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멘탈] 백정현이 플루크란 평가를 받고 좋아한 이유.txt
2021.12.02 15:59:07

 

[OSEN=대구, 손찬익 기자] 백정현 / what@osen.co.kr



[OSEN=대구, 손찬익 기자] 백정현은 '대기만성'이라는 사자성어가 잘 어울리는 선수다. 프로 15년 차 백정현은 올 시즌 커리어 하이 시즌을 완성했다.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14승)를 달성했고 토종 투수 평균 자책점 1위(2.63)를 차지했다. 만 34세에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었다. 지난달 30일 기자와 만난 백정현은 "운이 좋았다"고 자신을 낮췄다.  

백정현은 지난해 7월 21일 창원 NC전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왼쪽 팔꿈치 부상으로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다. 1군 엔트리 등록일수를 채우지 못해 FA 자격 취득을 미루게 됐다. 그는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치료와 재활에 몰두했다. 돌이켜 보면 백정현에게 전화위복을 이뤄낸 계기가 됐다. 그는 "야구 인생에서 또 한 번의 전환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STC에서 재활할 때 혼자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당장 FA 자격을 얻는 것보다 (FA 취득을) 1년 미루더라도 제대로 야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변화를 주게 됐다.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열심히 준비했는데 운이 좋았다". 백정현의 말이다. 

STC에서 만난 하영웅(삼성생명 배드민턴단)의 한 마디는 백정현에게 큰 깨우침을 줬다. "하영웅 선수와 팔 스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팔 스윙이 크면 상대의 눈에 보여 내가 아무리 빨라도 상대가 대처할 수 있다'는 말이 확 와닿았다. 하영웅 선수가 이야기했던 부분을 야구에 접목시켜보니 예전보다 팔에 부담이 줄어들고 디셉션이 더 좋아졌다. 의도하지 않게 운이 좋았다". 

책 한 권이 백정현의 생각을 바꿔 놓았다. 그는 "STC에서 '더 해빙'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많은 걸 느꼈다. 마음을 다스리고 운의 작용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제 자신을 둘러싼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며 "너무 고마워서 홍주연 이서윤 작가님께 이메일을 보냈는데 구단으로 친필 사인이 담긴 책과 편지를 보내주셨다. 올해 중에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백정현은 이어 "책을 읽은 뒤 용기를 얻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어 이메일을 보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선물까지 보내주셔서 진짜 좋았다. 역시 저는 운이 좋구나 싶었다. 좋은 운이 들어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OSEN=대구, 손찬익 기자] 백정현 / what@osen.co.kr



시즌 중 FA에 대한 물음마다 "신경 쓰지 않는다.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만 생각하고 제 할 일만 한다"고 무덤덤하게 말했던 백정현. FA 자격을 얻고 나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금도 제 마음은 변함없다. 어차피 저는 평가를 받는 입장이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FA 계약은 과거 공헌도보다 미래 가치에 더 의미를 부여한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완성한 백정현의 몸값 산정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이에 "기사를 보니까 플루크라는 표현이 많이 나오던데 그게 운 아닌가. 저는 오히려 그런 말이 기분 좋았다.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기사에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니까 저도 이제 운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뻤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어느덧 에이징 커브를 우려할 만한 나이가 됐지만 몸 상태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백정현은 "몸 상태는 되게 좋다. 불편한 부분은 하나도 없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올 시즌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잘 보완해 반전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첫 FA 자격을 얻게 된 그는 "제가 FA 계약 이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앞으로 나이 많은 예비 FA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지 않을까. 대기만성형 투수의 좋은 사례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백정현의 취미는 여행과 사진 촬영. 올 겨울 미국으로 떠날 계획을 세웠다. 드라이브 라인 트레이닝센터에서 야구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드라이브 라인에서 어떻게 운동하는지 배우고 싶어 한 번 가볼 생각이다. 드라이브 라인에 관심을 보였더니 뷰캐넌과 몽고메리가 도와주겠다고 하더라. 이런 걸 봐도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FA 계약은 에이전트에 일임한 상태다. "제가 세운 기준은 없다. 구단에서 평가하는데 제가 기준을 정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계약 잘 되어 삼성에 남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다. 삼성에서 야구하는 게 가장 좋다. 삼성에 남아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what@osen.co.kr