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저를 어떻게 보실까…" 최고 시즌에도 위축됐던 투수의 진심과 반성
2021.11.22 22:08:13

 

한화 윤대경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한화 윤대경(27)은 ‘반짝 투수’가 아니었다. 삼성 입단과 방출,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한화에 육성선수로 온 그는 지난해 1군 데뷔 후 55경기 5승7홀드 평균자책점 1.59로 활약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2년차가 된 올해는 데뷔 첫 선발승 포함 43경기에서 2승5패7홀드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 2년 연속 한화 마운드의 주축으로 분투했다. 

평균자책점은 올랐지만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77⅔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선발로 나선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63으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선발로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긴급 투입된 것 치곤 기대 이상 활약이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윤대경이 선발로서 경쟁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내년에는 시작부터 선발 자원으로 고려할 만하다”고 기대했다.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 역시 “보직이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도 윤대경이 자기 공을 잘 던져줬다”고 칭찬했다. 

윤대경은 “팀에서 필요로 한 부분을 커버할 수 있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선발은 아예 생각도 못했다. 갑자기 기회가 왔고, 그때도 선발에 대한 큰 욕심은 없었다. 그렇다고 찾아온 기회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고, 조금씩 괜찮은 결과가 나오다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선발에 한 번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시범경기 때만 해도 투구 밸런스 난조로 개막 엔트리 진입을 자신하지 못한 그였다. “생각보다 컨디션이 안 올라와 밸런스가 흐트러졌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때 로사도 코치님과 이동걸 코치님이 작년에 좋을 때 모습과 지금 모습을 비교 영상으로 따오셔서 여러 도움을 주셨다. 코치님들이 신뢰를 많이 덕분에 페이스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 윤대경의 말이다. 

 

한화 윤대경 /OSEN DB



내년에는 직구의 힘을 키우는 게 과제. 선발로 던진 이닝이 많다 보니 전년 대비 직구 평균 구속이 2km 줄었다. 윤대경은 “직구 스피드가 지난해보다 안 나왔다. (주무기) 체인지업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체인지업에 어떤 변화를 주는 것보다 지난해처럼 직구 스피드를 140km대 초중반까지 높여 구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체인지업도 살아날 것이다. 로사도 코치님은 슬라이더 연습도 얘기하셨다”며 “만약 내년에 선발 기회가 오면 올해보다 한 단계 성장해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성적상 성공적인 시즌이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휩싸인 윤대경에겐 시련의 해이기도 했다. 지난 7월5일 서울 원정 숙소에서 은퇴 선수의 연락을 받고 팀 동료 투수 주현상과 함께 찾아간 방에서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위반한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동석자들의 존재를 미처 몰랐고, 술을 입에 한 방울도 대지 않았지만 뒤늦게 온 키움 선수들과 인사하느라 6분간 동석한 게 발목을 잡았다. 

KBO와 구단 징계를 받고 자숙 시간을 가졌지만 사실이 아닌 자극적인 소식들로 연일 도배되면서 마음고생을 했다. 실수를 한 것은 맞지만 다른 선수들처럼 외부인을 숙소에 부르거나 숙소를 이탈해 술판을 벌인 건 아니었다. 그들과 같이 도매금으로 묶여 지탄을 받는 건 억울한 일이었지만 그만큼 프로 선수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변명이나 핑계를 대지 않고 반성했다. 

윤대경은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죄송하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다. 엄중한 시기에 프로 선수로서 모범이 되지 못해 죄송하고 반성한다. 앞으로 행동에 있어 더 조심하겠다”며 “팬들께서도 많이 실망하셨을 것이다. 팬들이 저를 어떻게 보실까 생각하면 위축되기도 했지만 복귀 후 많은 팬들께서 응원을 해주셨다. 그래서 더 죄송하고 감사했다. 그 마음 잊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한화 윤대경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