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2세'인데 FA 지명타자 랭킹 1위... '재능'인가 '약'인가
2021.11.21 19:30:04

 

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온 넬슨 크루즈. /AFPBBNews=뉴스1

 

대단하다면 대단하다. 내년 42세가 되는데 여전히 FA 시장에서 가치가 있다. 넬슨 크루즈(41) 이야기다. 약물 이력이 있기에 곱게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재능'일 수도 있고, '약의 힘'일 수도 있다.

MLB.com은 21일(한국시간) 각 포지션별 최고 FA 선수를 꼽았다. 지명타자 자리에 1번으로 이름이 나온 선수가 크루즈다. 지명타자 FA가 많지 않은 것도 있지만, 크루즈가 보여준 기록이 있기에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크루즈는 2021시즌 미네소타-탬파베이에서 뛰며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5, 32홈런 86타점, OPS 0.832를 찍었다. 미네소타에서는 85경기, 타율 0.294, 19홈런 50타점, OPS 0.907이었다. 탬파베이 이적 후 주춤했다(타율 0.226-OPS 0.725). 그래도 시즌 기록이 여전히 좋다.

나이게 있기에 수비는 불가능하다. 지명타자 역할 외에는 어렵다. 그래도 '한 방'이 있다. 2014년부터 꾸준히 매년 30홈런 이상 치고 있다. 단축 시즌이었던 2020년에도 16홈런을 날렸다.

그렇다고 아주 '공갈포'도 아니다. 통산 타율이 0.277이다. 아무리 못해도 0.260은 친다. OPS도 0.800을 넘어 0.900이 가능한 타자다. 장기 계약은 어렵겠지만, 1년 계약이라면 충분히 어느 팀이든 손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성적은 좋지만, 팬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 선수는 또 아니다. 약물 때문이다. 지난 2013년 1월 약물 의혹이 일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연루됐던 바이오제네시스 스캔들에 크루즈의 이름도 있었다.

 

2021년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을 받은 후 기뻐하는 넬슨 크루즈. /AFPBBNews=뉴스1

 

크루즈는 처음에는 부인했다. 문제가 됐던 트레이너를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함께 훈련하는 사진이 공개됐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결국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수용했다. '약물선수'임을 인정한 셈이다. 팬들은 '약쟁이', '약물 홈런왕이라 비난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크루즈는 논란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홈런을 펑펑 때렸고, '돈'도 따라왔다. 2013년 50경기를 못 뛰면서도 27홈런을 쳤고, 시즌 후 볼티모어와 1년 계약을 맺으며 FA 재수를 택했다. 타율 0.271, 40홈런 108타점, OPS 0.859를 찍으며 펄펄 날았다. 아메리칸리그 홈런왕 타이틀을 품었다.

2014시즌 후 다시 FA가 됐고, 시애틀과 4년 57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시애틀에서 4년간 44홈런-43홈런-39홈런-37홈런을 폭발시켰다. 4년간 타율 0.284, OPS 0.908을 올렸다. 기록만 보면 '돈값' 제대로 했다.

시애틀과 계약이 끝난 후 미네소타와 1+1년 최대 2600만 달러에 계약했고, 2020시즌 후에는 다시 1년 1200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FA다. 지금까지 번 돈만 1억 2438만 달러(약 1480억원)에 달한다.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올스타 7회, 실버슬러거 4회에 MVP 투표는 6위까지 올라봤다. 2021년에는 자선활동에 앞장선 선수에게 수여하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도 받았다.

개인의 능력이 있기에 많은 돈도 벌었다. 상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약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40살 넘어서까지 홈런을 폭발시킬 수 있는 비결이 약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