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진출' KBO 명코치의 뜨거운 눈물 왜? '한국이 우리 가족에게...'
2021.11.15 11:09:04

 

워싱턴 코치가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그의 눈시울이 촉촉하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LA 에인절스 감독 후보로도 거론됐던 그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관계자들이 놀랐다. 그리고 한 시즌이 끝났다. 약 1년 간 한국 생활을 마친 그가 이제 다시 본국으로 돌아간다. 그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어쩌면 쉽게 다시 한국 무대서 못 볼 지도 모른다. 그래서였을까. KBO 명코치로 활약했던 그는 선수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한화 이글스의 타격 코치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조니 워싱턴(37) 코치의 이야기다.

워싱턴 코치가 한화를 떠나 내년 시즌부터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타격 보조 코치로 활약한다. 시간을 잠시 되돌려 지난해 12월이었다. 2020 시즌 종료 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선임했던 한화는 또 깜짝 영입을 발표했다. 바로 1984년생의 젊은 나이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조니 워싱턴 코치의 영입이었다.

무게감이 다른 코치 영입에 한화 팬들의 마음은 설렜다. 그도 그럴 것이 워싱턴 코치는 2010년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코치부터 경험하면서 많은 유망주들을 키워냈다. 작 피더슨과 코리 시거, 코디 벨린저 등이 그의 손을 거치며 성장했다. 샌디에이고 코치 시절에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스타 플레이어로 길러냈다.

그는 각 타자들의 특성에 맞게 가르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무엇보다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이해도를 가장 많이 강조했다. 그는 개막 전 "존에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고 볼에 따라 나가지 않는다면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출루 확률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타자들에게 복잡한 생각을 단순 명료하게 바꿔주는 강렬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실제로 노시환은 시즌 초반 워싱턴 코치의 가르침에 대해 "가운데(Middle)를 보고 노리는 공만 치라고 말씀하신다. 버릴 공은 과감히 버리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볼넷도 많이 나오고 삼진은 줄었다. 나만의 존을 확실하게 만든 뒤 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 코치는 처음에 영어로 말하다가 나중엔 한국어 '가운데'를 더그아웃에서 계속 외쳤다고. 그의 지도 하에 올 시즌 한화는 노시환, 하주석, 정은원, 이성곤, 김태연 같은 선수들의 선구안과 타격 기술이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워싱턴(왼쪽) 코치와 노시환.

 

그랬던 그가 이제 정들었던 한국을 떠난다. 워싱턴 코치는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아 선수단과 석별의 정을 나눴다. 수베로 감독이 미팅에 앞서 "워싱턴 코치와 이별을 하게 됐다. 본인 미래에 좋은 일로 이별을 하는 만큼 많은 응원을 해달라"고 했다. 이어 워싱턴 코치가 선수들 앞에 섰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워싱턴 코치는 웃으며 첫 인사를 했지만 이내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1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한국이라는 나라, 대전이라는 도시, 그리고 한화 선수들과 참 많은 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워싱턴 코치는 다음과 같은 인사말을 남겼다.

"솔직히 나에게 정말 좋은 제안이 많은 곳에서 왔다. 하지만 여기 계신 여러분들 한 명 한 명이 떠올라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대표이사, 단장,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단, 프런트 모두가 나와 우리 가족에게 정말 최고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주셨다. 감사드린다. 나는 앞으로도 여기 있는 여러분들과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싶다. 언제든 연락하면 즐겁게 답장하겠다. 팀 밖에 있지만 여러분의 승리를 위해서 나는 미국에서도 '가운데'를 외치겠다."

워싱턴 코치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워싱턴(왼쪽) 코치와 정은원.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워싱턴(왼쪽) 코치와 노수광.

 

워싱턴(왼쪽) 코치와 노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