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학교 운동장 '우연한' 만남, 롯데→KT→우승까지 함께했다
2021.11.23 15:17:06

 

KT 배제성(왼쪽)과 조현우./사진=뉴시스

 

마법 같은 인연이다. 18년 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KBO리그 막내' KT 위즈의 첫 우승까지 함께하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KT 투수 조현우(27)와 배제성(25) 이야기다. 조현우는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군산중앙초 3학년이던 2003년 주말에 학교 운동장으로 친구와 놀러 갔다가 캐치볼을 하고 있는 배제성(당시 군산중앙초 1학년)과 (배)제성이 아버님을 만났다. 내 친구와 (배)제성이 아버님이 알고 있는 사이였는데 왼손잡이인 내가 공을 던지는 것을 보고 야구를 권하셨다"고 말했다.

곧 배제성이 전학을 가 둘의 인연은 잠시 끊어졌지만, 조현우는 중학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고향 군산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했다. 군산중 시절에는 2010년 전국중학야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최우수선수상과 우수투수상을 독차지했다.

군산상고에 진학해서는 모처럼 고향에 야구붐을 불러왔다. 고교 졸업반인 2013년에는 봉황대기 대회와 전국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조현우의 지인은 "그 당시 군산에서 야구를 한다면 조현명(조현우의 개명 전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KT 위즈 선수단이 지난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을 꺾고 우승한 직후 함께 기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세월이 흘러 조현우는 2014년 2차 2라운드로 KT에 지명됐고, 배제성은 2015년 2차 9라운드로 롯데 자이언츠의 선택을 받았다.

1년 차이로 서로 다른 팀에 입단했지만, 조현우가 2015년 5월 롯데로 트레이드 이적하면서 인연이 이어졌다. 그러나 둘 모두 롯데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번엔 배제성이 2017년 4월 트레이드를 통해 KT로 떠났다. 조현우는 같은 해 11월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KT에 지명되면서 둘은 다시 만났다.

조현우와 배제성은 2019년 이강철(55) KT 감독의 부임부터 눈에 띄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조현우가 빛을 발했다면 이번에는 배제성이 기량을 만개할 차례였다. 이강철 감독의 지도 아래 배제성은 선발 투수로 자리 잡았다. 3년간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이닝(414⅔)을 소화하면서 29승 27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하며 KT 국내 투수 최초 시즌 10승 투수(2019년)의 영광도 차지했다.

뒤이어 조현우도 2020년부터 KT의 좌완 필승조로 발돋움했다. 좌타자를 상대로 좋은 모습(통산 피안타율 0.212)을 보였고 지난 2년간 103경기에 출장해 5승 1패 15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90의 기록을 남겼다.

KT 마운드의 주축으로 성장한 둘은 팀의 창단 첫 우승을 결정짓는 경기에서 KBO리그 새 역사를 함께 썼다. 배제성은 지난 18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실점으로 KBO리그 역대 최초 한국시리즈 선발 4연승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지난해 같은 장소 같은 상대에게 당한 아쉬움(플레이오프 4차전 2⅔이닝 무실점)을 되갚은 호투였다.

조현우는 이날 배제성의 승리뿐 아니라 마무리 김재윤(31)과 함께 한국시리즈 4경기에 모두 나서 선발승을 지켜내는 큰 공헌을 했다. KT 구단의 한국시리즈 첫 홀드 역시 그의 몫이었다. 특히 1~3차전에는 두산의 핵심 거포 김재환(33)을 전담 마크하면서 팀의 리드와 상승세를 동시에 잡았다.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시작된 인연이 18년 뒤 KBO리그 막내 구단의 우승으로 이어지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러한 일화는 프로 데뷔 19년 만에 밟은 첫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우승과 MVP를 거머쥔 박경수(37·KT)의 이야기와 함께 이번 KT의 우승을 더 특별하게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