤다.

2차전에선 백정현과 원태인을 1+1로 준비했지만, 백정현이 1회부터 2실점하면서 계획이 어긋났다. 2회 1점을 더 허용하자 원태인이 아닌 최지광이 등판해 2점을 추가 실점했다. 뒤늦게 0-5에서 원태인이 나섰지만 달아오른 두산 타선을 막을 수가 없었다.

김태형 감독은 5-0으로 앞선 3회 여유 있는 상황에서 삼성 좌타자 라인에 좌완 최승용을 내세운 뒤 필승카드 이영하를 3회부터 투입했다. 66구를 던지고 이틀을 쉰 이영하는 49구를 던지며 3⅔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이순철 위원은 “모든 준비를 하고 경기를 임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면 당황할 수도 있고, 순간적으로 생각을 놓칠 수가 있다”며 단기전에서 순간 판단력을 강조했다. 수 많은 계획과 데이터로도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누구나 처음부터 김태형 감독처럼 할 수는 없다.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 종료 후 패배한 삼성 선수들이 인사를 하기 위해 도열하고 있다. /OSEN DB



경험 많은 이를 벤치코치로 두고, 감독과 긴밀한 소통을 하면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보편화된 코치다. KBO리그는 수석코치가 있지만, 수석코치는 감독과 각 파트별 코치 사이의 소통 역할을 하는 편이다. 보통은 감독 보다 나이가 어린 편이다.

제이스 팅글러 샌디에이고 감독은 경질된 후 최근 미네소타의 벤치코치로 재취업했다. 이런 사례가 빈번하다. 한국 문화에서는 감독에서 지위가 낮아진 벤치코치 혹은 수석코치로 되는 것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벤치코치가 꼭 감독 출신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코치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도 가능하다.

이순철 위원은 “그런데 벤치코치가 상왕처럼 굴려고 하면 안 된다. 감독을 보좌하는 조언자 임무를 해야지, 감독인 마냥 월권을 하려 하면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