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km' 동생, '국가대표' 형...투타 맞대결 기대 "이길 자신 있다"
2021.11.28 03:49:28

박정현-박영현 /OSEN DB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화 내야수 박정현(20)은 올 시즌 초반 팀의 신데렐라였다. 시범경기에서 홈런 두 방을 터뜨리며 성장세를 보여줬고, 4월 한 달간 내야 전 포지션을 돌며 주전급 기회를 받았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외국인 코치들이 그의 성을 따서 ‘파키’라고 부르며 무한 애정을 나타냈다. 

5월6일 대전 삼성전에서 데뷔 첫 끝내기 안타도 쳤지만 기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5월말 2군에 내려간 뒤 1군 복귀 없이 시즌을 마쳤다. 1군 성적은 33경기 107타수 21안타 타율 1할9푼6리 9타점. 수베로 감독은 박정현에게 120타석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한 뒤 2군에서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시즌 후 1군이 있는 대전에서 마무리캠프를 소화한 박정현은 “1년 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 제가 못한 부분이 많았고, 부족함을 느낀 해였다”며 “초반에 감독님과 코치님이 주문하신 대로 잘 됐는데 어느 순간부터 잘 안 되니까 몸도 마음도 따라주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이 많아지면서 경기에 집중을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만 20세, 2년차 선수의 경험 부족이었다. 

2군에서도 한동안 헤맸지만 조금씩 감을 찾았다. 9월에는 멕시코에서 열린 23세 이하 야구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돼 국제대회도 처음으로 경험했다. 그는 “다른 지역 나라 선수들과 상대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수비, 타격 다 잘하더라”며 새로운 경험을 돌아봤다. 

야구월드컵 대표팀이 출국하기 전에도 특별한 경험을 했다. 18세 이하 청소년대표팀과 평가전에서 2살 터울의 친동생 박영현(유신고)과 처음으로 투타 대결을 벌인 것. 최고 152km 강속구를 뿌리는 우완 박영현은 올해 고교 최동원상 수상자로 KT에 2022년 1차 지명을 받았다. 당시 5회 첫 대결은 박정현이 희생 번트를 댔고, 7회에는 좌익수 뜬공으로 동생이 웃었다.


야구월드컵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의 평가전 당시 박정현이 동생 박영현에게 아웃을 당한 뒤 물러나고 있다. 2021.09.15 /OSEN DB



형제가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삼형제 장남인 박정현은 “어릴 때 사촌이 야구하는 모습을 보러 갔다가 영현이랑 같이 야구를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그 사촌이 롯데 2년차 투수 박명현이다. 같은 집안에서 프로야구 선수가 3명이나 나온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막내 동생 박지현도 형들을 따라 야구를 시작했다. 

삼형제 모두 야구선수로 키우는 부모님의 뒷바라지와 정성이 대단하다. 박정현은 “부모님이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 그래도 저랑 영현이가 프로에 와서 주변에 자랑도 많이 하시고, 좋아하시더라”며 웃었다. 

내년에는 프로에서 형제의 투타 맞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 부모님으로선 보기만 해도 배부른 상황이지만 승부는 승부. 형으로서 지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 박정현은 “자주 붙었으면 좋겠다. (이길) 자신 있다”고 말했다. 

역대 KBO리그의 형제 선수 투타 대결은 1995년 태평양 정명원-쌍방울 정학원 형제, 2020년 KT 유원상-KIA 유민상 형제가 있었다. 모두 형이 투수이고, 동생이 타자였다. 정명원은 정학원을 유격수 땅볼 처리했고, 유원상은 유민상과 두 차례 대결에서 각각 유격수 뜬공, 중견수 뜬공으로 이겼다. 

박정현-박영현 형제 대결은 내년이 아니라 그 뒤로 미뤄질 수도 있다. 상무야구단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한 박정현이 12월7일 최종 합격자 명단에 들면 형제 대결은 2023년 이후로 기약하게 된다. /waw@osen.co.kr

 

한화 박정현이 끝내기 안타를 때린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1.05.06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