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버텨 감격의 1군' 류진욱 향한 방출된 94SV 선배의 한마디.txt
2021.11.24 22:46:31


[OSEN=조형래 기자] 5년을 버텨서 감격적으로 1군 무대에 올라왔다. 그리고 나름대로 자랑스러운 성적표도 만들었다. 지난 아픔의 시간들을 보상받은 한 시즌이었다.

NC 다이노스 투수 류진욱(25)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지명을 받았다. 2차 1라운드는 좌완 에이스로 거듭난 구창모였다. 부산고를 이끌던 에이스 류진욱은 구창모에 버금가는 잠재력을 가진 투수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달리던 구창모와 달리 류진욱은 좀처럼 2군을 벗어나지 못했다.

입단 이후 두 번의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군 문제까지 해결하느라 보낸 세월만 5년. 2020년 정규시즌 막판이던 10월 27일 삼성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지만 이후 거취에 대해서는 불투명했다. 아직 보여준 것이 없던 20대 중반을 향해 가는 투수. 비시즌 구단의 칼바람을 피하기 힘든 불안한 입지였다. 스스로도 “불안감이 없지 않았던 시기였다”라고 매년 비시즌을 회상했다.

그러나 결국 버텼고 1군에서 중용 받았다. 2군보다 1군에서 보낸 시간들이 많았다. “재활을 열심히 했고 야구만 생각하면서 버텼다. 구단에서 저를 믿어주신만큼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중요도가 높은 상황에서 등판하며 입지를 넓혀갔다. 44경기 1승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2.08의 성적을 남겼다. 필승조 세대교체가 필요했던 NC의 입장에서 류진욱의 등장은 반가웠다. 류진욱으로서도 올해가 기념비적인 한 해였다. 류진욱은 “올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았던 한 해였다. 예상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성적도 괜찮으니까 홀드 기록 같은 게 욕심이 생겼다”라고 올 한 해를 되돌아봤다.

다만, 아쉬운 점은 페이스가 한창 좋았을 시기, 왼 발목 부상으로 3주 가량 팀을 이탈한 것. 류진욱에 대한 팀의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던 시기에 불의의 부상을 당하면서 가을야구 진출의 동력이 꺾였다. 불펜진이 불안해졌다. 류진욱 스스로도 이 기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는 "팀이 5강 싸움을 하는 중요한 순간에 빠졌다. 그래서 사소한 것부터 신경 쓰면서 몸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돌아봤다. 


임창민 /OSEN DB

 

부상 공백이 있었지만 140km의 중후반대 패스트볼을 자신있게 뿌리면서 1군 연착륙은 성공했고 시즌 막판 복귀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선배들의 조언 덕분이라고. 이용찬, 김진성, 임창민, 원종현 등 마무리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이 고개를 돌리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류진욱은 “준비하는 과정부터 선배님들의 모습을 하나씩 눈에 새겼다. 그리고 선배들이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셨다”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자신도 반신반의했던 공의 위력을 확인했고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처음에는 완벽하게 던지려고 하다 보니까 빠지는 공이 많았고 볼카운트도 어려워졌다. 하지만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 이후 안타 맞는 건 타자가 잘 쳤다는 생각을 하기로 했다”고 돌아본 류진욱이다.

그러나 류진욱에게 버팀목이었던 두 명의 불펜 투수들이 팀을 떠났다. 마당쇠 김진성, 그리고 마무리 투수로 94세이브를 따낸 임창민이 팀을 떠났다. 떠나는 선배들의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대선배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 이별의 아픔 등을 느낄 새도 없이 류진욱은 다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94세이브 마무리 출신 임창민의 따끔한 조언 때문.

류진욱은 “임창민 선배님께서 ‘지금 좋을 때 만족하지 말고 더 성장할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한다. 지금 지만하지 마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자신은 떠나지만 후배를 위한 조언은 아낌없었던 임창민이다.

1군 첫 시즌을 거침없이 보냈던 류진욱이다. 이제 마운드 위에서 좀 더 정교하고 영리하게 상대를 하려고 한다. 그는 “올해는 겁없이 던졌다면 내년에는 타자 약점을 잘 파고 들 수 있도록 분석을 많이 하려고 한다. 내 공에 대한 분석을 할 것이기 때문에 나 역시도 분석에 공을 들여서 정확하게 던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NC 다이노스 류진욱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