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반지와 떠날 수 있어 영광”…KBO 최고령타자의 행복한 마침표
2021.11.25 12:56:22

[OSEN=고척, 이대선 기자] KT 위즈가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KT는 1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8-4로 승리했다. 이로써 KT는 1~4차전을 모두 승리하면서 4전승 퍼펙트 우승을 달성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역대 9번째로 4전패 준우승 팀이 됐다. 시상식에서 KT 유한준이 인사를 하고 있다. 2021.11.18 /sunday@osen.co.kr


[OSEN=이후광 기자] 과연 이보다 행복한 은퇴가 있을까. KBO 최고령타자 유한준(40)이 꿈에 그리던 우승반지와 함께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지난 24일 KT 구단을 통해 공식 은퇴를 선언한 유한준은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행복한 마무리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고민이 많았지만 그래도 은퇴 발표를 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유한준은 유신고-동국대를 나와 2004년 현대 유니콘스 입단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히어로즈를 거쳐 2016시즌에 앞서 KT와 FA 계약을 맺었고, 올해 마침내 처음으로 통합우승을 경험하며 그토록 원했던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1군 통산 성적은 1650경기 타율 3할2리 1606안타 151홈런 883타점이다.

올 시즌에도 104경기 타율 3할9리의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인 유한준. 대체 무엇 때문에 은퇴를 결심한 것일까. 유한준은 “우승을 해서 은퇴하는 것도 맞지만 일단 KT가 더 강해지기 위해 지명타자 자리에서 홈런 2~30개를 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봤다. 나는 냉정하게 한계가 왔고, 내년 시즌 지명타자 풀타임에 자신이 없다. 그렇다면 우승 마무리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고 설명했다.


[OSEN=이대선 기자] KT 유한준 2021.11.14 /sunday@osen.co.kr


다행히 KT 이강철 감독도 KBO리그 최고령타자의 은퇴 의사를 존중했다. 유한준은 “감독님이 고생했고 수고했다고 말씀해주셨다”며 “물론 감독으로서 내가 필요하지만 감독님도 현역 시절 고참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공감을 해주셨고, 내 선택을 존중해주셨다”고 전했다.

지난 18년 커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은 언제였을까. 유한준은 주저 없이 올해를 꼽았다. 그는 “아무래도 올해가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타이브레이커라는 쉽게 경험 못하는 경기를 치렀고,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지는 3주간의 여정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우승반지를 갖고 은퇴할 수 있어 너무 영광이다. 우승을 만들어준 감독님, 코치님들, 선수들, 팬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내가 선물을 받고 떠난다”고 감격했다.

유한준은 내년 시즌부터 선수, 코치가 아닌 프런트로 제2의 인생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그는 “30년 동안 더그아웃에서만 야구를 바라봤다. 이제 한걸음 물러나 시야를 넓혀 야구를 보게 될 것 같다”며 “아직 코치를 하기엔 준비가 안 됐다. 그래서 먼저 공부를 하려고 한다. 스카우트팀, 데이터팀 등에서 경험을 쌓고, 때로는 단장님과 원정길에 동행해 많은 걸 배우고 싶다. 원래부터 이런 일을 계획했는데 이숭용 단장님이 흔쾌히 허락해주셨다”고 밝혔다.


[OSEN=이대선 기자] KT 유한준 헹가래 2021.11.17 /sunday@osen.co.kr


때문에 팬들에게도 언젠가 다시 KT 유니폼을 입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유한준은 “난 정말 운이 좋은 선수였다. 내가 한 것보다 과분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이제 앞으로 제2의 인생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언젠가 또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로 돌아오겠다”고 전했다.

2016년부터 무려 6시즌 동안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유한준은 “우승이라는 너무 큰 선물을 줘서 감사하다. 또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며 “내 눈이 틀리지 않는 한 KT는 이제 강팀이 됐다. 모두 부상 없이 원하는 목표를 이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남겼다.

유한준에게 끝으로 ‘본인은 어떤 야구선수였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런 질문이 가장 어렵다”고 웃으며 “아마 팬들이 더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한다. 난 스타플레이어도 아니었고, KBO 레전드 선배님들처럼 기록을 남기고 떠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내가 맡은 바 임무는 다하고 떠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밝게 웃었다. 행복한 은퇴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