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 후 '타석까지 내려간' 외인... "우린 다 동료니까" 강한 울림
2021.11.14 21:27:02

 

14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KT 쿠에바스(왼쪽)가 박건우에게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한 후 안아주는 모습. /사진=뉴스1

 

"박건우도 좋은 동료니까."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31)가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상대 팀에도 진한 동료애를 보였다. 박건우(31)에게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는데 타석까지 내려와 상태를 살폈다. 박건우가 괜찮은 것을 보고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강한 울림을 줬다.

쿠에바스는 1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6회초 선두타자 박건우에게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145km짜리 속구를 뿌렸는데 이것이 박건우를 향했다. 박건우가 몸을 틀면서 피했으나 어깨 쪽을 강타했다.

쿠에바스는 사구 후 몸을 뒤돌려 숨을 잠시 골랐다. 이후 돌아서더니 쓰러져 있는 박건우를 확인하기 위해 타석까지 내려왔다. 두산 트레이너와 코치가 나와 상태를 살폈다. 이내 박건우가 다시 일어나 1루로 향했다.

쿠에바스가 박건우에게 나가 말을 건넸고, 박건우가 장난스럽게 쿠에바스를 툭 밀치는 모습이 나왔다. 쿠에바스도 웃으면서 박건우를 안았다. 자칫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될 뻔했던 장면이지만,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경기 후 쿠에바스는 "박건우도 리그를 함께 뛰고 있는 우리 동료다. 관계가 좋은 선수다. 공을 던졌는데 손에서 빠졌다.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얼마나 심한지 몰랐다. 뒤로 돌아서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다시 마운드 쪽으로 돌아섰더니 누워있더라. 심각해 보여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사실 투수가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한 후 타석까지 와서 타자를 살펴보는 일은 드물다. 외국인 선수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쿠에바스는 달랐다. KBO 3년차이기에 한국 문화를 알고 있는 점도 있겠으나 이날은 또 달랐다. 쿠에바스의 '진심'이 있었다. 걱정이 됐고, 괜찮은 것을 확인한 후에야 미소를 보였다.

쿠에바스는 "다행히 박건우가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박건우가 일어서자 서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런 상황이 발생했지만, 크게 보면 경기 중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내가 집중해서 즐기고자 했고, 그러면서 박건우와 그런 모습이 나왔다"며 웃었다.

이날 쿠에바스는 자신의 말처럼 '집중'했다. 7⅔이닝 7피안타 1사구 8탈삼진 1실점의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KT 창단 첫 한국시리즈 승리의 승리투수가 됐다.

8회 2사 후 투수코치가 공을 들고 올라오자 웃으면서 교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 쿠에바스에 이어 조현우-김재윤이 올라와 경기를 끝냈고, KT가 4-2의 승리를 거뒀다. 집중한 쿠에바스가 한껏 기세를 올렸고, KT가 웃었다. 그와중에 상대팀까지 챙기는 동료 사랑도 보였다. 에이스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