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잊고 지내라" 지인 사망에 침통, 외국인 감독의 당부
2021.11.26 20:43:47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겨울에는 야구 전원을 뽑고 지내라.”

지난 2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의 마무리캠프 최종일. 한 해 일정을 모두 마감한 자리에서 선수들과 마지막 미팅을 가진 카를로스 수베로(49) 한화 감독은 “겨울에는 야구를 잊고 지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야구는 인생의 전부가 아닌 일부분이다. 지난 10개월 동안 열심히 달려온 만큼 겨울에는 야구 전원을 뽑고 충분히 쉬어라. 당분간은 가족, 친구들과 인생에서 더 가치 있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런 말을 한 이유가 있었다. 수베로 감독은 “어제(2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 마이너리그 팀에서 오랫동안 감독으로 일한 지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정신적인 우울감이 있었다고 들었다.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수베로 감독이 말한 사람은 오마 말레브 전 감독으로 같은 베네수엘라 출신 야구인이다. 지난 1991~2001년, 2011~2012년, 2014~2015년 토론토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루키 팀부터 트리플A까지 모든 레벨에서 23시즌을 지휘했다. 

올해 멕시코 독립리그 팀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갔으나 지난 23일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더니든에서 눈을 감았다. 향년 58세. 토론토 구단도 ‘말레브의 별세 소식에 슬픔을 감출 수 없다. 그가 우리 조직에 끼친 영향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고 애도를 표했다. 

 

오마 말레브 전 토론토 마이너리그 감독 /토론토 블루제이스 SNS



수베로 감독은 “너무 야구에 몰두하면 안 풀릴 때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 야구와 일상 생활을 잘 분리해야 한다. 오프시즌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잠시 야구 생각을 내려놓을 시기”라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히 풀어져서 ‘놀아라’는 의미는 아니다. 수베로 감독은 “선수로서 오프시즌에도 기본적인 루틴과 컨디셔닝은 있다. 다만 머릿속에 야구를 지웠으면 한다. 그만큼 야구가 어려운 스포츠이고, 긴 시즌 동안 정신적인 소비를 많이 했다. 오프시즌에도 굳이 야구 영상을 찾아보는 게 한 사람으로 볼 때 건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야구에만 갇혀있지 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25일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돌아간 수베로 감독도 잠시 야구를 잊고 가족들과 시간에 집중하려 한다. 아내, 차녀, 막내 아들과 함께 한국에서 생활한 수베로 감독이지만 결혼을 한 장녀, 손주들과는 10개월이 넘게 떨어졌다. 수베로 감독은 “첫째 딸과 손주들이 기다리고 있다. 10개월 동안 못했던 아버지와 할아버지 역할을 할 것이다”며 웃어보였다. 

물론 감독이다 보니 야구를 완전히 내려놓기는 어렵다. 겨울에도 외국인 선수부터 FA 영입 등 전력 구성에 있어 구단과 수시로 연락을 해야 한다. 수베로 감독은 “유니폼 갈아입고 나가는 순간 다 내려놓고 싶지만 오프시즌에도 구단과 논의해야 할 게 많다. 연락이 왔을 때만 집중하고 최대한 내려놓고 지낼 것이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은 두 달간 휴식을 취한 뒤 내년 2월 거제 스프링캠프 일정에 맞춰 입국한다. /waw@osen.co.kr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선수들과 미팅을 갖고 있다.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