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한 결별 방식, 엉망진창 소통 프로세스…롯데는 왜 후퇴만 하나?
2021.11.27 20:58:01

부산 사직구장 /OSEN DB


[OSEN=조형래 기자] 26일 오후, 롯데 자이언츠(대표이사 이석환)는 구단 SNS 서 외국인 선수 딕슨 마차도와 앤더슨 프랑코와 결별 사실을 알렸다.

지난 25일, 보류선수 제출이 마감됐고 이 과정에서 외국인 선수 재계약 통보 마감일이기도 했다. 롯데는 이 과정에서 마차도와 프랑코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했다. 특히 지난 2년간 롯데 내야 수비를 안정시킨 마차도와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구단의 방향성이 달라지는 문제였다.

2020년 롯데에 합류했고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속전속결로 1+1년 총액 145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마차도는 그만큼 롯데 전력의 상수였다. 하지만 롯데는 “발전적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마차도와 이별을 택했다. 언젠가는 진행을 해야 했던 프로세스였다.

하지만 롯데는 이 과정에서 소통의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 롯데 구단의 내년 시즌 방향성과 플랜이 달라지는 중요한 사안을 SNS를 통해서만 알렸다. 보도자료 등을 통해 간단한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았다. 구단의 그 누구도 이 지점에서 아무런 문제 의식을 갖지 못했다.

구단 차원에서 선수 개인에게는 재계약 불가 통보를 했겠지만 구단을 존재하게 하고 내년 시즌 마차도의 거취를 궁금해하던 팬들에게 충분히 설명도 하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들에게 질의를 한 뒤에야 이유를 겨우 들을 수 있었다.

시간을 약 한 달 전으로 돌렸을때도 롯데는 소통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 프랜차이즈 최다승 2위(109승)의 투수 송승준의 은퇴 보도자료를 LG와의 정규시즌 최종전 도중에 발표했다. 선수생활 말미에 금지약물 소지 혐의로 프로스포츠 도핑방지 규정에 의거,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누구보다 롯데를 사랑했던 송승준이었지만 구단은 그가 ‘도핑 혐의’를 받았다는 이유로 조용히 물러나기를 원한 듯 했다. 의혹이 있는 선수의 은퇴 소식이 묻히기를 기도하면서 마지막까지 순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전쟁터 중에 소식을 알렸다. 당시 마지막까지 1위 경쟁 중이었던 LG에도 무례한 처사였다.

송승준의 은퇴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금지약물 징계를 받았지만 이 과정에 대한 반성도 있었고 억울함을 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롯데는 이 과정에서 뒤로 숨기에 급급했고 “조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책임 회피에 바빴다.

만약 그들의 진정한 레전드라고 생각했다면, 굳이 정규시즌 최종전 도중에 발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롯데는 레전드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저 의혹이 있는 선수라고만 생각했고 빨리 털어내려고만 생각했다. 송승준의 롯데를 향한 사랑은 ‘짝사랑’이었던 셈이다.

이석환 대표이사와 성민규 단장 부임 이후 롯데는 ‘프로세스’를 강조하면서 구단 개혁에 나서고 있다. 외부 인재들도 대거 영입하면서 조직 개편에도 박차를 가했다. 선수단 운영도 선진화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다소 경직된 ‘그룹 문화’를 개선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롯데 그룹과 자이언츠 구단의 기조는 바뀌지 않은 듯 했다. 사람이 바뀌어도 구단 행정이 답보상태라면 결국 문화와 기조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소통의 문제는 언제나 롯데 구단의 아킬레스였지만 이를 치료조차 하지 않았다. 마차도, 프랑코, 송승준 등 구단에 기여한 선수들과의 괴이한 이별법도 소통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겉만 번지르르하게 발전하는 척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대로이고 되려 후퇴만 하고 있다. 프로세스를 강조하고 있지만 롯데 내부의 프로세스는 여전히 엉망진창인 듯 하다. /jhrae@osen.co.kr


딕슨 마차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