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 은퇴, 박수칠 때 떠난 레전드 계보…내년 이대호는?
2021.11.25 14:39:19

KT 유한준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박수칠 때 떠나라. 말은 쉽지만 범인(凡人)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일이다. 우승한 뒤 은퇴를 결정한 선수는 40년이 된 KBO리그 역사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적다.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끈 ‘최고참’ 유한준(40)이 최정상의 자리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24일 구단을 통해 은퇴 의사를 밝히며 18년의 프로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선수 생활 내내 모범적이었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깔끔하게 끝냈다. 첫 우승과 함께 은퇴한 선수는 유한준이 사실상 최초다.

올해 만 41세로 KBO리그 통틀어 최고령 선수였지만 타격 생산력은 여전히 리그 평균 이상이었다. 104경기에서 타율 3할9리 5홈런 42타점 OPS .827로 활약했다. 시즌 최종전이었던 10월30일 문학 SSG전에서 터뜨린 결승 홈런은 KT의 타이브레이커 끝 정규리그 우승에 결정적 발판이 됐다. 

한국시리즈에서도 4번타자로 KT 타선의 중심을 지켰다. 데뷔 18년차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꿈을 이뤘고, FA 2년 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미련없이 유니폼을 벗었다. 유한준은 “통합 우승 팀의 일원으로 은퇴하게 돼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선수로서 가장 행복한 마무리를 맞이했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SK 김재현이 기뻐하고 있다. /OSEN DB


유한준에 앞서 우승과 함께 스스로 은퇴한 선수로는 김재현과 배영수가 있다. 두 선수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 선수로 끝이 가장 화려했던 선수로 남아있다. 

김재현은 SK 소속이었던 2010년 시즌에 앞서 예고 은퇴를 선언했다. 만 35세로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갈 수 있는 나이였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해 111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리 10홈런 48타점으로 활약하며 SK의 통합 우승과 함께 은퇴했다. 1994년 LG 신인 시절 우승으로 시작해 우승으로 끝났다. 

2019년 배영수도 드라마였다. 2018년 시즌 후 한화를 떠나 두산에 온 배영수는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연장 10회에 등판, 마지막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내며 우승을 확정짓는 헹가래 투수가 됐다. 앞서 삼성에서도 7번 우승을 경험했지만 현역 마지막이었던 이 순간이 가장 짜릿했다.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순간 두산 투수 배영수가 기뻐하고 있다. /OSEN DB


김재현과 배영수에 이어 유한준이 우승 후 은퇴 계보를 이어갔다. 은퇴 시기를 잡는 것도 어렵고, 우승을 하는 것은 더 힘들다.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축복과도 같은 일이라 다음에 누가 계보를 이어갈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유한준의 은퇴로 KBO리그 최고령 타이틀은 이제 1982년생 황금세대 이대호(롯데), 오승환(삼성), 추신수, 김강민(이상 SSG)에게 넘어왔다. 이 중 이대호는 은퇴 시기를 벌써 결정했다. 올해 1월 롯데와 FA 2년 재계약을 맺으면서 내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못박았다. 당시 이대호는 “2년 내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뒤 현역에서 은퇴하고 싶다. 우승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그러나 올해 롯데는 8위에 그치며 우승은커녕 가을 야구에도 실패했다. 지난 2014~2015년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우승을 경험한 바 있지만 롯데에선 아직 한국시리즈 문턱도 밟지 못했다. 올해 8위에 그친 롯데는 우승 전력과 거리가 있다. 올 겨울 전력 보강에 따라 상승 여력은 충분하지만 우승으로 가는 길에는 적절한 운도 따라야 한다. 유한준이 누구보다 부러울 이대호의 내년 이맘때 모습이 궁금하다. /waw@osen.co.kr

 

롯데 이대호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